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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아트밸리 석재는 견고하고 중후하게 보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물의 마감재로 많이 애용되고 있는 재료이다. 석재들 가운데 건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가 화강석이다. 포천은 그 화강석의 대표적인 주산지로서 ‘포천석’이라 함은 질 좋은 화강석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포천석은 1960년대 이후 국토개발과 함께 전국의 건축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포천시 신북면 일대는 포천석이 많이 생산되던 곳으로 1980년대에는 3만평에 달하는 면적에 종사한 인원이 수백명에 이를 정도였다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오랜 채석으로 채석량도 줄고 값싼 중국산 석재의 수입으로 채석은 사양산업이 되고 만다. 그리하여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업체들이 하나둘 떠나간 채석장은 훼손된 자연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훼손된 .. 더보기
핀치투줌 스크롤 스크롤, 클릭 클릭 그리고 핀치투줌(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는 것). 눈과 연동된 손가락은 스마트폰 위에서 분주하지만 유연하게 움직인다. 때로 손가락이 눈보다 더 빨리 반응하기도 한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수많은 이미지들을 훑어보며, 어떤 사진에서 나도 모르게 두 손가락을 벌린다. 그리고 ‘아차!’ 아찔함을 느낀다. 벌어진 손가락 사이로 얼굴 같지 않은 얼굴, 몸뚱이 같지 않은 몸뚱이가 드러났다. 그건 사람이지만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시커먼 형체처럼 보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시신이었다. 그 사진은 세월호 청문회 때 참고인으로 출석한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공개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두 손가락으로 집요하게 헤집으며, 나는 과연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더보기
당황 온몸에서 열이 나고, 식은땀은 줄줄 흐르고, 말은 점점 꼬여 가고, 목은 조여 오고, 머릿속은 텅 비어 버렸습니다. 시간은 멈춰 버렸고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준비를 잘했는데도 돌발 상황에 모든 것이 꼬여 버렸습니다. 이 상황을 피할 수 없으니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크게 숨을 쉬어 봅니다. 더보기
나는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계획 없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잠을 잘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새벽 2시다. 잠이 오지는 않지만 어깨에 멘 배낭이 너무 무겁다. 이 도시는 나의 발걸음을 붙잡고, 구름 속에 나를 가둔다. 비는 쏟아지고 하루하루 날짜는 지나가고 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아무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을 밟았다.” 사람마다 다른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살 테지만, 꽤 많은 이들이 그 안에 ‘세계일주’나 ‘여행’을 담고 있지 않을까. 전세금을 빼서 몇 년간 세계 곳곳을 다녔다는 가족의 이야기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털어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산다. 일상의 쳇바퀴에서 과감히 벗어나 길을 떠난다는 것은 뭔가 매력적이지만, 큰.. 더보기
현기증 어지러운 전깃줄에 걸린 현수막 구호가 더없이 어지럽다. 검은 실루엣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는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없어 어지럽다. 어지러운 구호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어지러운 사내는 송경동 시인이다. 포클레인 위에서 어지러운 구호를 외치던 시인은 땅으로 어지럽게 곤두박질친다. 그는 기륭전자 옛 사옥 앞에서 해고노동자의 단식농성장을 부수려 했던 포클레인을 막고 12일 동안 밤샘 농성을 했다. 2010년의 일이다. 그해 11월,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오” 문자 한 통으로 해고됐던 기륭의 노동자들은 1895일간의 복직투쟁 끝에 사측과 정규직 고용에 합의했다. 그에 따라 노동자 10명은 2013년 5월부터 출근했다. 그러나 회사는 그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 더보기
대화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고, 말 안 해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해 말하기 싫은 사람도 있고, 말이 잘 통해 말이 필요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너무나 편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생각해서 말을 잘 안 하다 보니 점점 할 말이 없어집니다. 틀에 박힌 인사라도 건네며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아야겠습니다. 더보기
