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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6.18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2. 2018.06.15 잊힐 기억
  3. 2018.06.15 내 마음 깊은 곳
  4. 2018.06.11 분노
  5. 2018.06.08 시선의 갑질
  6. 2018.06.08 외모
  7. 2018.06.07 장욱진미술관
  8. 2018.06.04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
  9. 2018.06.01
  10. 2018.06.01 분노의 거리
  11. 2018.05.28 형세
  12. 2018.05.25 대화
  13. 2018.05.25 러브 라이프
  14. 2018.05.24 기산저수지 안상철미술관
  15. 2018.05.21 세이프 컨덕트
  16. 2018.05.18 미궁
  17. 2018.05.18 꼭꼭 숨어라
  18. 2018.05.14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
  19. 2018.05.11 웃으면 복이 올까요?
  20. 2018.05.11 장면의 단면

먼지가 생명을 위협하는 날. 건물이 허물어지는 날. 다리가 무너지는 날. 배가 가라앉는 날. 그런 날들이 올 것을 누가 알았을까.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균열은 사소하게 출발하고, 균열은 마치 처음인 양 반복되었다. 부조리를 인내하는 날들의 끝에 있는 것은 절망이었다.

 

송주원,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2017, 댄스필름

 

2016년 겨울을 광화문에서 보내며 송주원은 인간의 안일한 태도가 이 사회에 큰 사건과 상처를, 위험과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는 가운데, ‘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온다’는 시인 김수영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작가는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나의 삶에서 ‘반성이라는 것’을 언제 했던가. 제대로 한 적은 있던가.

 

절망의 날들을 보내던 그해 겨울, 작가는 이 질문을 안고 작업을 시작했다. 김수영의 시 ‘절망’의 시구를 모티브로 한 여성의 하루를 풀어놓은 댄스 필름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은 위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조망하여 일상의 반성과 절망에 대한 질문을 몸으로 표현해보는 작업이었다.

 

한없이 ‘일상적’인 하루 일과 속에, 귀신과 함께하는 판타지적인 순간들이 섞여 들어가는 가운데, 작가는 주인공이 퇴근 후 식탁에 앉아 마시는 와인병에 ‘킬러’를 써넣고, 곳곳에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TV에서는 이제 탄핵된 대통령이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에 미소 지으며 인터뷰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주인공은 손으로 삶은 계란을 부수며 ‘분노’를 표출했고, 주인공과 ‘동거’ 중인 귀신들은 정신없이 달력을 찢어 넘기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때만 해도, 세상이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작가는 절망의 끝에서 ‘구원’의 순간을 만난 이들 앞에, 끝까지 반성하지 않을 이들 앞에,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현실의 절망과 희망의 역설을 내놓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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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태극기 아래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다. 옹기종기 모여 현수막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개미 떼 같다. 그들은 일제히 중앙에 자리잡은 흰색 연단을 향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 것일까?

 

6·25 반공궐기대회에 참석한 서울시민들. 1974·6·25 경향신문사

 

사진을 확대해 보면, 연단에 ‘상기하자 6·25’라고 쓰여 있다. 그 위에 ‘6·25 반공궐기대회’라는 문구도 보인다. 1974년 6월25일 오전 10시, 6·25를 맞아 한국반공연맹 주최로 북한의 대남적화야욕을 분쇄하기 위한 ‘6·25 반공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여의도 5·16광장에 무려 백만 인파가 몰렸다.

