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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1 장화
  2. 2017.04.21 입과 손가락
  3. 2017.04.20 서울돈화문국악당
  4. 2017.04.17 정신수양 낙서
  5. 2017.04.17 자크 앙리 라르티그
  6. 2017.04.06 홍지문, 비대칭의 조화
  7. 2017.03.31 미세먼지 방지 봄 방독면
  8. 2017.03.31 예카테리나
  9. 2017.03.24 세월호 인양
  10. 2017.03.24 특이한 점
  11. 2017.03.23 세검정, 도심 속 옛 정취
  12. 2017.03.17 공항 가는 길
  13. 2017.03.17 봄 개
  14. 2017.03.10 청동 6각 너트
  15. 2017.03.10 종이학
  16. 2017.03.09 일감호
  17. 2017.03.03 꽃 시절
  18. 2017.03.03 꽃 아가씨
  19. 2017.02.24 정글짐
  20. 2017.02.24 빈방

Masamichi Kagaya, Autoradiograph 연작 중 Boot, 2013


장화 한 켤레. 아담한 크기에 영롱한 빛을 발산한다. 제각기 굵기가 다른 빛 알갱이들은 단순한 신발에 신비감마저 감돌게 한다. 이런 걸 어쩌면 사진의 눈속임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진은 사소한 것들도 비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시각 놀이에 길들여지다 보면, 점점 사진이 객관적 증거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장화 사진은 정반대로서의 눈속임이자 반전이다. 평범했을 이 장화는 이제는 예사롭지 않은 정보를 담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지대에서 주워온 이 신발이 발산하는 빛의 정체는 모두 방사능이다. 방사능에 많이 노출될수록 빛은 훨씬 굵고 찬란하다.

 

사진가 마사미치 가가야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누출의 영향을 추적하는 도쿄대 생물학자 사토시 모리 교수팀에 합류해 사진 기록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미 대기 중으로 흩어져 버린 방사능이 생태계, 특히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에 대해 추적하고 연구한다. 놀랍게도 사고가 난 수년 후 후쿠시마에서 아주 먼 주택가에서 찍은 공기 청정기 필터 사진에서도 굵은 빛 알갱이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무색무취의 방사능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연구팀이 사용하는 사진기법은 자동방사선사진. 방사성물질이 사진 건판 위에 검정 흔적을 남기는 데에서 착안한 이 기술은 본래 연구와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마사미치는 촬영 후 이 검정 알갱이들을 흰색으로 반전시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이 사진들은 사고 지역 정상화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이 사실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증거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재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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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나무에 아크릴, 15×27㎝


대통령 후보들이 TV토론을 합니다. 상대방이 예전에 한 말들, 온라인상에 올린 글들을 끄집어내어 공격을 합니다. 온라인은 무섭습니다. 이제는 입조심 그리고 손가락도 조심해야 합니다. 온라인상의 나의 게시물들은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도 없고 영원히 나를 따라다닙니다. 그것들은 이제 고칠 수도 없는 나의 얼굴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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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길 건너편을 바라보면 삼거리 왼쪽 길모퉁이에 낯선 한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는 없었던 건물인데 지난해 9월 ‘서울돈화문국악당’이라는 국악 전문 공연장이 한옥의 모습으로 새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2011년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의 안이다.

 

 

출입구를 들어서면 잔디로 덮인 아담한 크기의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잔디마당을 단층짜리 한옥이 빙 둘러싸고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행랑채 형식으로 잔디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한옥에는 카페가 자리하여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선사한다. 잔디마당에서 야외공연이 열리면 마당 쪽의 접이문이 좌우로 펼쳐져 카페 공간은 멋진 객석으로 변신한다. 140석 규모의 국악 전문 공연장은 이 잔디마당 지하에 마련되어 있다. 어느 자리에서도 편안히 무대를 관조할 수 있도록 객석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객석 내부는 한옥 벽체와 한옥 여닫이창으로 인테리어를 하여 지상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한옥의 정감이 공연장 내부로 이어진다. 공연장이라는 대형 공간을 지하화함에 따라 지상에 위치한 건물들은 크게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건물의 모습은 잔디마당과 더불어 소박한 우리 전통 건축의 맛이 배어 나온다.