묵객들을 유혹한 금수정 경기 의정부를 지나 포천을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43번 국도는 포천의 주요 시가지를 경유하여 강원 철원까지 이어진다. 포천시청이 있는 포천의 중심가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차를 달리다보면 우측에 ‘38선 휴게소’라는 낡은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지점 위쪽이 6·25 이후 수복된 지역임을 암시해 준다. 이 38선 휴게소 너머에는 동에서 서로 흘러 한탄강과 만나는 영평천이 자리 잡고 있다. 다리를 건너 삼거리에서 영평천을 따라 왼쪽으로 얼마간 직진하면 교차로가 나타난다. 교차로 입구에 놓여진 ‘안동김씨고가’ 안내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오가리 546번지에 도착하면 제법 규모가 있는 멋진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안동김씨 고가이다. 원래 터만 남아 있던 것을 몇 년 전 복원해 놓은 것이다. 이 고가는 사랑.. 더보기
내 머릿속 미로 어느 쪽으로 갈까? 이 길로 가는 게 맞을까? 다시 돌아갈까?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그냥 계속 가보자 이런 막다른 길이다. 아까 그 길로 갈걸 언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내 머릿속 미로에서 오늘도 길을 잃고 이리저리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더보기
십년 동안 흔적만 남은 중앙선 그리고 굵은 금이 간 아스팔트. 그 허름한 2차선 도로에는 사람도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전깃줄에 몸이 뚫린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피처럼 뚝뚝 떨군다. 강홍구의 개인전 (원앤제이갤러리, 9월7~30일)에는 희미한 안개와 함께 사라진 살풍경이 적막하게 펼쳐진다. 10년 전부터 경기 고양시 오금동과 신원리 일대에서 찍은 재개발 풍경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개발 현실을 눈앞에 둔 작가가 그 풍경을 가장 현실적으로 담을 수 있는 카메라를 들고도 이미지를 비현실적으로 다룬 점이다. 색과 구도를 뒤틀고, 사진과 사진을 이어 붙이며,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한다. 그의 말처럼 ‘사진을 현실에서 최대한 멀리 떼어 놓는’ 셈이다. 무엇보다 작가가 주목한 안개는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소설.. 더보기
세상 밖이라면 어디든 살면서,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맺어온 관계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비단 인간과의 관계뿐 아니라 인공물, 자연환경 등 세상 안팎에 있는 많은 것들과 생각보다 촘촘하게 얽혀 있다. 관계 밖에서의 생존법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는 일은 ‘순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순리에 순응하며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소통 능력이다. 1964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필립 파레노는 전시장 안에 소통을 유도하는 장치들을 풀어 놓는다.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작업을 펼치는 그는 조명, 음향, 퍼포먼스, 영상,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동원하여 공간과 시간을 공감각적으로 구성한다. 철학자, 저술가, 아티스트 등 .. 더보기
이미지 변신 영화 의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다스베이더를 그려 봅니다. 무서운 그의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어서 온통 검은색으로만 되어 있던 그를 알록달록한 색으로 바꿔 봅니다. 또 머리에 꽃도 하나 꽂아주고 주변엔 초록색 예쁜 나뭇잎도 그려줍니다. 그러나 그의 이미지는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점 때문에 그가 가장 인기 있나 봅니다. 더보기
낙차와 궤적 볼이 파일 정도로 여윈 남자가 침상에 누워 있다. 환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선글라스만큼 의사와 간호사의 경직된 포즈가 눈길을 끈다. 가운데를 가리지 않으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환자가 사진의 주인공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이 걸린 전시장에는 어떤 캡션도 없기에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김익현의 개인전 에는 ‘기념비’, ‘동굴’ 등 작가의 전작과 연결된 아카이브 사진을 재촬영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보통 아카이브 사진에 담긴 텍스트를 지시·암시하는 캡션이 명시되지만, 이 전시의 경우에는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물론 작업 노트에서 아카이브 사진의 단서를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전시장의 구성은 의도적으로 사진과 정보의 링크를 깨뜨린다. 텍스트가 소거된 전시장은 정보 대신 시.. 더보기
몽베르CC 클럽하우스 포천의 북쪽에 위치한 산정호수에는 뒤쪽으로 길게 병풍처럼 드리워진 명성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산은 아름다워 연중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후고구려를 건국했던 궁예의 한이 서려 있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왕건에게 쫓겨 이 산으로 숨어 들어온 궁예는 최후를 맞기 직전 이곳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산은 명성산(鳴聲山)으로 명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호수 좌우에는 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궁예가 왕건 군사의 동태를 망보았던 봉우리라 하여 각각 망무봉과 망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궁예의 족적으로 망국의 안타까움을 안고 있는 산이다. 이 산정호수 좌측 망무봉 너머에는 명성산을 배경으로 하여 조성된 몽베르CC가.. 더보기
