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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20 사람과 사람 사이
  2. 2018.04.20 컵의 숫자만큼
  3. 2018.04.13 사이의 무게
  4. 2018.04.13 춘곤증
  5. 2018.04.12 호수공원의 벚꽃
  6. 2018.04.09 반복
  7. 2018.04.06 세상이 바뀔 때마다
  8. 2018.04.06 잔머리
  9. 2018.04.02 역사를 기억하는 예술
  10. 2018.03.30 다시, 작은 세계
  11. 2018.03.30 내 속의 수많은 ‘나’
  12. 2018.03.29 행주산성 충장사
  13. 2018.03.26 어떤 속박
  14. 2018.03.23 로스트 앤드 파운드
  15. 2018.03.23 괴물들이 사는 나라
  16. 2018.03.19 흘러간다
  17. 2018.03.16 생애를 건 목소리
  18. 2018.03.16 고래마을
  19. 2018.03.15 동화마을 프로방스
  20. 2018.03.12 권력의 남용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혼합재료에 아크릴 펜(22×29㎝)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요? 너무 가까워도 부담스럽고, 너무 멀어도 서먹해지고, 이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저 사람이 싫어할 거 같고, 다 같이 가까이 있으면 모두 다 힘들고, 모두 다 떨어져 있으면 모두 다 외롭고,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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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이 사진은 매우 무섭고 섬뜩하다. 테이블에 놓인 수저통과 양념통, 주전자, 양옆의 컵까지 모두 무섭다. 뒤에 걸린 태극기와 양옆에 쓰인 ‘자조’, ‘자립’이라는 단어 또한 섬뜩하다. 도대체 이것이 왜 무섭고, 섬뜩하단 말인가? 사진 속의 이곳은 형제복지원의 식당이기 때문이다.

 

부산 형제복지원의 대규모 식당 전경, 1981년. 경향신문사 자료사진

 

형제복지원은 1960년대 문을 열어 1987년까지 3164명을 수용했던 전국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불법감금과 강제노역, 구타와 고문이 자행됐던 이곳에서 513명이 사망했다.

 

사진 속에 가지런한 도구들은 513명에서 3164명까지 악몽을 겪었을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켜준다. 단지 숫자가 아니라 식당에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고 물을 마셨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저 많은 컵만큼, 저 커다란 식당을 채웠을 만큼 누군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각성시켜준다.

 

그들은 이유 없이 끌려와 갇혔고, 이유도 모른 채 굶주려 죽거나 맞아 죽었다. 일부 시신은 300만~500만원에 대학병원의 해부학 실습용으로도 팔려갔다. 1975년부터 1986년 사이에 513명이 죽었지만, 정부 당국의 수용 정책과 시설 운영자들의 경제적 타산이 일치되면서 무려 12년 동안 진실은 은폐되었다. 이처럼 끔찍한 인권 유린이 벌어졌지만, 1989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게 내려진 최종 선고는 고작 징역 2년6월. 관계 당국의 직무유기, 부정과 비리행위 없이도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 사진 속 태극기가 무섭고 섬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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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light volume ⓒ이민지


물기 먹은 바닥에서 팔과 다리가 돌과 물병에 붙잡힌 비닐 우의는 사람의 허물 같다. 바람이 불자 투명한 허물은 진짜 사람이 숨을 내쉬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신기하게도 그 어떤 무생물도 숨을 쉬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숨을 멈추면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숨이 있고 없고, 이 얄팍한 차이로 삶과 죽음의 아득한 간격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판가름된다는 것은 꽤 아이러니하다. 사진에서 살아 있는 것이 아니지만 숨을 쉬는 몸뚱이는 역설적으로 살아 있었지만 숨을 멈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이민지의 ‘라이트 볼륨’ 연작에서 작가의 시선은 숨이 있고 없고, 그 사이와 차이에 머문다. 그 눈길은 마치 ‘혹시 숨을 쉬지 않는 걸까’ 싶어 코 주위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는 마음과 닮았다. 문득 너무나 가까워진 죽음 앞에서 극도의 긴장감과 조심스러움이 교차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눈길과 마음으로 포착한 할머니의 임종 전후의 풍경과 사물은 물을 잔뜩 먹은 스펀지처럼 막막한 불안감과 투명한 체념이 묻어 있다. 막막함과 투명함 사이, 숨이 있고 없고의 차이, 그 간격의 무게는 과연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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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아크릴 컬러 펜슬(41×29㎝)