 

이제 남북 정상, 북·미 정상이 차례로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 마당에 반공의식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지만, 당시에는 학생들을 반공궐기대회에 강제 동원했던 시절이다. 유시민의 &lt;나의 한국현대사&gt;에 따르면 “반공백일장을 하고 반공포스터를 그리고 반공표어를 짓고 반공웅변대회와 반공궐기대회를 하면서 자랐다”고 회상하는 시대다. 또 “옆집에서 오신 손님 간첩인지 다시 보자”라는 당시의 반공표어를 미루어 보면, ‘평범한 시민들이 이웃을 간첩으로 의심하도록 권하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반공을 궐기하고, 반공을 권하던 옛 세상은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가 보기 좋게 어울리는 시절 앞에서 민망한 기억으로 잊힐 것이다. 아직도 반공으로 표를 모으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어느 정당처럼.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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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아크릴(61×72㎝)

 

겉모습은 이제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도 어린 시절의 내가 있습니다. 힘들 때, 즐거울 때, 그냥 생각이 날 때, 한 번씩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꺼내 봅니다. 이런저런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이켜보면서 새로운 힘을 얻어 갑니다.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엔 내가 원하면 언제나 찾아오는 행복한 내가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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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분노의 이유는 감정이 아니라 참여의 의지라고 했다. 분노를 단념하지 않아야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분노해야 행복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일상의실천,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2016, 파이프 설치, 1500×1500×3600㎜ ⓒ일상의실천

 

그는 아낌없이 분노했다. 운전기사, 경비원, 가사도우미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쏟아내며 분노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병명을 내세우니 그들의 ‘분노’에 불이 붙었다. 그는 포스터 속 여성의 눈빛에 분노했다. ‘더럽고’ ‘개시건방지고’ ‘찢어버리고 싶은’ 눈빛을 파내니 그들이 분노했다. 그는 계산하는 편의점 직원에게 분노했고, 느리게 가는 장애인에게 분노했고, 뛰어노는 어린이에게 분노했다. 단식하는 정치인에게 분노했고, 토론하는 도지사에게 분노했다. 그리고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분노했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시인은 분개했다. 설렁탕집 주인에게, 야경꾼에게, 이발장이에게 분개하고 반항했다. 이내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라는 문장으로 시를 지었다. 

 

디자이너 그룹 일상의실천은 김수영의 이 시구로 조각을 만들어 한옥 마당 한가운데에 세웠다. 시구는 식수와 오물이 동시에 관통하는 배수관으로 만들었다. 파이프를 절단하고 다시 이어 붙여 만든 시구의 미로 속으로 분노의 명분과 배설의 쾌감이 뒤엉켜 흐를 터였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조그마한 일’에 분노한다고 했다. 꼴찌가 되지 않기 위해 분노한다고 했다. 작가는 이 배수관에 부조리한 사회를 향하지 못하는 ‘외적 분노’와 ‘내적 자조’를 동시에 실어 나르고 싶었다.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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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요즘 논란의 대상이 된 선거 포스터의 원본이다.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를 찍은 이 사진은 패션 사진가 김현성이 촬영했다. 이 사진 위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문구를 더하고 배경을 녹색으로 바꿔 선거벽보가 완성됐다.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당당하고 세련된 느낌이라는 호응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선거벽보에 사용된 사진. ⓒ김현성

 