평범함의 격조 사석원은 치바이스를 동양화의 ‘넘사벽’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동양화를 막 시작했을 때 그의 화집을 본 사석원은, 따뜻한 시선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의 생동감을 포착한 표현력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치바이스를 마음의 스승으로 모신 그 역시 살아있는 것들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시, 서, 화, 각 모두를 아우른 치바이스는 일상의 소소한 대상,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에 주목했다. 당대 문인화가들은 대상으로 삼지 않던 ‘미물’이었다. 고전과 자연을 스승 삼아 그림을 그렸던 작가에게 대지 위의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가치 있었으니 다른 잣대를 내세우며 소재를 고를 일이 아니었다. 세상을 대하는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선인의 틀에서 벗어난 화면을 구상하기 위해 그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먹색을.. 더보기
토마토와 손가락 한동안 토마토를 먹지 못했다.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토마토의 살을 베려던 부엌칼은 미끄러져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토마토보다 붉은 액체가 하얀 도마를 흥건히 적셨다. 신발 끈으로 동여매도 멈추지 않던 피는 기억에도 진득하게 들러붙었다. 몸에 새겨진 고통보다 기억력이 강한 것은 드물다. 의식적으로 망각하려고 해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토마토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시리고 아렸다. 고백하자면 토마토가 무서웠다. K와 M이 서로의 벗은 몸을 촬영한 한경은의 ‘비가시적인 전망(Invisible Vision)’을 바라보면서 토마토와 아린 손가락이 떠올랐다. K와 M은 고통이 새겨진 몸을 서로 바라보며 아렸을까. 또 무서웠을까. K와 M은 버디무비 처럼 여행을 떠났다. 둘은 얘기하며 울고 .. 더보기
숲속 산책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 숲속 친구들이 사는 마을로 산책을 가 봅니다. 그곳에서 발랄한 늑대, 새침한 고양이, 잘 먹는 토끼, 꾀 많은 여우, 착하게 생긴 북극곰, 장난꾸러기 아기 곰, 구름을 좋아하는 물고기, 명상하는 오리 등 다양한 숲속 동물 친구들을 만나 봅니다. 그동안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같이 숲속을 산책해 봅니다. 더보기
파벨라 유토피아는 잊어라. 미래 도시는 방대한 슬럼이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봤다. 많은 것이 도시로 집중되는 가운데, 도시 인구의 절반은 슬럼 거주자일 것이라는 예측이 덧붙었다.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면 슬럼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던 과거의 예언은 부의 불평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를 봤을 때, 안일한 믿음에 불과하다. 디오니시오 곤살레스는 10여년 전부터 대도시의 슬럼 지구를 살피며 도시 빈민들의 터전을 촬영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곳곳에 퍼져 있는 빈민촌 파벨라의 건축 구조는 시선을 끌었다. 계획이라고는 전혀 없는 불규칙적이고 불안한 오두막이 산자락부터 산등성이를 타고 퍼져나가 있다. 거주지이긴 하지만, 범죄와 마약의 온상이기도 한 .. 더보기
일식 얼마 전 미국에서는 1918년 이후 99년 만에 대륙 전체를 관통하는 개기일식이 있었다.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장관이라고 하여, 원정단을 꾸려 미국으로 가는 이들도 있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순간, 사람들은 태양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단다. 지구의 생태계에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을 연구하는 것은 천문학계의 오랜 과제이지만, 태양은 그 빛이 너무 강해 제대로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과학계는 태양이 가려지는 이 순간, 태양을 제대로 관측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태양의 강렬한 빛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러시아의 혁명과 개혁의 시기에 살았던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1913년 오페라 의 무대장식과 의상을 맡아 흰색 배경에 검은 사각형 콘셉.. 더보기
얇지만 깊은 영화 의 주인공 앤디는 자신의 감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화가 난 교도소장 노튼은 손에 잡힌 돌멩이 하나를 벽에 던진다. 그 돌멩이는 여배우 리타 헤이워스가 나온 핀업걸 포스터를 향해 날아가다가, ‘툭’ 종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노튼 소장이 포스터를 걷어내자 앤디가 교도소 탈출을 위해 오랜 시간 팠던 구멍이 드러난다. 이 장면에서 리타 헤이워스의 사진은 의미심장하다. 얇은 종이로 감춰진 어떤 구멍의 깊이감이 묘하고, 어두운 현실(감방)과 밝은 이상(탈출)의 간극에 사진 한 장만 존재하는 것이 흥미롭다. 모두를 속이기 위해 얇은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한 것이다. 얼마 전 ‘압축과 팽창’(안초롱과 김주원)의 사진전 을 보면서 영화 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전시장 2층에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거.. 더보기
예쁜 꽃 별 그림 예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쁜 꽃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반짝이는 예쁜 별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예쁜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예쁜 꽃과 별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요? 가을맞이 예쁜 꽃과 별 그림을 그려 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