언제나 피곤하고, 밥 먹고 나면 졸리고,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되고, 의욕도 없고, 짜증만 납니다. 춘곤증인가 봅니다. 겨울 동안의 몸이 따뜻한 봄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4월이지만 여름처럼 더웠다가 밤에는 눈발 날리고 태풍 같은 바람이 붑니다. 아직도 우리는 겨울과 봄과 여름 사이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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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꽃샘추위가 유난한 것 같다. 4월도 깊이 들어왔는데 난데없는 함박눈까지 내려 계절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꽃샘추위라도 다가오는 계절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 남쪽에서는 벌써 벚꽃축제도 끝났다 한다. 이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곳에 따라 벚꽃이 절정에 다다를 것 같다. 때늦은 꽃샘추위를 이겨낸 일산 호수공원의 벚꽃들도 이제 그 자태를 마음껏 뽐낼 것이다.

 

 

1992년에 준공된 일산신도시는 ‘예술과 문화시설이 완비된 전원도시’ ‘자급자족의 기능을 갖춘 수도권 서부의 중심도시’ ‘남북통일의 전진기지’ 등의 목적을 가지고 조성됐다. 도시를 따라 남북으로 길게 조성된 호수공원은 일산신도시 계획의 주된 도시계획적 요소이다. 스위스 남부 제네바에 있는 레만 호수를 모델로 구상된 이 호수공원은 총면적 103만4000㎡, 호수면적 30만㎡로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이다. 호숫가로 산책로와 자전거로가 이어지고 다양한 수종의 야생화와 수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호수의 자연미를 담뿍 담고 있다. 잔디광장, 수변광장 등의 다양한 광장과 인공섬, 정자와 같은 조경요소들 외에도 음악에 맞추어 다양한 분수쇼를 연출하는 노래하는 분수대는 호수공원의 멋진 랜드마크가 된다. 고양꽃전시관, 고양 600년 기념전시관, 고양 신한류홍보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은 연중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시 관련 문화활동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을 주제로 한 국제꽃박람회, 장미축제, 가을꽃축제들과 함께 LED 조명을 이용한 겨울의 호수꽃빛축제에 이르기까지 꽃과 관련된 축제가 연중 이어진다. 이제 이 벚꽃이 지고 나면 호수공원의 대표적인 꽃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우리를 맞는다. 매년 봄, 호수교에서 장미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 펼쳐지는 국제꽃박람회는 일산 호수공원의 존재 가치를 높여주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이달 27일부터 17일간 이어진단다. 올해는 어떤 꽃들로 우리를 유혹할지 궁금해진다. 노래하는 분수의 힘찬 물줄기는 벌써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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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 1982, ⓒYi-Chun Wu/MoMA


해가 뜨고 지는 일, 눈을 뜨고 감는 일,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일, 전원을 켜고 끄는 일, 일어나고 잠드는 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 꽃이 피고 지는 일, 계절이 오고 가는 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 달이 차고 기우는 일, 태어나고 죽는 일, 새것이 낡아가는 일. 나는 소소한 일, 거대한 일이 촘촘하게 반복되는 세상에 파묻혀 살고 있다.

 

전통을 거부하는 일이 전통인 예술계에서,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가 음악의 전통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지독하게 단순한 반복이었다. 반복되는 악절을 일치시켰다가 어긋나게 만들고 다시 일치시키는 전개가 되풀이되는 그의 음악은 진부하거나, 지루하거나, 기존 체계에 대한 부정이라고 할 법한 정도의 혁신이었다.