그중에서 박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격렬한 반응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아주 더러운 사진” “개시건방진” “찢어 버리고 싶은” 등의 표현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만 놓고 보면, 그런 격한 반응이 수긍될 정도로 도발적이지 않다. 상반신에 반측면 얼굴을 담은 전형적인 인물사진으로, 우리가 평소 자주 접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선거벽보 사진은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기 위해 친근감과 자신감을 어필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이 비춰지는 포즈나 눈빛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진 또한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진을 두고도 각자의 관점과 시선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진에 대고 공손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탐탁지 않다. 왜 사진마저 공손해야 하는가? 사진 속 인물이 어린 여성 후보이기 때문에? 또는 사진을 바라보는 자신이 중년 남성 변호사이기 때문에? 전자라면 다분히 여성혐오적인 시선, 후자라면 시선의 권력에 의한 것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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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나무에 아크릴(24×32㎝)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모두들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을 씁니다. 인스타그램에는 화려한 일상이 매일 올라옵니다. 커피를 마시고, 쇼핑한 것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 사진과 멋진 휴양지 사진을 올립니다. 멋지게 꾸미고 연예인처럼 사진을 찍습니다. 모두들 부러워하며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사람을 현실에선 만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도 자기 자신을 현실에서 만날 수 없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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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순환도로 송추IC에서 내려와 고양시 방향으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우측에 장흥계곡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잠시 직진을 하면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라고 쓰인 커다란 표지판이 도로 위로 불쑥 드러난다. 이름에 걸맞게 청암민속박물관, 장흥아트파크, 송암스페이스센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흥조각공원, 장흥조각아틀리에, 장흥자생수목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 시설들이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1984년 이 골짜기 초입에 지금의 가나아트파크의 전신인 토탈미술관이 처음 자리를 잡았다. 전원에 넓은 부지를 활용한 토탈미술관의 조각공원 덕분에 장흥은 단순한 계곡을 낀 유원지 차원을 넘어 예술과 낭만이 넘치는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골짜기를 찾으면서 주변에는 다양한 카페와 먹거리, 즐길거리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에 편승하여 모텔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자 이곳은 점차 예술적 이미지가 퇴색되어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아들게 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의식있는 사람들과 양주시에서는 아름다웠던 1980년대의 향기를 되살려 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하여 모텔들을 매입해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개조하고 많은 예술가들과 예술 시설들을 이곳으로 유치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2008년 장흥은 문화예술체험특구로 지정되었고 2014년 건립된 시립장욱진미술관은 이 문화예술특구의 거점공간이 되었다.

 

골짜기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장욱진미술관은 화가 장욱진(1917~1990)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 작품과 자료를 전시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장욱진은 박수근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세대 서양화가이다.

최-페레이라 건축(최성희, 로랑 페레이라)에서 설계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디자인하였다 한다. 건물의 내외부가 모두 백색으로 되어 있는 이 건물은 지상에서 보면 극도로 절제된 형태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다보면 길다란 2개의 매스가 사선으로 서로 엉켜 꼬여있는 추상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예각과 둔각을 사용한 절곡된 평면은 외부에서 보이는 잔잔함과는 대조적으로 강한 역동성을 불러일으킨다.

 

2014년 ‘김수근 건축상’, 영국 BBC ‘2014 위대한 8대 신설(new) 미술관’, 한국건축가협회의 ‘2014 올해의 베스트7’이 이 작품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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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뉴욕에 체류하고 있었던 대만 출신 작가 테칭 시에는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살고 있던 맨해튼 아파트에 출퇴근 기록기를 설치한 뒤 매시 정각에 출근카드를 찍고, 기계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잿빛 유니폼 차림이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기록하던 이 기계는 예술가의 예술 활동을 냉정하게 관리 감시한 끝에 예술 작품이 되었다.

 

테칭 시에(Tehching Hsieh), 일 년의 퍼포먼스 1980~1981, 편지, 사진, 시계, 16㎜ 필름, 유니폼 ⓒ 테칭 시에

 

이 퍼포먼스는 1980년 4월11일을 시작으로 1년간 이어졌다. 365개의 펀치 카드, 365개의 필름 스트립이 쌓였다. 삭발한 채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의 머리는 장발이 되었다. 1년간 그는 50분 이상 아파트를 떠날 수 없었다. 50분 이상 잠들 수 없었다. 1년은 8760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133장의 순간은 기계의 오류로, 인간적인 오류로 놓쳤다. 그가 기록한 1년의 초상은 6분의 타임 랩스로 정리되었다.

 

테칭 시에는 거대한 바위를 끊임없이 굴려대던 시시포스를 언급했다. 형벌처럼 반복되는 시간의 감옥에 갇혀 출근카드를 펀칭해야 하는 다음 시간을 기다렸다. 1초의 어긋남도 없이 정해진 임무를 마친 후 곧바로 다음 시간을 준비했다. 그가 선택한 일이었지만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단조로운 노동을 반복하며 그는 철저하게 시간을 소비했다.