 

과거 돈화문 앞 거리는 조선성악회와 국악사양성소를 비롯한 많은 국악 명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현재도 국악학원과 한복집, 국악기점들이 다수 있어 이 지역에 대한 과거의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서울시에서는 2014년 남산과 북촌, 돈화문로를 연결하는 국악벨트를 추진하게 된다. 특히 돈화문에서 종로3가를 연결하는 도로를 ‘국악로’로 지정하여 전통문화의 거리를 조성한단다. 그 첫 사업으로 창덕궁 앞에 있던 주유소를 매입하여 이 부지 위에 지금의 서울돈화문국악당을 마련한 것이다. 그 주위로 민요박물관과 국악박물관의 건립도 추진된다 하니 앞으로 돈화문 앞 국악로가 우리의 전통미를 만끽할 수 있는 멋진 문화의 거리로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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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4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종이봉투에 아크릴 혼합재료 24×37㎝

 

TV를 켜놓고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누런 봉투에 끄적거려 봅니다. TV를 다 보고 나니 종이에 잡다한 그림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림을 보니 제 머릿속의 잡다한 생각들이 종이로 다 쏟아져 나온 거 같습니다. 온통 엉망진창 뒤죽박죽 낙서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나면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입니다. 그림으로 정신수양을 한 듯한? 어쩌면 이런 이유로 요즘 컬러링북들이 유행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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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4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그는 직업은 화가였고 신분은 귀족이었으며, 사진은 취미였을 뿐이다. 일곱 살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나 69세에서야 사진가로 알려졌다. 다만 데뷔 장소가 남달랐다. 뉴욕 현대미술관. 그곳의 사진부장 존 사코우스키가 그의 사진에 반해 첫 전시를 기획한 뒤로, 누구도 사진가로서의 그를 흉내낼 수 없었다.

 

자크 앙리 라르티그. 19세기 말에 태어나 피카소와 장 콕토 등을 친구 삼아 20세기를 즐겼던 인물. 프랑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서 그가 유년 시절부터 일기처럼 찍은 사진에는 상류 사회의 일상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그 모습들은 한결같이 유쾌하고 즐거운 사건사고들로 가득해 그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심지어는 군인으로 참전했다는 사실마저도 잊게 만든다. KT&G 상상마당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의 사진을 선보인다.

 

사진으로만 보자면 라르티그의 가족과 친척, 연인, 친구들의 매일에는 노동이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여가 활동이 차지하는데, 일 삼아 놀던 사람들답게 얼리어답터로서의 실험에도 적극적이다. 예를 들면 1910년에 찍은 이 사진은 ‘피루’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형의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한 도전을 보여준다. ‘ZYX24’라는 이름을 가진 이 탈것은 피루의 22번째 글라이더였다. 7년 전 라이트 형제가 성공한 최초의 동력 비행이 당시 얼마나 유행이었나를 짐작하게 하는 이날의 실험에서 비루는 최장 1분을 날았다고 라르티그는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상류 문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그들만의 신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솔직하고 유머 넘치는 시선 덕분이다. 그는 빛과 구도에도 탁월해서 그가 연인을 찍은 어떤 장면들은 그 순간을 훔치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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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정에서 다시 홍은사거리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상명대 앞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도로 아래 계곡 쪽에서 불쑥 솟아오른 한옥 지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쪽으로 내려가 차를 대고 홍제천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예전에는 멋진 계곡이었을 이 홍제천 위를 가로지르는 5개의 아치로 구성된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다리와 곧바로 연결된 우진각 지붕을 한 성문이 앞서 궁금해했던 바로 그 한옥 지붕의 건물이다. 조선시대 서울의 성곽과 북한산성의 방어를 위해 세워졌던 성문인 홍지문(弘智門)이다. 성문 옆으로 계곡이 맞닿아 있으니 다리 역할을 하는 성벽이 필요했으리라.