 

벨기에를 떠나 뉴욕 유학길에 올랐던 무용수 드 케이르스마커의 짐가방에는 스티브 라이히의 음반이 있었다. 1982년, 22세의 드 케이르스마커는 그의 음악과 교감하여 ‘파제, 스티브 라이히 음악에 대한 네 가지 움직임’을 발표했다. 엄격하게 반복적인 동작으로 구성한 이 실험적인 작품으로 그는 ‘무용에 혁신을 촉발한’ 안무가가 되었다. 무용수가 반복하는 회전 동작이 쌓여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은 움직임을 따라 무대 위 하얀 모래 위에서 꽃처럼 피어올랐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업에 대해 ‘그저 음악에만 기대지 않고, 음악 위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했다’고 덧붙이며, 그의 행보에 독보적인 가치를 부여했다. 초연 이후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연하기까지, 300회인지 400회인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 온 이 춤은 이제 ‘전설’이 되었고, 여전히 그 춤을 추고 있는 ‘미니멀리즘 무용의 교과서’ 드 케이르스마커는 이제 58세가 되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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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오른팔을 들어 팔뚝질을 한다. 사진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바라보면 함성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불끈 쥔 주먹과 구호가 향하는 곳은 ‘한열이를 살려내라’고 적힌 커다란 걸개그림이다.   

 

 

큰 규모의 시위나 집회, 장례 행렬마다 대형 걸개그림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인 연유를 시각적으로 요약하는 걸개그림의 모티프는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사진에서 비롯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한열이를 살려내라’가 그랬고, 1989년 전국노동자대회의 ‘노동해방도’도 그랬다.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어머니 영정을 끌어안은 상주 전태일의 모습이 담긴 걸개그림이 앞장섰다. 단순히 현장을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진이 투쟁의 현장에서 구심점이 되는 걸개그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바다에서 떠오른 젊은이의 사진 한 장이 커다란 투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이한열 열사 추모제, 1989년 6월9일 ⓒ박용수

 

그러나,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꾼다’고 쉽게 흥분하지는 말자. 엄밀히 말하면 세상을 바꾸는 건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사진에 반응한 사람들의 힘이다. 사진 한 장이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으는 촉매 역할을 하지만, 그건 사진 마음대로 또는 사진가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결국, 사진을 본 사람들이 함께 반응하고 움직여야 생기는 결과인 셈이다. 세상이 바뀌는 고비마다 사진이 함께 깃들어 우리의 기억과 망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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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29×40㎝)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대충, 쉽고, 빠르고, 욕 안 먹게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내 머릿속 잔머리들을 굴려 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 보아도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괜히 잔머리를 굴렸다간 일을 망칠지 모릅니다. 이럴 때는 그냥 정석대로 일하는 게 최고일 거 같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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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한 유형의 힘을 알아차리는 데 유난히 밝은 눈을 가진 작가라고 평가받았던 한스 하케는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참여 작가 제안을 받고, 독일관에 축적되어 있는 히틀러의 욕망에 주목했다.

 

한스 하케, 게르마니아, 1993, 설치,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 파빌리온 ⓒ한스 하케

 

1909년 베니스의 자르디니 정원에 세 번째 국가관으로 자리 잡은 독일관은 히틀러가 추구하는 나치의 미학 원리, 독일 예술의 새로운 정신을 담기 위해 1938년 재건되었다. 로마제국을 넘어서는 거대한 독일제국의 건설을 꿈꾼 히틀러는 게르마니아라는 이름으로 도시계획을 추진했고, 베니스의 독일관도 그 맥락 안에서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히틀러의 비전을 그대로 투영한 독일관은 패전 이후, 나치즘 시대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참여 작가들의 과제는 독일관이 품어내는 나치의 역사를 지우고, 건물의 메시지를 무력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1991년 통일 이후 독일 사회에 네오나치즘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바라보며, 그는 1934년 히틀러가 베니스비엔날레를 방문했던 당시의 사진을 국가관 입구에 걸었다. 입구를 통과해 실내로 들어선 관객은 공허하게 빈 공간과 산산이 부서진 바닥면을 만난다. 그는 내부 바닥 판을 조각내어 방문객들이 비틀거리며 걷도록 만들었다. 나치의 깃발 아래, 부서지는 콘크리트 조각을 밟으며 ‘게르마니아’를 통과하는 관객들은 ‘합법적’ 파괴와 학살이 자행된 전쟁의 참상을 연상했다. 독일의 건강한 미래는 그릇된 역사를 철저히 분쇄한 후에나 올 수 있음을, 사람들은 느낄 수 있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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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기억 #여름방학2, 2017 ⓒ권도연 (제공_갤러리 룩스)