 

열심히 살든, 게으름을 피우든, 창의적으로 사고하든, 진부한 패턴을 반복하든 시간은 흘러갔다. 그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에서 시간이 멈출 일은 없었다. 인생이 다 거기서 거기지 별거 없었다. “나는 예술계가 나에게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출구, 이것이 나의 자유다.” 그는 이렇게 말했지만 시간을 낭비한 끝에 그는 ‘예술 작품’을 완성하고 말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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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김상민의 생각그림

나무에 아크릴펜(34×25㎝)

 

모두들 자기만의 집을 원합니다. 초록 잔디가 깔린 마당에 높다란 지붕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들. 그리고 일층은 거실과 부엌, 이층은 침실과 작업실, 천장에 달린 창문으로 하늘이 보이는 다락방은 아이들 방, 넓은 앞마당에선 아이들과 강아지가 뛰어놀고, 뒷마당엔 다양한 채소가 자라고 있는 집. 상상만으로는 참 멋진 집이지만, 현실에서는 모두들 학군과 교통, 환경 좋은 곳에 있는 집을 원하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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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한국인이 프랑스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그는 프랑스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일했다. 누구보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스스로 야근까지 하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몸에 밴 습관 탓이리라. 이를 지켜보던 동료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피흘려 얻어낸 우리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어.”

 

민주노조 인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울산의 거리를 가득 메운 현대그룹 7개 계열사 노조원들. 1987·8·18 경향신문사

 

 

프랑스 동료의 말처럼, 노동자의 권리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날 ‘1일 8시간’ 노동 환경이 마련되었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투쟁과 희생 덕분에 지금 당연하게 요구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실현된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법 개악이 매우 씁쓸한 이유는 그동안 치열한 투쟁으로 확보한 노동자의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노동자의 권리는 꾸준히 신장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파인텍 노조원들은 굴뚝 위에서 2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며, 대한항공 직원들은 회장 일가의 횡포에 맞서 촛불을 들고 있다. 또한 KTX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달린 재판이 정권을 위해 거래됐다는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또 다른 한편에선 악화 중인 노동 환경을 목격하면서 묵직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울산에서 6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가두시위를 벌인 그들처럼.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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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피슐리·다비드 바이스(Peter Fischli and David Weiss), Der Lauf der Dinge(The way things go), 1987, 16㎜ 컬러, 필름 ⓒ이카루스 필름

 

인간계는 복잡하다. 쉬운 길을 어렵게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찌나 얽혀 있는지, 하나의 에피소드가 엉뚱한 곳에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미국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1883~1970)는 아주 간단한 일도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다룬 만화로 인기를 끌었다. 생김새도, 작동원리도 한없이 복잡하고 심오해 보이지만, 결국 하는 일은 냅킨을 흔들거나, 우산을 펼치거나, 등을 긁는 정도다. 효율성 제로의 ‘골드버그 장치’를 고안해, 복잡하게 머리 굴리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을 풍자한 그는 원자폭탄의 위협을 다룬 카툰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가 고안한 비효율적 기계는 “최소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인간”의 행동방식을 비판하면서 등장했지만, 그의 의도는 살짝 빗나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인간들은 단순한 목적을 위해 복잡하게 움직이는 장치들을 만들었고, 골드버그 장치 구현 대회까지 열어 자신의 ‘창의력’을 과시했다.

 

골드버그 장치는 예술가에게도 작업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듀오 작가 피슐리와 바이스는 골드버그 장치처럼 작동하는 작품 ‘상황이 흐르는 방식’을 발표했다. 실을 따라 타들어가던 불꽃이 타이어를 잡고 있던 선에 닿자 그 선이 툭 끊어지며 타이어는 앞으로 굴러간다. 타이어는 드럼통을 치고, 드럼통은 초를 건드리고, 촛불이 바닥에 쏟아진 기름에 닿고, 기름의 불길이 짚단을 태운다. 무대에 오른 사물들은 마치 스스로 동력을 가진 양 구르고 뒤틀리고 넘어지고, 불타오른다. 작가는 작은 불꽃에서 출발한 일련의 연쇄 작용을 통해 시스템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에너지가 시스템을 파괴하는 상황을 풍자했다. 작가의 의도는 그랬지만, 의도가 빗나갈지도 모른다는 건 예측가능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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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 펜(21×22㎝)