 

다리 아래는 5개의 아치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렇게 5개의 아치가 있는 다리라 하여 오간수문(五間水門)으로 불린다. 다리 위에는 성벽이었음을 알려주는 성가퀴(성벽 위에 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낮게 덧쌓은 담)가 놓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성벽은 다리 건너 우측 상명대학교 경사지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이 성벽이 탕춘대성(蕩春臺城)이다. 탕춘대성은 한양도성과 외성인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산성이다. 한양도성의 북소문에 해당하는 창의문(자하문)에서 시작하여 북한산 서남쪽 비봉까지 연결되는 약 5㎞의 구간이다.

 

탕춘대성의 명칭은 세검정에서 동쪽 100여m 떨어진 산봉우리(현재 세검정초등학교)에 연산군의 놀이터였던 탕춘대가 있었는데, 그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결국 홍지문은 이 탕춘대성을 통과하는 문으로 한양의 북쪽에 있다 하여 ‘한북문(漢北門)’이라고도 하였다. 현재 도로에 의해 성벽의 한쪽이 잘려져 있는 비대칭의 형상을 하고 있어 오히려 미학적으로는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고 있다.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추진과 함께 이 탕춘대성도 확장 등재될 가능성이 높아 정비가 추진된다고 하니 머잖아 말끔히 단장된 탕춘대성의 새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은 홍제천 아래쪽에서 홍지문과 오간수문을 올려다보며 그린 것이다. 오간수문 위쪽으로 상명대학교 캠퍼스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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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 22×32㎝

벚꽃, 개나리꽃, 도라지꽃 등등 봄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꽃구경 가고 싶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조차 없습니다. 중국은 한술 더 떠서 미세먼지 주범 공장들을 우리나라 가까운 황해 쪽으로 다 이전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미세먼지가 더 심해질 거라 생각하니 걱정입니다. 이번주부터 벚꽃축제 기간입니다. 이번 주말은 깨끗한 공기 속에서 봄꽃 향기를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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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ntot(Soon), from the series Ekaterina, 2012 ⓒ Romain Mader / ECAL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우크라이나. 이로 인해 섹스 관광에 대한 오명도 적지 않은 이 나라에는 예카테리나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에는 오직 여성들만이 산다. 늘씬하고 지적이기까지 하며, 신부 수업까지 마친 이 여성들의 이름은 모두 예카테리나. 사진가 로멩 마데르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신붓감을 찾아 즐기고 방황하다 마침내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을 만난다. 젊은 남자의 욕망에 충실한 이 설정은 물론 가짜다. 그러나 허무맹랑하다고 무시할 수만도 없다. 예카테리나는 가상의 도시이지만 로멩 마데르는 진짜 사진가이자 작품 속 주인공이고, 그가 찍은 모든 사진 또한 우크라이나의 현실 세계에서 채집되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35세 미만의 젊은 사진가를 선발해 지원을 해 주는 네덜란드의 사진미술관 폼(Foam)이 올해는 가볍고 기발하게 사진 이야기를 꾸며낸 스위스의 이 젊은 사진가를 수상자로 꼽았다. 대다수가 연출 없이 찍은 사진이지만, 그가 설정해 놓은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처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 있는 혼란을 맛본다. 그 미궁 속에는 성과 결혼의 상품화,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 그 틈새에 놓은 개인들의 관계 등 꽤 진지한 질문이 숨겨져 있다. 그의 이야기는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예카테리나를 스위스 마테호른 산으로 초대해 청혼을 하고, 결혼에 이르는 것으로 끝이 난다. 작가의 시치미는 대단해서 이 결혼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진짜였으면 좋겠고, 혹시 가짜라 해도 진짜처럼 거짓말을 계속 해줬으면 하는 야릇한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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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펜, 35×23㎝