간신히 책의 몰골로 남은 종이 뭉치들이 재처럼 바스라질 것 같다. 영안실의 시신처럼 표본실의 표본처럼 창백한 얼굴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 플래시의 강한 섬광과 함께 방부된 종이 얼굴에서 책의 영정을 떠올린다.

 

개인전 <섬광기억>(갤러리 룩스, ~4월22일)을 열고 있는 권도연 작가가 연출한 장면은 유년 시절의 기억과 연결된다. 어린 시절, 작가의 아버지는 헌책방에서 사온 책들로 집 지하실에 작은 도서관을 꾸며줬다. 작가는 이곳을 자기만의 놀이터로 삼아 내밀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여름날 홍수로 지하실이 침수되는 걸 목격했다. 물이 차오르고 빠져나가는 과정 속에서 뭉개지고 찢어지고 분해된 것은 단지 책만이 아니었다. 현실과 독립된 채 완벽한 문장들로 둘러싸인 작은 세계가 그의 눈앞에서 붕괴된 것이다.

 

작가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 성장한 뒤에도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 기억(이미지)을 사진으로 불러온다. 도서관에서 기증받은 헌책에서 낱장을 분리해 나무선반 위에 배치하고, 물리적·화학적 처리를 거쳐 기억 속 이미지에 더 다가간다. 어제 속절없이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장면을 이제 손으로 복원하는 과정은 스스로를 다시 자기만의 작은 세계에 인도하는 일일 것이다.

 

이 이미지는 과거의 기억과 얼마나 일치하느냐보다 현실에서 사라진 장면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빛난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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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아크릴(40×50㎝)


내 속에 수많은 ‘나’가 있습니다. 공격적인 나, 착한 나, 게으른 나, 똑똑한 나, 신경질적인 나, 행복한 나, 우울한 나.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내 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한테 짜증내는 사람, 친절한 사람, 웃어주는 사람, 사랑해주는 사람, 화내는 사람, 조언해주는 사람. 수많은 ‘나’와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만나 지금의 ‘나’가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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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자유로 행주대교IC에서 바깥 차선으로 서울 쪽을 향하면 곧바로 행주산성 방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자유로에서 내려오자마자 그 일대는 여기저기 여러 국숫집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국수로 특화된 지역임을 직감케 한다. 호기심 겸 한 국숫집에서 시장기를 해결한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가득 담겨오는 잔치국수는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이다. 식사 후 다시 차를 몰아 반대편 능선 쪽에 있는 행주산성으로 향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정문을 향한다.

 

 

대첩문이라 쓰여 있는 정문을 통과하여 경내로 들어간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나지막한 언덕길로 행주산성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권율 장군 동상, 충장사, 행주대첩 기념관, 덕양정, 행주대첩비, 충의정 등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1.6㎞ 정도란다. 운동 겸 둘레길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정상에 있는 덕양정에서는 한강과 서울, 고양시와 김포시까지 드넓은 풍광이 펼쳐진다. 둘레길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소이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권율 장군 동상 뒤쪽에 위치한 충장사가 나를 이끈다. 언덕길을 올라가는 우측으로 폭이 좁은 진입로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 길 위에는 자그마한 홍살문이 있어 이 지역이 신성한 곳임을 암시한다. ‘충성된 장군을 모신 사당’이란 뜻의 충장사는 언덕을 이용하여 입구의 삼문과 그 안쪽에 사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산도대첩, 진주성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을 이루었던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시는 사당이다. 원래는 행주 나루터 안마을에 정면 3칸, 측면 1칸의 규모로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 그 후 1970년 행주산성 정화공사 때 현 위치에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다시 지어졌다.

