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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20 연습을 위한 연습
  2. 2018.08.17 빛나지 않아도
  3. 2018.08.17 빙산
  4. 2018.08.16 덕포진
  5. 2018.08.13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산 이야기
  6. 2018.08.10 더위에 맞서다
  7. 2018.08.10 떠나는 시선
  8. 2018.08.06 아이스크림
  9. 2018.08.06 유토피아 스테이션
  10. 2018.08.06 빛났던 목소리
  11. 2018.08.06 대명항
  12. 2018.07.30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13. 2018.07.27 겉과 속
  14. 2018.07.27 구름 고래
  15. 2018.07.23 대피소 리허설
  16. 2018.07.20 불볕더위
  17. 2018.07.20 제2의 조국
  18. 2018.07.19 양주관아
  19. 2018.07.13 노동자의 가면
  20. 2018.07.13 물속

오민, 연습무의 연습무, 2018, 6분18초, 4채널 오디오 설치 ⓒ오민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연습이 과정이라면, 그 종착점은 최고의 결과일까. 특정한 행동을 더 능률적으로 해낼 필요가 있을 때, 사람들은 그 행동을 반복하여 몸에 익히는 연습의 과정을 거친다. 연습은 몸에 습관을 입힌다. 익숙해질수록 최고의 결과를 낼 가능성은 높다. 연습에 매진하는 오늘의 땀방울은 빛나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정말 그런가. 연습은 늘, 온전히 ‘다가올 미래’ ‘최종적인 결과’로 빨려 들어갈 뿐일까. 학부 시절에 피아노를 전공한 작가 오민은 쇼팽 이후 위상이 달라져버린 ‘에튀드’에 주목했다. 기계적인 연습 과정을 통하여 악기의 연주 기교와 표현 방식을 습득하여 ‘예술적인’ 다른 곡을 잘 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에튀드, 연습곡. 쇼팽은 기술 향상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다고 여겨진 반복의 지루함을 뛰어넘는 ‘예술성’을 연습곡에 불어넣었다. 연주자들에게 ‘과정’이었던 연습곡이 ‘최종’ 무대 위에 오르면서, 연습과 최종은 흥미로운 관계망 안으로 진입했다. 결과를 위한 연습이 결과 그 자체가 되었다.

 

오민은 이제, 미래를 향해 나아가다 급기야 ‘최종’에 도달한 에튀드의 시간을 다시 뒤집어 본다. 그는 안무가 이양희의 연습 장면을 담은 작업 ‘연습무의 연습무’를 통해 ‘에튀드’가 그저 ‘연습’이었던 시간을 소환했다. 화면 안에서, 이양희는 시선, 동작, 목소리라는 세 가지 그룹으로 조직한 ‘연습무’를 창작하기 위해 연습 중이다. 오민은 그 가운데 안무가가 시선을 연습하는 장면에 집중했다. 하나의 화면은 안무가의 얼굴을, 다른 화면은 안무가의 뒷모습을 담았다. 이때 그는 숲 한가운데 서 있거나, 회색빛 담벼락을 마주한 채 앉아 있다. 안무가는 대상을 바꾸어가며 초점의 깊이를 움직이고 너비를 변주하는 연습을 했다. 관객의 시선이, 멈춰 있거나 흔들리는 이양희의 눈빛과 그 눈빛이 도달한 공간 사이를 계속 오갈 때도, 연습의 시간은 계속 흘렀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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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Untitled_hawon1695, 2013 ⓒ김옥선

Untitled_hawon1695, 2013 ⓒ김옥선

 

사진에는 눈부신 제주도의 하늘이나 싱그럽게 푸른 야자수가 없었다. 햇빛이 표백된 회색빛 하늘, 활력 없이 타들어가는 야자수, 모든 것은 볼품없이 회색빛으로 말라갔다. 사람의 얼굴마저도 회색빛으로 보였다. 남성도 여성도, 원주민도 이방인도 아닌, 모두 생기가 빠진 회색인일 뿐이었다. 하늘과 야자수, 사람들까지 사진 속에서는 모두 빛을 잃어가는 회색의 존재였다.