세월호 사건 때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슈퍼 히어로나 최첨단 기술이 있었다면, 하늘이 도와주었다면, 커다란 풍선이 있었다면, 진짜 신이 나타나 모두 구해주었다면…. 그때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이제야 바다 위로 떠 올랐습니다. 슈퍼 히어로도, 최첨단 기술도, 기적도 없었습니다.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얼 하다가 이제야 하룻밤 만에 뚝딱 인양했는지 세월호에 얽혀있는 수많은 의문들이 어서 밝혀지길 바랍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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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청와대 본관, 2016


파랑 바탕에 노란 점이 박힌 스티커. 이것의 조달이 수월하지 않을 때는 비슷한 모양으로 대체 가능하다. 특이점이 없는 점 하나. 그러나 이 기호의 의미를 아는 순간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특이한 점으로 급부상한다.

 

이 점 위에는 단 한 사람, 흔히 VIP라 부르는 대통령만이 선다. 완벽한 경호를 위해, 차질 없는 예행연습을 위해, 절도를 갖춘 의전을 위해 이 점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 점은 대한민국 최고 통치권자의 압축된 권력이다.

 

사진기자 김성룡은 해마다 스스로 오답노트를 작성해 왔다. 맞다고 여겼으나 답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B컷 사진. 그가 정말 찍고 싶었던 사진은 늘 지면에 실리지 못한 채 오답처리 되었다. 지난해 그의 오답노트 제목은 ‘특이한 점’. 청와대를 출입하거나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면서 기록한 스티커들의 흔적을 모았다. 이 빨간 카펫에 스티커가 붙던 날, 언론사의 정답 문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 등 6개국의 주한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 받았다’였고, 사진 또한 당연히 등장인물의 얼굴이 나온 것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말 대사들을 임명했던 것인지, 스티커 위에 서지 않은 보이지 않은 실세의 개입이 있었던 것인지 정답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탄핵이 인용된 지금 와서 보면, 수많은 정답이 오답이었다. 김성룡의 오답 사진들은 권력이 바닥에 붙은 종이 스티커 한 장만큼이나 무상하다는 사실을 넘어 그때는 맞았으나 지금은 틀리 수 있는 정답의 배신까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그러므로 B컷 사진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B급 정치가 오답이라고 알려줄 뿐.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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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홍은사거리에서 북악터널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경사로를 오르다 보면 왼쪽 능선으로 상명대학교 캠퍼스가 올려다보인다. 상명대학교 앞 삼거리를 지나 위쪽으로 200m가량 오르다 보면 우측으로 단아한 정자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 일대의 지명을 짓게 해 준 ‘세검정’이란 정자다.

 

홍제천이 내려오는 길목에 위치한 정(丁)자형 3칸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는 이 세검정은 예로부터 멋진 풍광으로 이름이 높았던 곳이다. 지금도 홍제천 좌우로 많은 연립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해도 세검정 아래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여전히 멋진 풍광이 뿜어져 나온다. 세검정(洗劍亭)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인조반정 때 이귀, 김유 등의 반정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광해군의 폐위를 의논하고, 칼을 갈아 씻었던 자리라고 해서 세검정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한다.

 

 

경치가 빼어났기에 왕과 사대부, 여염집 자제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노닐며 시를 짓고 바위에 글씨 연습을 하였다. 계곡 위쪽에서 바위 사이를 굽이치는 물결과 쏟아지는 폭포는 많은 선비들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유혹하여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읊조리게 만들었다. 세검정의 가장 멋진 구경거리가 소나기가 쏟아질 때의 폭포 구경이었다 하니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가 정자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광은 예사롭지 않았다 할 것이다.

 

운이 좋아서일까? 지난해 가을, 내가 이곳을 찾았던 그 날에도 가을치고는 제법 큰 비가 내렸다. 상류인 평창계곡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는 홍제천으로 이어지면서 세검정에 이르러서는 멋진 풍광으로 쏟아져 내려온다. 정자 아래쪽 마당바위 앞쪽에 놓여진 홍제천을 가로지르는 보를 넘어선 세찬 물길은 세검정 옆을 오르내리는 차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폭포를 만들어 낸다.