 

행주대첩의 원년 양력 날짜인 매년 3월14일에는 대첩을 기념하는 제례행사가 이 충장사에서 열린다고 한다. 올해로 425주년을 맞이한 지난 3월14일에도 고양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직접 참여하는 제례가 있었다고 한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기와를 제외한 구조부분이 모두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비록 진정한 전통건축이라 할 수는 없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모든 부재의 형상과 단청 덕에 전통건축의 맛이 제법 풍겨난다. 더구나 삼문과 사당, 그리고 뒤쪽 능선에 위치한 행주대첩 기념관이 주변 수목과 어우러져 멋진 구도를 만들어낸다. 이 멋진 풍광은 큰길에서 이곳까지 애써 찾아 들어온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별선물이리라.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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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처럼 전시장 곳곳에 툭툭 쌓여 있는 시멘트 벽돌담 너머로 화면 곳곳이 떨어져 나간 대형 모니터가 서 있고, 부서져 나온 모니터 조각들은 전시장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깨진 화면 위로 모델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드리 헤밍웨이의 모습이 보인다. 노란 블라우스를 입은 그는 채광이 좋은 사무실에 앉아 옥수수를 먹는 중이다.

관절재활치료기구(CPM)의 도움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테이블 위 옥수수에 닿는 것은 영 쉽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옥수수를 입에 넣는 데 성공한다.

 

예스퍼 유스트, servitudes, 2015, 영상, 설치, 아이뮤지엄 설치장면.

 

옥수수를 씹는 촉촉한 소리와 피아노의 영롱한 선율이 하모니를 이루는 가운데, 어색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으로 옥수수를 먹으면서 간간이 관객을 향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헤밍웨이의 모습은 아름다운 옥수수 광고모델 같다.

 

덴마크 출신 작가 예스퍼 유스트는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기계의 힘을 빌려 옥수수를 먹는 찰리 채플린을 보았다.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손발이 묶인 그는 점심시간을 아끼기 위해 공장주가 도입한 자동 급식 기계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를 먹었다. 빠르게 회전하는 급식 기계는 채플린의 이빨을 갈아버리고, 컨베이어 벨트의 미친 속도는 그의 정신을 갈아버렸다.

 

<모던타임즈>의 시간으로부터 세월이 꽤 흘렀으니, 무언가 달라졌을까. 채플린의 시대와 드리 헤밍웨이의 시대를 옥수수(GMO)와 기계로 연결한 예스퍼 유스트는 옥수수 뒤에서 이익을 거둬들이는 이의 그림자를 작품 속에 포착했다.

 

전보다 섬세한 속도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통제하는 그림자의 몸짓은 더없이 우아했고 매력적이었다. 그림자가 마련한 판타지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기꺼이 올라탄 이들은 옥수수를 즐겼고.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그들의 욕망을 연료 삼아 컨베이어 벨트는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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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앤드 파운드 프로젝트


표면이 지워지고 부식된 사진 속에 두 사람이 있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얼굴에는 코와 입이 지워졌고 눈만 간신히 보인다. 반대로, 다른 이는 눈 주위가 지워졌고 간신히 입만 보인다. 둘은 연인 사이일까, 아니면 부녀일까?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다정한 한때가 담긴 사진은 그들에겐 분명 소중한 추억일 것이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발견된 사진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재해 현장에서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비록 망가진 사진이지만, 누군가의 추억이기에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사진을 주인에게 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로스트 앤드 파운드(Lost and Found)’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수집된 사진들은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재촬영해 색인파일 시스템으로 만들어 검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진의 주인을 찾아주는 게 프로젝트의 요지였고, 무려 1만9200장의 사진이 주인을 되찾았다. 대지진으로 무너진 건 집과 도로 등 물리적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쌓은 시간과 기억들도 함께 부서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무너진 가운데 사진을 되찾는 일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하지만 사진 한 장은 마법처럼 옛 기억 속으로 우리를 되돌려 놓는다. 그 모든 것이 떠내려가도, 붙잡아야 할 소중한 추억이 사진 속에 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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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아크릴 펜(30×42㎝)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괴물들을 그려봅니다. 이상하게 생긴 만화 주인공도 그려보고, 외계인과 로봇들도 그려봅니다. 여기는 모두 다 다르게 생긴 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평범하게 생긴 사람도 한번 그려 넣어 봅니다. 잘 어울리네요. 이곳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역시 눈·코·입이 다 달려 있는 신기한 괴물일 뿐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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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쉬린 코드르, 확장된 바다, 2017, 비디오 설치, 12시간, ⓒ네쉬린 코드르