 

문자로만 대화하다가, 갑자기 전화로 대화하려면 참으로 어색합니다. 전화로만 대화하다가, 직접 만나 얼굴 보면서 대화하는 건 더더욱 어색합니다. 그렇게 만나 같이 식사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끊김 없이 대화하며 식사할지 고민입니다. 이런 어색함이 싫어서, 점점 말은 줄어들고, 손가락은 바빠집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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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옛 전남도청 앞에서 본 전일빌딩 ⓒ윤성희

 

감은 눈처럼 새까만 창문의 숫자를 세어본다. 아무리 세어봐도 창문에 불빛이 켜질 기미는 없다. 물 먹은 눈처럼 번진 간판의 흔적을 따라 그려본다. 아무리 그려봐도 글자를 읽을 수는 없다. 끝내 불빛이 켜지지 않는 창문은 씁쓸하다. 아무도 기다려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끝내 읽을 수 없는 흔적은 서글프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 있는 건물은 아무 말이 없다. 깊은 밤처럼 점점 어둡게 번지는 쓸쓸함과 서글픔 사이에서 알파벳 글자 ‘LOVE LiFE’가 기묘하게 제 몸을 뒤튼다.

 

사진 속의 전일빌딩은 모두 185개의 총탄 흔적을 몸에 지닌 채 광주 금남로에 서 있다. 이곳에서 3차례 조사를 마친 국과수는 총탄 흔적을 분석해 “헬기 사격이 유력하다”고 결론 냈다. 30여년 전 이 건물에서 벌어진 일을 상상할수록 씁쓸하다. 1980년 5월 신군부가 전일빌딩으로 피신한 시민들을 향해 발포한 만행은 어떻게 가능했는지 아무도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역사적 비극을 증명하는 건물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헐리고 주차타워가 될 뻔했던 사연은 서글프다.

 

아침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영영 어두워지는 씁쓸함과 서글픔 사이에서 알파벳 글자 ‘LOVE LiFE’가 기묘하게 반짝거린다. 이곳에서 씁쓸하고 서글프게 죽어간 삶을 기억하라는 듯이.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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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순환도로 송추IC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접어든다. 골짜기를 지나는 도로를 따라 고개 하나를 넘으니 왼쪽으로 장흥관광지를 경유하고 올라오는 도로와 합쳐진다.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또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왼쪽으로 길게 놓인 저수지를 만나게 된다.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위치한 기산저수지이다. 멋진 풍광 덕에 주변에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그 가운데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도로변에 ‘안상철미술관’이라 씌어 있는 입간판이 차를 멈추게 한다. 성신여대 예술대 학장을 역임한 안상철(1927~1993)의 작품과 다양한 기획전시가 이루어지는 미술관이다. 안상철은 실험적인 한국화에서 시작하여 서양화의 기법을 접목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경주해 왔다. 젊은 시절 그는 ‘국전이 낳은 최대의 스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여러 해 동안 대통령상을 비롯한 큰 상을 수상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말년에는 자연의 돌이나 고목을 이용한 추상적인 입체작품을 많이 남겼다. 작품들 가운데는 조명이나 전동장치를 이용한 움직임을 묘사한 작품도 있어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구해 온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1990년에는 부인인 화가 나희균씨(87)와 함께 기산저수지변에 작업실을 마련하였다. 1993년 그가 타계하자 가족들은 작업실 부지에 그를 기리는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2008년에 그의 아들인 안우성씨(온고당 건축사사무소)의 설계로 현재의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멋진 조경에 반쯤 감추어진 단층으로 보이는 미술관을 바라본다. 우측에는 건물의 지붕을 이용한 낮은 경사로가 지면과 이어져 있다. 이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붕 위로 저수지의 멋진 풍광을 조망할 수 있으리라. 건물로 들어서면 대지의 경사를 의식한 듯 반 층씩 공간이 내려가게 되어 있어 실제로는 여러 층의 구조를 하고 있다. 카페의 큰 유리창 너머로 넓게 펼쳐진 저수지의 풍경이 눈을 가득 메운다.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고 아래층 정원으로 나오니 예쁘게 가꾸어진 잔디밭과 수목들이 저수지와 어우러져 평안함을 더해준다. 뒤돌아본 건물의 모습은 입구에서 보았던 단아한 단층짜리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2층의 카페부분을 돌출시켜 강조한 매스와 유리, 돌망태, 노출 콘크리트가 어우러져 모더니즘의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다양성이 잘 표출되어 있다. 저수지의 싱그러움과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이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격을 더욱 높여준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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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검색대 앞에 서면 분주하다. 일단 검색대 트레이 안에 가방을 놓는다. 이때 노트북과 액체류는 따로 꺼내야 한다. 재킷을 벗고, 허리띠를 빼고, 시계를 풀고, 때로는 신발을 벗는다. 몸에 지닌 어지간한 쇠붙이는 모두 꺼내 놓은 뒤 검색대 게이트에 들어선다. 양팔을 위로 들고 서 있으면, 기계가 나를 한 바퀴 스캔한다. 그 사이 검색대 위 나의 짐도 스캔 당한다. 어디론가 누군가를 향해 위협을 가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비로소 나는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에드 앗킨스, 세이프 컨덕트, 2016, 3채널 비디오 ⓒ 에드 앗킨스