 

지금도 이곳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다면 과거 이곳을 찾았던 옛 선비들의 서정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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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경계 밖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먼 거리에서는 당연히 여기와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멀리 날아갈수록 낯섦은 깊어진다. 공항 가는 길은 그곳만의 기후, 자연,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러나 정작 공항 자체는 경계에 머문다. 넓은 활주로를 위해 도심에 들어서지 못하고, 엄청난 소음은 주변으로 정착할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도 못한다. 공항에 근무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만 있을 뿐, 일상이 축적되지 못하는 곳. 여기와 저기를 잇는 허브이면서도 스스로는 외따로 존재하는 이방인 같은 존재일 뿐이다.

 

김신욱, Airport Way, 2015

런던에 살고 있는 김신욱은 히스로공항을 이용할 일이 잦아지면서 점점 공항을 둘러싼 주변부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오래전 히스꽃이 만발하던 농지의 대다수는 공항 부지로 편입되었고, 일부는 산업 시설이나 목장으로 변신했다. 서커스나 노천 술집이 들어서 더 멀리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유혹하는 한철 장사가 성행하기도 한다. 드문드문 주택가가 있지만 대개는 비행기의 굉음을 감내해야 할 만큼 변방에 몰린 이들이 머문다. 모두가 제 갈 길만이 바쁜 이곳에서 상주하는 직원처럼 공항을 찾는 단골이 등장하기도 한다. 카메라나 망원경을 들고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을 기록하는 이들은 전 세계 비행기의 기종과 항로를 꿰찬 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낙으로 삼는다. 그들은 오직 공항만이 선물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취미의 세계에 몰입한 자들이다. 김신욱의 ‘공항’ 연작은 이용객의 입장이 아니라 공항 자체가 지닌 장소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들은 꽤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굳이 따지자면 이곳보다는 저곳에 더 가까운 것처럼 생경하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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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 오일파스텔 24×32㎝


요즘 뉴스를 보면 화나고 짜증 나고 고구마를 먹은 듯 꽉 막혀 답답합니다. 한숨 참고 고개 돌려 봄을 바라봅니다. 예쁜 꽃다발을 들고 가는 아저씨도 보이고, 벚꽃처럼 연분홍빛 코트를 입은 아가씨도 보입니다. 학교 가는 길에는 벌써 개나리꽃이 보이고 그 옆을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지나갑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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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보통 어른의 키를 훌쩍 넘는 180×225㎝ 크기로 전시장에 걸린다.

대형 프린트의 위압감은 본능적으로 이 대상을 육중한 금속성 물질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스패너로 조이는 6각 너트란 구경이 밀리미터 단위이거나 커봤자 엄지손가락 마디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사물과 그 사물을 확대시킨 사진의 간극은 생각보다 커서, 시각적 긴장감과 함께 대상에 대한 새로운 관찰을 유도한다. 이렇듯 EH(김경태)가 사진가로서 갖고 있는 관심은 어떤 사물이 품고 있는 본연의 물성이다. 대신 사진을 통해 특정 장소나 시간에 얽힌 기억을 얘기하는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서사가 없는 그의 사진은 차갑고 중립적이면서도, 대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작가에게 사진은 카메라라는 광학 기계와 분리시킬 수 없는 쌍의 개념이기도 하다. 렌즈는 우리 눈이 미처 놓치고 있던 혹은 능력 밖이어서 볼 수 없던 차원까지를 가시화시켜 준다.

그는 처음에는 죽어 있는 작은 곤충을 가까이에서 찍으며 접사의 세계와 마주했다. 그 뒤로는 취미로 모으던 작은 돌들의 입자와 색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터득해갔다.

