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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월14일, 보안사령부에서 군인들이 카메라 앞에 도열했다. 12·12 쿠데타의 주역들,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은 촬영 이틀 전 정권을 찬탈했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한 그들은 자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만의 영광은 사진으로 기념됐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되기에 뒷줄 맨 우측의 백운택 준장은 따로 편집해 붙이기까지 했다. 

 

1979년 12월14일, 신군부의 기념촬영(위)/1996년 12월16일, 12·12 및 5·18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아래).

 

1996년 12월16일, 그들은 서울고등법원 법정에서 다시 카메라 앞에 도열했다. 흑백사진에서 앞줄 중앙에 보였던 차규헌, 유학성, 황영시 등은 컬러사진에서도 역시 전두환, 노태우와 함께했다. 군복 대신 수감복을 입고, 별 대신 번호표를 단 주역들의 모습은 늙고 지쳐 보인다. 그들만의 굴욕이 찍히는 순간, 그들만의 영광 때문에 많은 이들이 희생됐다는 걸 반성이라도 했을까.

 

12·12 및 5·18 사건 1심 선거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됐던 전두환은 1997년 12월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들만의 굴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주역들이 목숨을 걸었던 쿠데타의 성공은 또 한번 그들을 살려준 것이다. 그들만의 영광을 묵인한 슬픈 현실은 얼마나 굴욕적인가. 14일과 16일 사이, 그들만의 또는 우리의 영광과 굴욕이 카메라 앞에 교차로 도열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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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