 

틀에 박힌 시간, 소셜 미디어에 의해 결정되는 자아의 모습을 탐색하면서 기술이 매개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이슈를 다루어 온 에드 앗킨스는 공항의 검색대 앞에서 안전함을 증명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절차가 백인 서양 남성을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끔찍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안전을 위한 검열에 대한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나’는 어디까지 위험하고, 어디부터 안전한 것인가.

 

그는 마치 공항 검색대 앞 풍경처럼,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세 대의 모니터를 천장에 매달았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은 공항의 안전 프로토콜을 안내하는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애니메이션 속 인물은 재킷을 벗는 대신 얼굴을 반복적으로 벗겨내고, 코를 떼어내고, 간을 꺼내고, 피를 뽑고, 뇌를 꺼낸다. 안전 검색대와 장기은행 사이 어디인 것만 같다.

 

그는 공항이라는 ‘연옥’에 갇힌 인물처럼, 매번 단지 하나의 모티브만을 지독하게 반복하는 볼레로의 선율을 흥얼거리며 위험하지 않은 ‘나’를 증명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나’를 포기하는 중이다. ‘보안’의 이름으로.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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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아크릴 펜(30×42㎝)

 

기억날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분명 알고 있는 것인데, 분명 말할 수 있는데, 입에서 맴돌다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머릿속에서 계속 헤매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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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거리 골목에 잠복하고 있는 계엄군. 1980년 5월27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만약 사진 속에서 누군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림자 밑에 매복한 군인들이 달려나오는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상상은 곧 소리로 바뀐다. 달려가는 군인의 거친 군화 소리, 휙 개머리판을 내리치는 소리, 퍽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으악 차마 끝까지 못 내지른 비명, 푹 맥없이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 입이 없는 사진에서 이렇게 처참한 소리를 듣기는 처음이었다. 그 소리가 잦아들 때, 이미 창백한 흑백사진은 흥건한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1980년 5월27일 광주 충장로에서 찍힌 사진이다. 손글씨처럼 투박한 간판을 살펴보면, 오락실, 당구장, 고전 음악실, 생맥줏집 등 이곳은 젊은이들의 거리로 짐작된다. 저 멀리 삼복서점 간판까지 보일 정도로 맑고 화창한 오월이지만, 거리에는 군인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다. 차마저 한 대도 없고, 상점들은 모두 셔터문을 굳게 내렸다. 이날 새벽 다섯 시 십 분, 진압 작전 종료를 선언한 국가는 시민에게 거리로 나오지 말라고 엄포를 내렸다. 무려 2만5000의 군인을 투입하고 난 뒤고, 시민들은 국가의 무지막지한 폭력을 목격한 이후였다. 그 결과, 이 거리를 채워야 할 젊은이들은, 시민들은 죽거나 집에서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국가가 국민을 죽였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행된 80년 광주. 그날이 담긴 사진에서 숨어 있는 군인을 세다가, 이 텅 빈 거리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를 헤아리게 되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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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슬프면 몸짓이 슬퍼지는 걸까, 슬픈 동작이 슬픈 마음을 가져오는 걸까. 카메라 앞에 앉은 바스 얀 아더르는 슬퍼하기 시작했다. 슬픔의 종착역은 눈물인 모양이다. 