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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 A Barnett, ‘Not In Your Face’ 연작 중


티셔츠의 계절인 여름이 오고 있다. 올해 예순일곱의 수전 바넷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만 촬영한다. 사진가이면서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했던 그녀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낡은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선 건 우연이었다. 어느 날 아프리카 가면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강렬해 셔터를 눌렀는데, 사진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 얼굴보다도 훨씬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표정이 제거된 그녀의 뒤태에서는 신체적 특징은 물론 취향과 감각, 시대의 유행까지 모두 드러나 있었다. 티셔츠는 그야말로 거리를 활보하는 변화무쌍한 메시지였던 셈이다. 그 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25개국에서 수천명을 촬영했다. 마치 관광객처럼 보이는 할머니로서의 연륜과 친근함은 어느 거리에서든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촬영을 거듭하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 여겼던 티셔츠에도 유행과 시대상이 담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그녀가 살고 있는 뉴욕 거리에서 이 변화는 훨씬 뚜렷하다. 버락 오바마 시절에는 희망이라는 말들이 많이 등장했다면, 이제 그런 티셔츠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수전은 안타까워한다. 반전을 주장하는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 입던 자신의 젊은 시절에 비한다면, 지금은 무슬림이나 성소수자의 자유에 관한 메시지가 더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회색 티셔츠를 입은 채 ‘가난하고 못생겼어도 행복한’ 사내는 히피족의 해방감을 여전히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전유죄의 시대를 향한 이 소심한 저항이 길거리에서 더 많은 연대를 끌어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이 티셔츠는 인터넷에서 꽤 잘 팔리는 아이템이다. 불변의 철학이어서가 아니라 삶의 조건이 더디 변하는 탓이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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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