 

빛나는 백(白)으로 태어나 빛을 잃고 어두운 흑(黑)으로 향하는 회색. 백과 흑, 어느 쪽도 아니면서도 둘을 동시에 지닌 회색. 흙과 먼지가 묻고 점점 녹아가면서 다시 하얗게 빛날 수 없는 눈사람의 회색. 그런 회색빛만 가득한 사진은 ‘모든 존재는 빛난다’거나 ‘저마다 빛나는 순간이 있다’고 말하는 일이 얼마나 ‘빛나야 한다’는 집착에 사로잡힌 것인지 환기한다. 회색 사진은 오히려 빛을 잃어도,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회색의 존재라고, 모두 빛을 잃어가며 점점 녹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가는 생이란, 눈사람이 빛을 잃고 더러워지며 녹는 과정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카메라를 들었다는 이유로 애써 반짝거릴 장면을, 빛나는 순간을 찾아 나설 필요는 없다. 그것이 잠깐의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빛을 잃지 않거나 녹지 않는 것은 아니다. 회색의 존재가 회색의 얼굴과 나무를 회색으로 수긍하는 회색 사진에는 결연한 의지와 산뜻한 체념이 동시에 느껴진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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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난리입니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들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저지대 섬나라들은 점점 물에 잠기고, 폭우에 가뭄에 폭염에 지구가 끙끙 앓고 있습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던 우리나라도 언젠가부터 겨울과 여름만 있는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올해 뜨겁고 긴 여름을 통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나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환경을 먼저 생각해야겠습니다. 저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컵에 얼음 가득 커피 한 잔을 준비해 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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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서쪽 끝단의 대명항을 돌아보고 차를 돌린다. 진입로를 빠져나와 4거리에 이르니 왼쪽으로 덕포진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좁은 도로를 따라 2㎞ 남짓. 덕포진의 너른 주차장이 나를 기다린다. 주차를 하고 나지막한 언덕길을 오른다. 올라서니 솔밭 사이로 염하강과 그 너머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잔디밭 사이로 포대가 줄지어 있다. 앞쪽에 놓인 포대가 ‘가’ 포대이고 우측 언덕 너머로 ‘나’, ‘다’ 포대가 이어져 총 15개의 포가 설치되었다 한다. 덕포진은 강 건너 강화의 덕진진과 함께 구한말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 때 이 사이를 지나던 프랑스와 미국 함대를 향해 맹포격하였던 격전의 현장이다. 언덕에서 바라보면 멋진 풍광이지만 외세에 대항하여 목숨바쳐 싸웠던 선조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언덕길을 따라 포대가 끝나는 지점에 잘 다듬어진 묘 하나가 눈에 띈다. 손돌묘이다. 고려시대 몽고군이 고려를 침입하자 고종은 강화도로 피란하게 된다. 왕은 바다를 건널 배가 없자 손돌의 작은 나룻배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물길이 좁고 세찬 물살에 배가 심하게 요동치자 왕은 뱃사공이 자신을 죽이려는 줄 알고 그의 목을 치라고 명령한다. 손돌은 이 지역이 물길이 험해서 그런 것이라 해명하였지만 왕은 막무가내였다. 그러자 손돌은 물 위에 작은 바가지를 띄우고 그 바가지를 따라가면 강화도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라 말하고 죽게 된다. 신하들은 손돌의 말대로 바가지를 띄워 바가지를 따라가니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하였다. 경솔했던 왕은 크게 뉘우치고 손돌의 시신을 거두어 후하게 장사한 뒤 사당을 지어 억울하게 죽은 그의 넋을 위로하였다 한다. 이후로 그의 기일인 매년 음력 10월20일에 진혼제가 올려지고 현재는 김포시에서 그 전통을 잇고 있다. 또한 그의 기일 즈음에는 추운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는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원혼이 바람으로 변하여 ‘손돌바람’이라 불린다고 한다.