그는 울기 위해 집중했다. 숨을 크게 들이쉰 그는 눈을 감고, 입술을 오물거리고, 볼을 찌푸렸다. 손으로 머리칼을 휘젓고, 눈꺼풀을 문질렀다. 슬픈 제스처로 슬픈 감정을 끌어올리는 사이사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살짝 턱을 들어 올리고 슬그머니 눈을 뜨는 순간 그의 표정에서는 불현듯 슬픔이 사라졌다. 그는 계속 슬퍼했지만, 곧바로 충분히 슬퍼지지는 않았다. 슬픔의 동작이 커지면서, 드디어 그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성인 남성의 눈물을 볼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바스 얀 아더르(Bas Jan Ader),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I’m too sad to tell you), 1971, 16㎜ 필름, 3분34초 ⓒ Mary Sue Ader-Andersen

 

소리 없는 흑백 영상 속에서 그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오열 사이사이 한숨을 돌렸다. 그때마다, 그를 둘러싼 슬픔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오열의 표정을 짓는 순간 다시 그는 슬퍼졌다. 슬픔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슬픔이 멈추는 순간의 공백이 차가웠다. 작가의 감정에 동화되던 관람자의 감정에 자꾸 균열이 갔다. 그는 3분34초간 슬퍼했다. ‘전달할 수 없는 감정적인 상태’를 극도의 슬픔으로 표현했다는 작품 ‘너무 슬퍼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의 기능을 상기시켰다. 타인의 슬픔에 닿는 일은 힘들다.

 

‘슬픔’을 작업했던 그는 그로부터 4년 후, 바다 위에서 사라졌다. 초소형 보트를 타고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 도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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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아크릴(40×50㎝)

 

웃으면 복이 온다니 오늘 한번 활짝 웃어 봅니다. 뭐 좋은 일 있냐? 처음엔 사람들도 살짝 미소로 답해줍니다. 그러나 점점 반응이 이상해집니다. 너 왜 나보고 웃냐? 내가 우습게 보이냐? 뭐 묻었나? 뭐가 잘못되었냐? 나도 그들도 모두 웃음에 어색해합니다. 웃었더니 복은 오지 않고, 어색함만 잔뜩 와버렸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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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철 펜스 위에 남과 북 두 정상의 얼굴이 나란히 걸려 있다. 불과 몇 달 전이었다면 한 프레임 안에 함께하는 모습 자체가 비현실적이거나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 2018년 5월5일 ⓒ주용성

 

실제로 만나기 전부터, 각 언론사에서는 역사적인 만남을 예견하는 자료사진이 보도됐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두 정상이 함께 있는 이미지는 생경하게 다가왔다.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순간을 합성해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그런 만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27일,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났던 꿈같은 하루는 현실로 생중계되었다. 모든 국민들은 두 사람이 서로 만나 악수하고 농담을 나누며, 가볍게 군사분계선을 뛰어넘고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지난 5월5일, 오두산 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그날 이후 달라진 분단 풍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신도시 오피스텔 광고 현수막에 두 정상의 미소 띤 얼굴이 등장할 만큼 화해와 평화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은 것이다. 그러나 사진이 찍힌 날, 같은 장소에서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김정은의 위선 평화공세’라고 주장하며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처럼 두 정상의 얼굴과 종전선언 그리고 부동산 광고와 대북전단이 함께하는 장면은 분단 현실의 생생한 단면일 것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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