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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의 웃음을 품은 시선 자신의 인생경로를 바꾼 한 청년이 있다. 마음이 서니 행동이 뒤따랐다. 우선 들어가기 어렵다는 외국계 대기업의 정규직 자리를 미련 없이 박차고 나왔다. 주변 지인들의 염려 가득한 만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는 설명으로 대부분 ‘설득’되었다. 그는 굴레와 격식에서 벗어난 가뿐한 몸으로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이끌리는 곳이 있으면 떠날 날을 정하지 않고 머무는 일도 잦았다. 특히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감이 주는 느낌에 큰 감동을 얻은 ‘부르키나파소’에서의 경험은 또 한번 청년의 인생 방향을 바꾸는 계기로 이어졌다. 1년을 넘게 머물며 매일같이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던 어느 날 그는 세상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강한 성찰의 시간을 체험했다. 그때까지 단순히 여.. 더보기
작가들만 모르는 것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다는 건 외형상 한 나라의 시각예술을 대표하는 성격을 띤다. 하지만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가끔은 척박한 미술생태의 반영이자, 빈약한 인적 자산과 구조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틈’이기도 하다. ‘아트팩트넷(ArtFact.net)’ 등, 유명 미술전문 분석지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가들의 활약은 주목할 이유이긴 해도, 반드시 미술사적 평가까지 긍정적인 건 아니다. 분석의 단초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절대적 기준인 양 맹신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비엔날레 대표작가가 되고, 유력 매체가 제공하는 지면 한 귀퉁이에 새긴 이름 석 자는 어떤 가능성을 담보한다. 적어도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문화적 상태인 ‘동시대성’에 근접해 있다는 건 인정받는다. 동.. 더보기
괴물을 닦는 자 그는 지금 산꼭대기에 있다. 늘 이곳에서 머무는 건지, 어쩌다 한 번씩 올라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에게 이 상황은 익숙한 것 같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바위에 살짝 앉은 모습이 불안해 보이기는 해도 어색하지는 않다. 벗어진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흰머리도 보이지만, 제법 잘 빗어 넘긴 단정한 머리에, 청록빛이 살짝 도는 줄무늬 양복을 말끔하게 입고, 센스 있게 앞코가 살짝 뾰족한 구두를 신은 그는 추레하지 않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맨처럼 세련됐다. 살짝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테지만 걱정은 접어두어도 되겠다. 발 앞에 양동이를 두고, 양손에 쥔 흰 수건으로 ‘괴물’을 씻기고 있는 이 ‘댄디맨’은 거대한 손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그는 지금 괴물들을 돌보는 중이고, 괴물들은 그.. 더보기
사람에게 사진을 권하다 근래 들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잦다. 대학 강단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기도 하고 사회의 그늘진 자리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과 함께하는 통합사례관리사들, 또는 여러 예술강사들 그외 사진을 매개로 삼고자 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의 인연들이 일상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사진은 자신의 몸을 들여 무언가를 바라보는 창문이라는 말로 얘기를 시작한다. 세상을 바라보고 그 느낌을 담아내는 수많은 ‘창’들 중에서 사진은 몸을 들여야만 가능하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자신만의 눈으로 읽어 전하기 위해서는 상상으로서만이 아니라, 그 대상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몸이 있어야 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자연풍경이든, 어느 타인의 삶이든 하다못해 군침 돋는 음식 앞에서든 마찬가지. 직접.. 더보기
하고 싶은 대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다른 사람 의식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남들이 비웃어도 내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배불뚝이 아저씨라도 발레를 배워보고 싶으면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귀중한 시간 다른 사람의 꿈을 따라가기보다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도전해 보아야 합니다. 더보기
일점호화주의적 건축 일본 사상가이자 예술가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가 1967년 처음 자신의 글에 사용한 일점호화주의(一點豪華主義)란 이것저것 평균화시켜 생각하지 말고 하나에 몰입하자는 가치론이다. 예를 들어 이불 한 장으로 아무 곳에서나 자도 상관없으니 일단은 꿈꾸던 스포츠카부터 사고, 사흘 동안을 빵과 우유 한 병으로 버틴 뒤 나흘째는 미슐랭급 레스토랑에 가는 식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양복이나 주거비용, 식비 등에 일정하게 배분하지 말고 자기 존재 중 쏟아부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한 점을 골라 그곳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특별한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은 그에게 있어 지극히 사상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나는 일점호화주의가 사상적인 행위라는 데 공감한다. 균형 잡힌 타성 속에서.. 더보기
화이트앨범을 삽니다 작가 러더퍼드 창의 ‘상점’에는 ‘화이트앨범을 삽니다’라는 네온사인 간판이 걸려 있다. 한쪽 벽에는 흰 레코드판을 마치 빈 캔버스처럼 진열해 두었고, 테이블 위에는 시리얼 번호 순서대로 정리해 넣은 박스를 올렸다. 관객은 앨범을 넘겨보고, 공간 한쪽에 마련된 턴테이블에서 음악도 들을 수 있지만, ‘화이트앨범’이라고 불리는 이 레코드판을 구매할 수는 없다. 혹시 그들이 이와 동일한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영국의 팝 아티스트 리처드 해밀턴이 커버를 디자인한 이 앨범은 1968년 발매된 비틀스의 10번째 레코드다. 아무 그림 없이 하얀 표면에 비틀스의 이름만 새겨 넣은 이 더블 앨범은 300만장이 제작되어 커버 오른쪽 하단에 고유의 시리얼 번호를 달고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00.. 더보기