 

차를 움직여 덕포진을 나서는데 입구에 ‘덕포진교육박물관’이 또 발길을 막아선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사고 탓에 시력을 잃은 아내를 위해 같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남편이 오랫동안 수집해 온 자료들을 모아 3층짜리 건물에 마련한 박물관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옛날 학교의 모습과 교육사료들, 심지어 농경시설까지 3층 공간 구석구석 방대한 사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1960년대 풍의 교실에 놓인 오래된 풍금 앞의 장인어른은 자리를 뜨실 생각이 없다. 교육자였던 어른은 빛바랜 음악책에서 찾은 동요 ‘꽃밭에서’를 연주하며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그 시절로 돌아가 계셨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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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산세에 들어서면, 지침을 따라야 한다. 줄을 서고, 버스에 오르고,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산에서 수행되는 완벽한 매일의 군무에 동참한다.”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계 덴마크 작가 제인 진 카이센은 지난해 여름 백두산 관광길에 올랐다. 북한과 중국이 반씩 나눠 갖고, 이름도 각자 백두산·창바이산이라 달리 부르는 ‘민족의 영산’에 가기 위해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코스, 지린성 동부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길로 향했다. 연길에서 그는 여러 나라의 언어가 병기되어 있는 간판을 보았다. “중심부로부터 떨어진 세계주의는 다양한 보폭을 허용한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산 이야기, 2017, 멀티미디어 설치, 2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아카이브, 사운드 설치 ⓒ 제인 진 카이센

 

 

그는 경계를 흐르며 국경을 가르는 강물을 보았다. “국가는 국경에서 자신의 힘을 가장 격렬하게 전시한다.” 남북관계에 순풍이 불면 중국과 남한 개발자들이 몰려들어 이 지역의 땅을 샀단다. 바람이 멈추면, 신도시는 황량하게 방치되었다. 작가의 발길은, 한때 불함산·단단대령·개마대산·도태산·태백산·백산이었으며, 이제 장백산·백두산이라 불리는 성스러운 산으로 향했다. 한국인에게는 환웅이 사람이 되고자 하는 호랑이와 곰을 만난 산, 만주인에게는 분화구에서 몸을 씻던 선녀가 붉은 열매를 먹고 낳은 그들의 조상 부쿠리 용손이 탄생한 산, 북한 사람들에게는 김일성이 일본에 대항해 투쟁했던 산이다. “문화에 따른 표현들은 그 산의 상상적 풍성함에 상응한다. 하나의 주제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변주되고 공명한다.”

 

작가는 고요한 천지의 성스러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고요를 깨뜨리며 자리다툼에 집중하는 이들의 몸짓을 보았다. 그러다 그마저도 덮는 천지의 숭고함이 불현듯 관광의 욕망을 무너뜨리는 순간을 보았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인 산 앞에 국경을 긋고, 이름을 붙이는 시간을 보았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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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17×16㎝)

 