세상에 멈추어 있는 것은 없다. 지구는 여전히 시속 1600㎞의 속도로 자전하고, 시속 10만㎞의 속도로 공전 중이니, 멈추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가만히 있어도 분주하고 번잡한 이유는 모두 정신없이 돌고 달리는 지구 때문이다. 하루를 돌리고, 계절을 달리는 지구의 속도 위에 흐르지 않는 건 없다.

 

네쉬린 코드르는 베이루트의 야외 풀장에서 흘러가는 하루의 절반을 영상 속에 붙잡았다. 어둠을 뚫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어떤 움직임과 물살을 가르는 소리로 영상은 시작한다. 지구 자전의 속도에 맞춰 붉은 기운이 어둠을 서서히 걷어내면 순식간에 날이 밝는다. 수평의 평평한 프레임 안에 포착한 야외 풀장 너머 지중해가 잔잔하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푸른 하늘이 시원하다.

 

작가는 야외 풀장에서 줄기차게 헤엄치고 있다. 일정한 속도로 코스를 오가는 그는, 규칙적으로 프레임 안을 헤엄쳐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어느새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태양이 표준 자오선을 지나는 정오에 한 시간 남짓 풀장을 벗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수영했다. 수영하는 작가의 움직임 너머 지중해에서는 간혹 보트가 떠 있다가 지나가고, 수영하는 사람들이 첨벙거리다 지나가고, 파도가 일렁이다 지나간다. 풀장도, 바다도, 하늘도 푸르게 고요한데, 그 지독하게 잔잔한 12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푸른색이 알아차릴 수 없는 속도로 눈앞에서 지나간다. 여전히 지구는 정신없이 돌고 있지만, 세상의 소음을 뒤로한 채 잔잔한 그 푸르름 앞에, 지난하게 반복되는 작가의 몸짓 앞에 느긋해지는 마음의 속도가 불편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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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고문 사건이 일어난 조사실 책상, 1986년, 경향신문사


책상 하나로도 꽉 찰 만큼 좁은 사무실, 창문에는 철창이 답답하게 둘러싸고 있다. 조금 삭막해 보이긴 해도 흔한 사무실의 모습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죽기보다 싫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지옥 같은 곳이기도 하다.

 

1986년 6월6일 새벽, 당시 대학생이었던 권인숙은 부천경찰서 조사실에서 성적으로 유린당했다. 부천시 지역의 노동운동에 가담해 ‘허명숙’이란 가명으로 위장취업했던 그녀는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로 연행됐다. 그리고 사진 속 조사실에서 수갑에 묶인 채 문귀동 형사에게 매우 악질적인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이른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이다.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녀는 정신을 차려 이 사실을 폭로했다. 문귀동을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하고 검찰에 진상규명도 요구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어렵사리 용기를 낸 여성의 목소리가 우리 주위를 맴돈다.

 

 “나는 생애를 걸고 지구를 향해서 정당성을 주장한다.”

권인숙의 최후진술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목소리를 살뜰히 챙겨야 할 때다. 그러나 30년 전 검찰은 공식발표에서 “운동권이 성을 혁명의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지금의 미투 운동을 두고는 꽃뱀을 운운하는 이도 있다. 절박한 구조신호가 담긴 이 목소리에도 응답하지 못하는 세상이란 얼마나 엉망인 것인가.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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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56×25㎝)