미세먼지 마스크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덥고 숨쉬기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불편한 것은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화난 표정인지? 아니면 나를 보고 미소 짓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 속에 얼굴을 가리고 아는 척하기 싫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냥 모른 척 지나치기도 합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안 그래도 서먹한 사람들 사이에 고성능 마스크처럼 또 하나의 두꺼운 필터가 생겨 버렸습니다. 더보기
말없이 ‘말’이 되는 순간 얼굴은 말을 한다. 가만히 서서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기쁘거나 슬퍼서 그리고 화가 나거나 우울해서 등의 굴곡이 있는 감정 상태일 때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더 많은 무언가가 담겨 있다. 살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쌓이거나 거기에 공감을 이룰 만한 인연이 덧대어지면 얼굴은 광활한 우주가 된다. 한 생명의 고고한 삶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살아온 세월이 말을 건네고 살아갈 희망이 웃음을 던지며 고단한 현실이 손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품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의 상황이 되어 내 어깨에 닿은 그의 체온에 힘을 얻을 때도 많다. 그의 얼굴이 말을 하고 나의 얼굴이 말을 하는 것은 서로 마주하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의 얼굴에.. 더보기
빈약한 해외 진출 지원정책, 고립무원의 작가들 동시대 미술은 오늘의 의제를 예술을 통해 해석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새로운 모더니티를 생성하는 데 방점을 둔다. 이는 전 지구적 현상으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비평가든 기획자든 그들의 시각은 국지적이지 않다. 글로벌 흐름이 만들어내는 맥락과 상호 관련 속에서 미술을 이해한다. 작가들도 매한가지다. 개별적이면서 타인과 공유되는 경험이기도 한 동시대성을 발판으로 미적·물리적 확장을 끊임없이 도모한다. 특히 시대흐름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젊은 작가들은 동시대 미술 특유의 영토 구분 없는 교류에 민감하며 자신만의 미술언어로 지구촌 곳곳의 예술현장에 서기 위해 부단히 경주한다. 하지만 세계로의 접근을 위한 ‘통로’는 대체로 작가들 개별 노력에 의해 마련된다. 낡은 교수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술대학은 큰 도움이 .. 더보기
불면증의 무게 류샤오동은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 위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광장의 풍경을 지켜보는 카메라는 이미지 스트리밍 데이터를 수집하여 컴퓨터로 보내고, 컴퓨터는 그 데이터를 로봇에 전달하고, 로봇은 전달받은 정보로 그림을 그린다. 간혹 인터넷의 버퍼링이 심하거나, 끊어지거나 심지어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 전송이 멈추고 로봇의 붓질도 멈추지만, 그 결과 캔버스 위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기꺼이 예술의 한 부분이 된다. 광장을 거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고요한 풍경에 동선을 그을 때, 로봇의 붓질은 캔버스에 추상적인 선을 쌓는다. 모순과 갈등이 있는 어딘가, 역동적인 현실이 놓여 있는 바로 그곳에 이젤을 설치한 후, 매우 성실한 태도로 풍경과 사람들의 초상을 기록하던 그가 로봇에 붓을 맡긴 이유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묻는.. 더보기
뜬구름 잡기 넌 꿈이 무엇이니? 앞으로의 계획은 있니? 어떻게 먹고살 거니? 무엇을 하고 싶니?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을 자꾸 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말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우라 합니다. 과연 누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뜬구름 같은 이야기도 아주 오래오래 고민, 고민하다 나온 말입니다. 너무나 빨리 바뀌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서 우리는 그런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건축물의 다섯번째 입면 ‘옥상’ 몇 해 전 뉴욕과 런던 도심 일대 건물 옥상에서 목욕과 영화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목욕탕 극장(Hot tub cinema)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이 이색 행사는 방치되었던 건물 옥상을 시민에게 개방하여 소형 튜브 욕조를 다수 설치하고 그 안에 누워 밤하늘의 별과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영화와 음료를 즐기는 것이었다.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서 옥상이 수용하는 콘텐츠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지며,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 또한 한계가 없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20세기 이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종을 이루었던 경사지붕이 역사적 종지부를 찍은 것은 바로 철근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방수법의 대두였다. 전자는 평활하고 거주성이 주어진 옥상이 가능토록, 후자 덕분에 빗물이 머물지 못하는 가파른 물매의 경사지붕이.. 더보기