더위를 피해 커피숍으로 피신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차가운 음료로 몸속 열기를 가라앉혀 봅니다. 그냥 멍하니 있기 뭐해서 가져온 도구로 그림을 그려 봅니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펜이 가는 대로 마음껏 그려봅니다. 실제로는 더위를 피해 숨었지만, 그림 속에서는 과감하게 더위에 맞서 봅니다. 더위의 끝을 잡고 시원한 파도를 타며 마지막 여름을 즐기는 그림입니다. 이렇게 시원한 상상을 하며, 시원한 곳에서 마지막 더위에 맞서 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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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유능한 패션 사진가 로맹은 어느 날 갑자기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제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 그는 주변에 어긋난 관계만 남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연인, 여동생, 아버지 등 모두 그에게 분명 소중한 이들이지만,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조차 털어놓지 못할 만큼 관계가 소원하다. 유일하게 할머니에게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한 그는 홀로 담담하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타임 투 리브>의 한 장면.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타임 투 리브>는 죽음을 앞둔 자의 시간을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죽음 앞에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매우 사진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영화는 죽음을 선고받은 후, 콤팩트 카메라로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로맹을 자주 보여준다. 화해하지 못한 연인, 여동생, 아버지 앞에서도 카메라를 드는 그의 모습은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모두 기록하려는 것만 같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그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지 않지만, 계속 죽음을 앞둔 자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로맹은 마지막으로, 유년시절의 기억이 담긴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어린 시절처럼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일광욕과 수영을 한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카메라를 들고 주변 풍경을 알뜰하게 찍는다. 모래사장에 누워 조용히 눈물 한 방울을 흘린 후 눈을 감은 그는 무엇을 바라봤을까? 무엇이 보고 싶었을까? 떠나야 하는 시간 앞에서.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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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캔버스에 아크릴(40×50㎝)

 

열기를 식히려 아이스크림을 먹어 봅니다. 초코를 먹을까? 딸기, 바닐라, 녹차를 먹을까? 허겁지겁 맛을 음미할 틈도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었지만, 입안에 텁텁함만 남고 열기는 식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다시 한번 얼음생수 한 병을 들이켜 보지만 잠깐 그때뿐 열기는 그대로입니다. 이럴 땐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얼음 넣은 시원한 미숫가루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미숫가루 한 그릇 가득 먹고 돗자리에 어머니 무릎 베고 누워 어머니가 살랑살랑 부쳐주시는 부채바람 맞으며 다시 한번 기분 좋게 잠들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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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러브 디퍼런스, 2003

 

2003년 2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리던 주말, 뉴욕에서 만난 비평가 몰리 네스비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작가 리크릭 티라바니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쟁, 빈곤, 자연파괴, 금융위기 같은 불안감에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지구의 멸망을 예견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토피아’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 키워드는 ‘여기 아닌 어딘가’를 상상하며 ‘지금 여기’를 들여다보는 계기는 될 수 있었다.

 

기획단은 만남이 교차하는 물리적이고 개념적 장소 ‘유토피아 스테이션’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작가들에게 유토피아에 대한 생각을 담은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이 작업들을 모아 그해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에 ‘유토피아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참여작가들 가운데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는 전시장 안에 거울로 된 대형 테이블을 설치한 ‘러브 디퍼런스’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유토피아’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유토피아 스테이션에는 유토피아를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이 스쳐간다. 사람들은 이 역에 잠시 멈추어, 듣고 보고 휴식을 취하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눈다. 미래 언젠가 가능할지도 모를 세계를 상상하는 이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모이고 흩어졌다. 공연, 콘서트, 강의, 독서 모임, 영화상영회, 파티, 이벤트가 열리는 ‘역’은 유토피아로 가는 노정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장소가 되었다.

 

이후 전시, 포럼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유토피아 스테이션에는 300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유토피아에 대한 그들의 ‘정의’를 찾아갔다. 웹사이트 projects.e-flux.com/utopia/에서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테마로 한 지상 포스터전이 열리고 있으며 모든 포스터는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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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

노회찬 의원 추도식, 연세대 대강당, 2018년 7월26일 ⓒ김흥구

 