 

아주 미세하게 카메라의 위치나 렌즈의 초점을 조정해가면서 때로는 수백 장의 이미지를 촬영한 뒤, 한 장으로 재구성해낸다. 그 결과 실제와는 다른 원근감을 얻은 대상은 강렬한 디테일과 입체감을 드러내면서도 깊이를 잃어버린 2차원의 도면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극사실의 정점이자 광학 세계가 탄생시킨 비현실적인 이미지 같기도 한 양극성은 계속해서 긴장감을 발산시킨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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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잉크 펜 20×30㎝

 

 


몸은 여러 가지 현실에 묶여 어디 가지 못하고 그대로 있지만, 머리와 마음속에선 멀리멀리 여행을 떠나봅니다.

 

티브이 속에 보이는 외국의 풍경만 보아도 마음이 설레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책으로 여행정보를 찾아보며 여행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 마음속 여행을 떠나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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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건국대에는 대학을 상징하는 넓은 호수가 캠퍼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호수는 그 면적이 약 2만평에 달해 서울에 있는 웬만한 대학 하나를 다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란다.

 

조선시대 이 지역은 말을 키우던 목장의 습지였는데 습지를 정리하면서 그 물들을 모아 넓은 인공호수가 조성되었다. 송나라 주자의 ‘관서유감(觀書有感)’이란 한시에 나오는 ‘일감(一鑑)’과 ‘활수(活水)’를 따와 ‘거울같이 맑은 호수’라는 뜻의 일감호(一鑑湖)란 이름이 지어졌다 한다.

 

 

지하철 2호선 건대역에서 내려 정문까지 이르는 길목은 58층 높이의 스타시티를 비롯한 복잡한 상업시설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복잡한 거리를 뒤로하고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드넓고 평온한 일감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호수를 둘러싼 둘레길은 걷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잘 마련되어 있다. 호숫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를 바라보니 이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곤 했던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호수가 넓다 보니 체육대회 때는 이 둘레길을 몇 바퀴 도는 마라톤이 열리기도 하였다. 2학년 때 나도 출전하여 열심히 뛰었던 추억이 눈에 선하다. 호수의 모습은 그대로인데 주변의 건물들은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호수 건너편 중앙에는 캠퍼스의 랜드마크인 새천년관이 우뚝 세워져 있고 이를 중심으로 좌우로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 주변 조경과 더불어 멋진 파노라마를 구성한다. 좌측의 생명과학관 건물과 우측의 쿨하우스라 불리는 기숙사가 멋진 근경으로 다가온다. 호수의 우측 앞쪽에는 소가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와우도’로 불리는 조그만 섬이 있는데 이 섬은 왜가리 집단 서식지로 유명하다. 그 앞으로 고요한 호수의 적막을 깨고 노니는 새들의 물장구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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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세상은 어지러웠다. 4·19 혁명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1959년, 나라 밖에서는 쿠바가 혁명을 완수했고 바비 인형이 태어났다. 미국 우주선 익스플로러 6호가 우주에서 찍은 최초의 지구 사진을 인류에게 선물하던 그해, 그들 또한 역사적이고 의미심장한 한 장의 사진을 남겼다. 꽃 시절에 친우를 부여잡고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실제 꽃 시절에 주름살 없이 단아한 꽃다운 나이의 인생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이른 봄, 배경 속 흙바닥은 아직 버석거리는데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사진 한 장 속에서 설레는 봄기운을 맡는다.

 

전순자씨와 번암 친구들, 1959년

 

사진가이면서 지역의 시각 자료 수집에도 공을 들여온 전북 전주 서학동사진관의 김지연 관장이 그동안 모은 옛 사진들로 ‘꽃 시절’이라는 전시를 연다. 전시를 위해 사진에 글귀가 남아 있는 것들만을 추려내니 오히려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사진은 한때를 붙들어 두기 위한 방편이지만, 흐릿해지는 기억과 함께 사진에 얽힌 이야기도 각색되기 마련이다. 얼굴 가득 생기가 가득한 그날이 단기 4292년 3월5일이었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은 선연하게 남아 있는 글의 힘이다. 대개는 사진을 찍은 이들이 찍힌 이들을 위해 새겨 넣었던 말들은 한 장의 사진을 또 다른 분위기로 이끌고 간다. 예쁘게 쓰려 한 흔적이 역력하나 글씨체가 못나서 안타깝기도 하고, 푸근하고 정감 있는 장면과 달리 써놓은 문구가 너무 비장해서 우습기도 하다. 이 글들은 기억과 기념을 위한 정보이면서 동시에 사진 속으로 들어온 또 하나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사진 속에 들어와 그림이 된 문장들로 인해 전라도 번암 아가씨들의 한때는 모두의 그리움으로 남는 꽃 시절이 되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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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가씨 (나무에 아크릴 펜 28×32㎝)