카를 라거펠트 한 해에 6번의 샤넬 컬렉션 쇼, 5번의 펜디 쇼, 2번의 개인 브랜드 쇼 기획은 기본이고, 패션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고,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브랜드 캠페인을 기획해온, 샤넬보다 더 오래 샤넬을 이끈 카를 라거펠트가 작고했다. 그는 1954년 국제 양모 사무국(IWS)에서 주최한 공모전 코트 부문에서 수상하며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호주산 양모를 전 세계에 홍보하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은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통해 업계의 비전을 확산시키기 위한 유용한 전략이었다. 발망의 어시스턴트를 시작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오트 쿠튀르에서 옷의 정석은 배울 수 있었지만, 지루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당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기성복’ 디자이너의 길을 택한다. 이후 대담한 아이디어를 .. 더보기
낡은 열차가 준 풍경 오랜만에 무궁화 열차를 탔다. 차창 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이 정겨웠다. 약속된 시간이 빠듯한 탓에 다소 조급한 마음이었는데 널찍한 좌석에 앉는 순간 왠지 편안한 느낌이 쑥 들었다. 가는 시간 동안 겨울 끝자락의 들녘을 눈으로 즐겼다. 지역에 갈 일정이 있으면 예외 없이 고속열차를 타는 일이 잦았다. 시간을 줄이고 줄이는 일상이 늘 되풀이되었고 하루 중 또 다른 일정을 끼워 넣기 바빴다. 그래서일까. 오래되어 낡은 데다 느리기까지 한 무궁화 열차 안에서의 느낌이 생경하면서 반가웠다. 모처럼 얻은 여유를 부리며 잠시 후에 서게 될 ‘자리’를 생각했다. 여러 이유로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어찌 보면 연단에 홀로 서서 불특정한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받거나 생각과 관점을 나누는 자리. 열차의 .. 더보기
어설픈 겨울 이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된다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드네요. 날씨가 춥거나 그렇다고 눈이 많이 온 것도 아니고, 이번 겨울은 겨울 같지 않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데 그래야 따뜻한 봄이 더 반가운 것인데, 어설픈 겨울 탓에 봄도 어설프게 시작되었습니다. 더보기
예술계 교수의 민낯 최근 방송된 한 시사프로그램의 ‘제자인가 노예인가, 예술계 교수의 민낯’을 시청하던 중 문득 옛일 하나가 스쳤다. 오래전이라 기억마저 가물가물해질 법하건만, 희한하게도 아직 망각의 영역에 들지 않은 그 사건. 아마 쉽게 치유되지 않을 깊고도 시린 상흔 때문일 것이다. 갓 30대였던 당시 나는 기사 하나를 썼다. 제자들이 함께한 전시에 무임승차한 교수들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2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실명을 죄다 거론한 것이 그만 소송의 발단이 됐다. 피하고자 했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어느 다다미방 비슷한 곳으로 나를 불러 무릎을 꿇으라고 할 때 순순히 응했으면 말이다. 하나 그러지 않았다. 자존심도 상했지만 무엇보다 잘못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송사는 1년을 넘겼다. 홀로 두 명의 변호사와 상대.. 더보기
미래를 위한 그림 누군가가 지금 이 시대, 이 세상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마저도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면,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 사람의 평가로부터 초연하게, 자기 확신과 미래 비전만으로도 뒤틀리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으려면 어떤 능력을 연마해야 할까.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출중한 예술가 지망생들이 진학하던 왕립미술학교에 입학, 우등생으로 졸업한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평가받는 시점을 스스로 유예시키기로 했다. 풍경화·삽화·초상화에 능했던 그는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생명과 우주가 만들어내는 유대감을 비롯한 영적인 세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근거를 놓지 않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세계를.. 더보기
표정 지금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꺼져있는 휴대폰 화면에 비친 나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피곤이 잔뜩 쌓인 표정의 아저씨가 보입니다. 그리고 고개 들어 퇴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을 둘러봅니다.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들이지만,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 무언가 고민이 가득한 찡그린 표정의 사람,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았는지 혼자 히죽거리는 사람,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열심히 꽃단장하는 사람,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고 있는 사람 등 모두들 자기만의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웃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보기가 좋습니다. 다시 한번 나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 속 나의 얼굴을 보며 한번 쓱 웃어 봅니다. 더보기
진실이 있는 자리 “저게 뭐이냐믄 나를 의자에 앉혀 묶어놓고 몇 시간씩 벽을 보게 하고 고문하던 그 자리요. 암튼 밤낮으로 맞고 터지고 그랬으니께! 참말로 나도 여그서 죽겄구나 싶응거이 반항은 생각도 못혔제.” 한 낡고 오래된 건물 지하계단에 내려선 이성전씨(70)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당시의 기억을 토로했다. 몇 해 전 자신을 고문했던 ‘505보안대’를 처음 찾아간 그는 훼손되고 억압되던 ‘자기’를 직면했다. 칠성판에 묶인 채 사지가 뒤틀리는 고통으로 몸서리치던 자신을 36년 만에 다시 절감하는 시간이었다. 80년 오월 당시 시민군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505보안대, 상무대 영창들을 오가며 온갖 고문수사를 받았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고문에 의한 뇌졸중으로 몸의 반쪽까지 마비된 상황에서도 5·18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