솔직히 노회찬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를 좋아했다면, 결국 그가 했던 말을 좋아한 것이다. 국내 정치인 중에서 가장 알아듣기 쉽게 말했던 그의 화법은, 정치 고수로 통용되던 김종필식 선문답과 매우 대조적이다. 고도의 복선이 깔렸다는 김종필씨의 말에서 무엇을 했다는 건지, 누구의 잘잘못인지 파악할 수 없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화법으로, 말 바꾸기와 책임회피에 유용한 방식이다. 고수끼리는 통한다는 이 화법에는 시민은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특권의식이 숨어 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식 동문서답도 노회찬의 화법과 대비된다. 기자의 질문에 횡설수설했던 박 전 대통령의 대답에는 논리가 없다.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면 논리가 필요하며, 그래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지시와 명령에 익숙하다면, 레이저 눈빛을 쏘거나 헛기침으로 심경 경호를 받아왔다면, 굳이 논리적으로 생각을 전달하거나 설득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나 알아들을 비유를 구사하고, 누구의 잘잘못인지 분명한 노회찬의 화법은 자기 발언에 책임지는 말하기 방식이다. 상대가 누구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대화 방식은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특권의식과 권위의식에 젖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노회찬의 목소리가 빛났던 이유다. 그의 말을 너무 오래 공짜로 들었던 우리의 마음은, 안녕을 고하는 건지 붙잡는 건지 모를 사진 속의 손처럼 검고 쓰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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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 지쳐 있는 요즈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탈출하고픈 마음일 게다. 기다렸던 태풍은 아쉽게도 한반도를 비껴가고 어느 지역에 소나기가 내렸다는 소식이 부럽게만 들린다.

시원한 소나기가 그리워지는 요즘, 얼마 전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 찾아갔던 대명항이 새삼 그리워진다.

 

처의 본가가 김포에 있어서 겸사겸사 처가 어른들을 모시고 집사람과 함께 김포시 서쪽 끝자락에 있는 대명항으로 향했다. 강화도를 연결하는 초지대교 전방에서 우측으로 연결되는 도로로 빠져나오면 대명항이 나온다. 대명항 앞에 놓여 있는 강화해협은 강화도와 김포 사이에 남북방향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어 그 모양새가 꼭 강(江) 같다고 해서 ‘염하강(鹽河江)’으로도 불린다. 대명항은 규모가 아담하여 소박한 어촌의 풍취가 물씬 풍겨져 나온다. 입구로 들어서면 앞뒤로 주차장이 놓여 있고 그 중앙에 기다랗게 어판장이 놓여 있다.

 

어판장 앞에 주차를 하고 포구로 발걸음을 향한다. 썰물 때라 물이 빠져 펄이 된 염하강의 너른 강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드러난 펄 위로 여러 척의 어선들이 서로 엉켜 있어 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의 작은 포구의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고깃배들 뒤쪽으로 강화도를 이어주는 초지대교가 긴 수평선을 그려놓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탓에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먹구름은 회색빛의 펄과 어우러져 눈앞의 풍경은 온통 회색빛이다.

 

시계가 탁 트이는 바닷가 풍경을 뒤로하고 앞서 지나쳤던 어판장에 들어선다. 중앙에 넓은 통로를 두고 좌우로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 이름이 충남호, 계룡호와 같이 모두가 배 이름이다. 어선을 운영하고 있는 선주들이 직접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가게 이름이 배 이름과 같단다.

 

그런 이유로 갓 잡은 해산물들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밴댕이와 소라가 제철인지 모든 가게마다 잔뜩 쌓아 놓고 방문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어판장 옆에는 함상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군함과 구형 전투기, 장갑차 등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기구들과 함께 전시되어 어린이가 있는 가족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함상공원 옆에는 평화누리길이라고 씌어 있는 조형물 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덕포진을 거쳐 문수산성까지 이어지는 14㎞ 구간 둘레길의 시작이다. 염하강 변에 설치된 철책을 끼고 강 건너 강화도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흔적이 배어 나오는 길이다.

 

아담한 포구와 함상공원, 둘레길까지 곁들여 있는 대명항. 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꼭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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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장 피에르 곤살베스 드 리마, 7월11일, 12일, 13일, 2013, 캔버스에 아크릴릭, 121.9×91.5㎝ ⓒ 데이비드 호크니

 

