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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카바넬, 비너스의 탄생, 1863년, 캔버스에 유채, 130×225㎝, 오르세미술관

내 인생의 첫 그림은 공중목욕탕 탈의실에 걸린 그림이었다. 숲 속에 아름다운 여자가 가로 길게 누워있고 여러 명의 아기 천사가 그 주변을 날아다니고 장난치는 모습이 담긴 복제화였다. 유년 시절 목욕을 끝내고 나른해진 심신의 상태는 그 그림을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야말로 오랫동안 그 그림을 보는 재미에 홀딱 빠져있었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난 다음에 그 그림이 비너스와 큐피드들인 것을 알았지만, 그 감동은 유년만 못하다.

비너스 그림 중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비너스의 탄생’일 것이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성기가 바다에 떨어지고 거품이 일어나면서 그 속에서 비너스가 태어난다는 내용은 언제나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알렉상드르 카바넬이 그린 ‘비너스의 탄생’만큼 호의와 비판의 경계에 있는 그림도 드물다. 이 그림은 1863년에 프랑스 살롱전에서 심사위원과 대중에게 압도적인 찬사를 얻으며 커다란 성공을 거머쥔다. 반면 같은 살롱전에서 마네의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저속하고 필치가 거칠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카바넬의 비너스는 당시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가 구입했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욕망의 메커니즘으로 보면, 아마 당대 부르주아 남성들도 앞다투어 비슷한 그림을 주문했을 것이다.

반면 에밀 졸라와 같은 지식인들은 이 그림을 혹평했다. 당대 남성들의 성적 취향과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외설스럽고 저속한 그림이라는 것! 예컨대 졸라는 “젖의 강에 빠진 이 여신은 맛있어 보이는 고급 창녀와 닮았다. 그녀는 살과 뼈로 만들어지지 않고(만일 그랬다면 보기에 안 좋았을 것이다) 주로 분홍색과 흰색으로 되어있으며 케이크 위에 부드러운 장식으로 사용되는 마르지판(marzipan) 종류로 만들어진 듯하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신화적 이상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림이 갖는 매혹을 거부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아마 졸라도 악평은 했지만, 관능의 시선으로 어루만지며 누구보다 이 그림을 즐겼을지 누가 알겠는가!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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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