입학 시즌이라 꽃을 사러 꽃시장에 갔습니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꽃시장 안에는 다양한 봄꽃들이 따뜻한 봄향기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활짝 핀 노란색 프리지어도 사고 싶고, 이제 봉오리가 생긴 하얀 히야신스 화분도 사고 싶습니다. 고민 고민하다 예쁜 꽃다발을 샀지만, 정작 입학식 때는 깜빡하고 꽃다발을 집에 두고 와 버렸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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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짐(종이에 아크릴 펜 20×20㎝)


어릴 때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는 저런 정글짐이 있었습니다. 남자애들은 저기에 올라가서 술래잡기를 했는데 겁 없는 녀석들은 철골 사이를 뛰어다녔고, 겁 많은 녀석은 엉금엉금 두 손과 두발로 기어 다녔습니다. 술래에게 잡히지 않으려 뛰어다니다가 철골을 헛디뎌 다치는 친구도 있었고, 무서워 오도 가도 못하고 우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위험했던 놀이기구였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길을 가다 정글짐에서 노는 애들을 보니 어릴 때보다 더 무서워 보입니다. 이젠 몸집이 커져서 아예 저 정글짐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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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택, 빈방 0번방 금계동 57, 2015


카메라 옵스큐라는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라는 뜻이다. 미술에서는 어둡게 만든 공간이나 상자 안에 구멍을 낸 뒤 밖에서 새들어오는 빛을 따라 맞은편 면에 거꾸로 상이 맺히는 장치를 의미한다. 오래전 화가들이 초벌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방법이기도 한데, 오늘날의 카메라는 이 장치를 간단히 만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한 끝에 태어났다. 

 

조현택은 빈방을 찾아다니며 방 자체를 카메라 옵스큐라로 만들었다. 천을 둘러 암실로 만들고 구멍을 내자 바깥 풍경이 안으로 들어왔다. ‘0번방’이라 이름 붙인 이 방에서 첫 작업의 아이디어와 맞닥뜨렸다. 정작 결과는 성에 차지 않아서, 이미지는 다른 빈방을 전전하며 다시 봄이 오기를 기다린 1년 뒤에야 얻어냈다.

 

생이 머물렀던 흔적은 남아 있으되 그마저도 자취를 감출 것 같은 소멸의 공간. 빈방은 기억마저도 망각을 향해가는 어둠의 장소다. 그러나 쇠락 또한 시간이 필요한 법. 방의 축축한 기운을 타고 이끼가 번식하는 그 시간 동안 방문 밖에서는 유채꽃이 피고지고, 바람이 불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정지한 공간과 흐르는 시간, 흩어지는 기억과 다시 솟아나는 생명은 조현택이 빈집에서 목격한 존재의 부조리함이자 이중성이다. 집 앞 유채꽃이 뒤집어진 채로 방 안을 찾아오는 전복은 이런 모순에 동조하는 자연스러운 사건일 뿐이다. 

 

사진은 이 모든 덧없음을 붙들어 그 순간에 영원을 부여한다. 카메라 옵스큐라 안에서는 모든 존재가 상으로만 맺힌다. 빛이 없다면 사라져버릴 허상처럼. 그 잡히지 않는 이미지 혹은 허무한 세계를 붙들어 두는 일이 사진이라고 조현택의 빈방은 일러준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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