평생 그림을 탐구하고 실험을 놓지 않았던 데이비드 호크니였지만, 그의 조수이자 동료인 도미니크 엘리엇이 사망한 뒤 몇 달간은 좀처럼 붓을 들 수 없었다.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 방문한 미국에 매료된 호크니는 LA로 이주했고 30여년의 시간을 보냈다. 2004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하늘, 숲, 나무, 꽃을 그리면서, 캘리포니아의 온화한 기후 안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계절감을 만끽한다. 그는 풍경 안에서 순환하는 계절에 따른 생명의 운동, 한계를 알 수 없는 다양성을 보았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 속에서 순리를 만나는 일이었다. 너무 낡은 매체이기 때문에 동시대의 감성을 담을 수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세월의 경험을 담을 수 있어서 나이든 사람의 예술이라고도 묘사되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는 새로움과 담을 쌓지 않았다. 오히려 회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꾸준히 발굴하며 늙어가는 중이었다.

 

호크니가 잠들어 있던 시간, 그의 집 한쪽에서 23세의 청춘 엘리엇은 약물과 술에 취해 독극물을 마시고 사망했다. 조수의 죽음을 계기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된 호크니는 작업을 멈추고, 영국을 떠났다. LA에서도 고통을 동반한 침묵의 시간은 이어졌지만,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는 다시 붓을 들었다. 그와 같이 엘리엇의 죽음으로 상처받은 조수 장 피에르 곤살베스 드 리마의 초상이 그 출발점이었다. 두 손에 머리를 파묻은 채, 앉아 있는 그의 모습에서 호크니의 통증을 본다. 남겨진 자들은 고통 안에서 좀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그는 이 작업을 시작으로 82명의 친구, 동료의 초상과 1점의 정물화를 완성했다. 한 작품, 한 인물을 위해 3일의 시간을 보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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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사진들

 

아주 옅은 살색 벽면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가 미묘한 차이로 빛난다. 그 한가운데 알 수 없는 네모난 구멍이 있고, 그 아래에는 왜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는 판이 벽면의 겉과 속을 가로지른다. 색감과 재질로 보아 벽면과 같은 자재로 보인다. 벽면의 겉이 되는 판이 벽면의 속을 침투한 모양새라 흥미롭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구멍을 통해 벽 속에 다양한 자재가 숨겨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얇디얇은 판 하나를 경계로 눈에 보이는 ‘겉’과 보이지 않는 ‘속’이 나뉜다는 것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정지현의 사진 연작 ‘CONSTRUCT’는 건물이 완성된 이후에는 마감재의 표면에 가려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감춰지는 건축 자재와 공법 등을 가시화한다. 그동안 건물의 해체 과정에서 신축 현장까지 건축의 생애주기와 도시의 변화를 기록했던 작가는 최근 건축 공정의 신속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얇고 가벼워지는 건축 자재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건축 과정에서 건축물의 일부로 변화하는 자재들을 수집하고 재배치하면서 사진으로 기록했다.

 

건물의 속살이 드러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거대하고 육중한 건물에는 보이진 않지만 얇고 가벼운 소재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더 나아가 하나의 건물이 생성-소멸하듯이 변화하는 도시에서 눈에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 ‘겉과 속’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상상하게 된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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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아크릴(61×72㎝)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처럼, 높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끝없이 끝없이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힘들면 쉬어가고, 마음에 들면 그곳에서 살아보고, 익숙해지면 또 낯선 곳을 찾아 떠나보고. 그렇게 그렇게 고래처럼, 구름처럼 시간은 잊어버리고 온 세상을 쉬엄쉬엄 둘러보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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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이 민통선 마을 대피소에서 마주한 장면은 상상과 달랐던 모양이다. 어떤 마을 대피소 안에는 감자만 가득하다던데, 그가 방문한 곳은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었다. 비상시에는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테지만, 평상시라면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돕는 역할도 기꺼이 수용하는 다목적 공간인 셈이다.