커다란 고래 등에 집을 짓고 넓은 바다를 여행해 봅니다. 너무 추울 때는 따뜻한 남쪽으로, 너무 더울 때는 시원한 북쪽으로, 미세먼지가 몰려올 때는 깨끗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비가 계속 올 때는 햇볕 쨍쨍한 곳으로, 두툼한 외투를 입고 싶을 때에는 추운 곳으로, 시원한 반바지를 입고 싶을 때에는 더운 곳으로. 이렇게 내 마음대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 보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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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에서 파주 헤이리로 접어드는 성동IC를 빠져 나온다.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곧바로 또다시 좌회전. 헤이리 마을 입구 맞은편에 세워져 있는 ‘파주 맛고을 음식문화거리’ 이정표가 나를 안내한다. 이정표처럼 이 길로 가면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펼쳐질 것 같다. 역시나 나지막한 언덕길을 넘어 이어지는 도로 좌우로 다양한 음식점들이 시장기 도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문득 앞에는 ‘프로방스 마을 주차장’이라 쓰여있는 커다란 건물이 길을 막아선다. 이 주차장 뒤쪽으로 한 해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는 파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프로방스’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초입 도로변에는 마늘빵으로 유명한 류재은베이커리 본점이 자리 잡고 있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방스는 1996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점차로 영역이 확대되어 이제는 40여개의 건물들이 들어선 유럽형 마을로 발전하였다. 다양한 파스텔 컬러의 벽체 위로 붉은 오지기와 지붕을 한 건물들이 나지막한 구릉 위에 자연스레 배치되어 있다. 건물들은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인테리어 소품, 허브용품, 의류매장, 베이커리 등의 상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건물은 독립된 운영으로 소유주들의 독창적인 마케팅이 발휘되면서도 마을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 사용되는 그릇류를 직접 제작하는 도자기 공방도 함께 있어 마치 마을 전체가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마을의 느낌이다. 경사지를 그대로 이용한 언덕길과 계단, 조그만 광장을 둘러싸고 건물들은 서로 다른 색채의 얼굴로 화사함을 선사한다. 이름 그대로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온 듯하다. 단층짜리 건물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조그만 골목은 마치 체코 프라하의 비트 성당 뒤쪽에 있는 황금소로가 연상된다. 이 건물들 어딘가에 카프카가 집필하던 집이 있을 것 같다. 예쁜 정원과 동화 같은 오브제들, 벽체의 화사한 색채에 둘러싸여 동화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이 골목 저 골목 풍겨나오는 이국적 정취 속에 마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날이 따뜻해지면 저 광장 한 귀퉁이에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거리의 악사도 나타날 것 같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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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제니 홀저가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권력의 남용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 작업을 내건 이후, 사람들은 권력 남용의 현장에 이 경구를 소환했다. 급기야 지난해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인용된 문장으로 언급되며, 권력 앞에 침묵하는 이들을 각성시켰다.

 

제니 홀저, 트루이즘-권력의 남용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Truism-Abuse of power comes as no surprise), 1982, 컴퓨터 애니메이션,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6.1×12.2m ⓒ제니 홀저, 퍼블릭 아트 펀드, 사진: 존 마케일

 

지난해 10월, 미술전문잡지 아트포럼에서 일했던 아만다 슈미트는 잡지의 공동 발행인 나이트 랜즈맨의 성희롱을 폭로했다. 신디 셔먼, 로리 앤더슨, 제니 홀저 등의 예술가뿐 아니라 아트딜러 사디 콜, 바버라 글래드스톤, 큐레이터 로라 호프먼, 리사 필립스 등 7000명 이상의 미술계 여성들이 아만다 슈미트의 용기를 지지하며 미술계 내 권력을 이용한 성희롱을 고발, 비판하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We Are Not Surprised·WAN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제니 홀저의 경구에서 출발하는 홈페이지 ‘www.not-surprised.org’에 “우리는 자원 제공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비웃음당하고, 짓눌리고, 희롱당하고, 경멸받고, 협박받았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게시하고, 권력 남용의 현장에 늘 노출되어 있는 여성의 현실을 고발했다. 잡지는 사과하고, 나이트 랜즈맨은 사임했다. 아만다 슈미트는 침묵을 깨뜨린 용기로 그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채 흐르지 않았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트포럼과 나이트 랜즈맨은 ‘책임’으로부터 살짝 비켜서는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권력자가 ‘승승장구’하는 일은, 늘 그렇듯이 놀라울 것도 없지만.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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