 

북한으로부터 언제 날아들지 모를 포탄의 사정거리 안에서 사는 이들에게 위협을 가정하고 대피를 준비할 때 피어나는 ‘공포’의 무게는, 헬스장으로 변신 가능한 대피소의 무게감과 비슷해졌을지도 모른다. 불안감은 지독한 일상이 되어 불안해도 불안하지 않은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박준범, 대피소 리허설, 2015, 3채널 비디오, 27분17초 ⓒ박준범

 

작가는 북한과의 경계지역에 있는 마을에 북으로부터 위협이 닥치는 긴박한 재난 상황을 가정했다. 재난 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피소로 피하거나 대피소를 만드는 일일 터. 작가는 ‘대피소 리허설’을 기획했고, 일곱 사람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건축가가 대피소 구조 설계에 합류했다.

 

산기슭 반지하에 위치하며, 정원 20명 규모로 가정한 이 대피소는, 실제 경기도 어딘가에 위치한 실내공간에 설치되었다. 급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처한 대피소에 과밀수용은 필연적이다. 작가는 이 공간에서 50명이 30일간 외부와 격리되어 거주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대개의 경우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없는 대피소의 구조를 고민하며 건축가와 복층 설계를 협의했고, 정원초과 상황에서도 서로가 가급적 쾌적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편의시설도 고려했다.

 

이 위기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주변에서 주워온 폐자재, 사물들이 새로운 쓰임과 역할을 부여받아 대피소의 외피와 내부를 구성했다. 완성과 동시에 해체되기 시작한 대피소는, 재난이 일상이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한시적이고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졌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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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마에 아크릴(26×43㎝)

 

너무 뜨거운 날씨입니다. 모든 것들이 펄펄 끓어오르고, 녹아내립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고, 햇볕을 쪼이자마자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 땀이 흘러내립니다. 뱀파이어가 된 듯 햇볕을 피해 그늘로만 다닙니다. 이런 날은 에어컨과 냉장고를 발명한 분들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이 불볕더위 속에서 지난주 보고 왔던 시원한 바다를 생각하며 더위를 식혀 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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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명의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대여섯 살로 보이는 아이부터 중년의 어른들까지 앞사람의 얼굴이 뒷사람의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서 포즈를 취했다.

 

그들 앞에는 이민 가방을 포함해 크고 작은 짐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굳이 자기 앞에 둔 짐들이 그들의 처지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무거운 짐 뒤에서 그들은 좀처럼 웃지 않는다.

 

부산에서 서울로 온 베트남 난민들, 1982년 5월20일, 경향신문사

 

1982년 5월20일, 베트남 난민 중 41명이 서울역에 도착했다. 부산 난민보호소에 수용됐던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부산항으로 들어온 베트남 난민 168명 중 일부였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이들은 전 재산이었을 이민 가방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머물던 부산 난민보호소는 1977년부터 1993년까지 재송동 1008번지에서 운영됐다. 이곳을 거쳐 한국에 정착하거나, 미국과 뉴질랜드 등으로 떠났다. 1993년 역할을 다한 부산 난민보호소에서는 난민 환송식과 현판 하강식이 열렸다.

 

그날 뉴질랜드로 떠날 한 난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인정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제2의 조국’에서 요즘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자가 70만명이 넘는다는 걸 알까? 70만 숫자 앞에서 41명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 오래전 과거가 아니라 아주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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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청 앞 사거리에서 파주로 이어지는 서쪽도로로 조금만 가면 우측으로 누각이 있는 커다란 한옥 대문이 눈에 들어온다. 외삼문으로 불리는 이 대문 좌우에 낮은 담장이 크게 둘러져 있고 그 뒤로 여러 채의 한옥 건물들이 군집되어 있다. 지난 4월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개방된 양주관아이다.

 

양주관아는 조선 중종 때인 1506년 현재의 위치에 설치되어 1922년 의정부에 있는 양주군청으로 이전되기 전까지 417년간 경기도 제1의 도시이자 경제, 군사, 교통의 요충지였던 양주목을 관할하던 곳이다. 

 

양주는 수도 한양을 방위하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조선시대 지방행정단위인 목, 부, 군, 현 중에 가장 큰 목으로 지정되었다. 고려 태조 때 현재의 서울 강북지역인 한양군을 양주로 개칭한 데서 유래하여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수도 한양을 제외한 한양의 동북부 대부분 지역이 양주목의 행정구역이었다. 

 

 

 

양주목은 현재로 말하면 양주시를 비롯하여 남양주시, 의정부시, 동두천시, 구리시와 서울의 광진구,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일대를 포함하는 지역으로서 조선시대 최대의 행정구역을 갖고 있었다. 그 넓은 행정구역을 관할했던 양주관아는 한국전쟁 때 대부분 소실되어 터만 남아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발굴과 복원사업 끝에 지난 4월 양주목사의 정무공간인 외아(外衙)와 가족들이 생활하던 내아(內衙) 등 9개 시설이 복원되었다. 9개 시설의 규모만 해도 현재 정도이니 기록에 남아 있는 31개 시설의 규모를 생각하면 양주목사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졌을지 짐작해 본다.

 

현재 비어 있는 외삼문 2층 누각에는 큰 북이 놓여 있었는데 조선시대에는 이 북을 두드려 아침저녁의 시간을 알렸다 한다. 외삼문을 들어서면 다시 단층의 내삼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 내삼문 안쪽에는 목사가 집무하던 동헌인 매학당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지방관의 집무공간은 관사인 내아의 동쪽에 있다 하여 일반적으로 동헌(東軒)으로 불렸다. 

 

동헌 앞 너른 마당에는 죄인에게 주리를 틀던 의자와 곤장대, 그리고 곤장을 치는 포졸 인형이 있어 그 모습을 보니 사극에서 보던 형벌 장면이 떠오른다. 동헌 좌우에는 관아에 필요한 보조기능의 동행각, 서행각이 있고 서편의 담장 너머에는 목사의 가족들이 거처하던 내아가 부속건물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뒤편의 불곡산 자락이 겹겹이 쌓여 있는 한옥의 관아 건물들과 어우러져 멋진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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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볼펜을 손에 들고 서류를 검토하거나 자를 대고 표를 그리는 모습이 생경하다. 책상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컴퓨터가 없는 사무실의 모습은 어색하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일하는 모습이다. 넥타이를 맨 양복차림에 가면을 쓰고, ‘요구관철’ 구호가 적힌 머리띠까지 한 모습은 이상하다 못해 괴기스럽다.

 

1971년 가면을 쓰고 감원반대 시위를 하는 한국전력 노조원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배격한다! 우리는 횡포 기업주를.” 1971년 한국전력 노조원들이 내건 노동운동 슬로건이었다. 이른바 ‘관료자본주의시대’로 일컬어졌던 박정희 시대에는 기업주들이 관을 등에 업고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횡포를 자행했다.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면서도 노동자들이 무단해고, 불법 연장노동, 임금체불 등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권력은 ‘경제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기업의 불법행위를 암묵적으로 눈감아주었다.

 

그랬던 1970년대 시절의 노동운동 중에서 특이한 장면은 파업의 일환으로 가면을 쓰고 태업하는 모습이다. 비록 태업이지만 양복 차림으로 기어이 출근해 일하는 모습은 당시 노동자들의 서글픈 현실 같다. 그러나 더 서글픈 것은, 5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면을 쓰고 광장에 모여 기업주의 횡포에 저항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처지이다. 한편, 30명의 해고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복직이 되지 않는 냉혹한 노동 현실은 그야말로 괴기스럽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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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아크릴(16×25㎝)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무섭습니다. 몸이 붕 떠서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물속 풍경은 참 아름답습니다. 알록달록 예쁜 색들의 물고기와 이름 모를 바다생물들. 그러나 아름답다고 느끼기보단 두려움이 더 큽니다. 밑으로 밑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서 못 올라올 거 같습니다.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뜬다고 하는데,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그냥 손발을 허우적대고만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유롭게 웃으며 물속 풍경을 감상하는데, 전 살기 위해 물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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