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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매거진 팀과 함께 한 김제, 정읍 근대문화유산답사기입니다. 오랜만에 일행이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전북의 평야를 무조건 호남평야라고 하는 줄 알았더니 평야에도 이름이 다 붙어있습니다. 동진강 하류에 있는 넓은 평야가 김제평야이며 만경강 하루에 있는 것이 만경평야라고 합니다. 이 둘을 합쳐서 김만경평야, 혹은 호남평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이며,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오사카의 상인집단들이 바로 이 곡창지대에 눈독을 들여 땅을 매입하고 소작을 부치고 대농장을 일궜으며 그곳에서 나온 미곡들을 바리바리 일본으로 챙겨갔다는 것이지요.

 
정읍시 신태인읍 신태인 도정공장 창고

신태인 도정 공장은 2007년 갑작스럽게 철거되고 지금은 빈터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도정 공장 창고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창고 건물 답게 견고할 뿐더러 그 규모에 압도당할 만 합니다. 지금도 상업물품들의 창고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창이 많지 않지만 통풍을 위해 환기창이 있습니다. 지붕 중앙에도 환기구가 만들어져있습니다.

                         건물의 모양새가 비례감이 좋습니다. 잘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정읍시 신태인읍에는 거대한 도정공장 창고가 남아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부지의 도정공장은 몇 해전인 2007년 무슨 이유에서인지 헐리고 그 빈터만 허허롭게 남아있습니다. 빈터만 봐도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요. 창고는 근대건축물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붉은 벽돌로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 안에 얼마나 많은 곡식들이 채워진 것인지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신태인이라는 소읍은 마을이 생기기도 전에 철도역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쌀 도정과 쌀 운반 때문에 생겨난 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호리 일대의 너른 평야에서 수확한 쌀은 이곳에서 모두 도정했고 기차를 타고 군산으로 가서 다시 함선으로 옮겨져 일본으로 건너갔지요.



김제 죽산면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

김제시 죽산면에 있는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을 찾아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김제로 갑니다. 이 마을 역시 쌀농사를 주로 하는 곳인데 화호리나 다른 마을들과 확연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상가 건물이 지어졌고 도로가 널찍한 것이 꽤나 번창했던 마을인가 봅니다. 마을 초입에 하시모토라는 대농장주가 운영하던 농장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시모토 농장사무실이 재미있는 이유는 유럽식 건축 스타일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둘러본 농장 사무실은 일본식 가옥이거나 양옥으로 개량한 일식 주택의 형태, 혹은 창고 등의 형태였는데, 하시모토의 경우는 프랑스식 망사르드 지붕(Mansard)을 얹고 벽면에 석재로 장식한 전형적인 유럽식 건축 형태입니다. 하시모토는 자신의 남다른 취향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하시모토라는 대농장주의 사무실로 사용된 건물입니다.
 

                         망사르드 지붕을 구경해보세요. 이중경사지붕의 의미를 아시겠지요?

                   아무리 예쁘게 찍으려고 해도 사진빨 안받습니다. 건물의 특징만 보고 지나갈까 합니다.


 
건물은 약간 높은 지대에 있는 데다 보통의 건물보다 층고가 높다보니 멀리서도 잘 보입니다. 당시에도 마을의 랜드마크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망사르드 지붕(맨사드 지붕이라고도 하지요.)’이란 이중경사지붕을 말하는데요. 아랫쪽 지붕은 경사가 급하고 윗쪽 지붕은 경사가 완만하게 연결되어 두 개 층의 지붕으로 이루어진 형태입니다. 프랑스 파리 중심가의 건물들을 보면 죄다 망사르드 지붕을 취하고 있는데요. 고전주의 건축가인 프랑수아 망사르(Francois Mansard)가 발전시킨 양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망사르드 지붕을 하시모토 농장사무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요.


독특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소위 ‘사진빨’이 잘 받지 않아 건물의 특징을 잡아내기 어려운 건물입니다. 건물 몸체의 둔중한 비례감과 현관의 장식이 하다만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뭔가 근사한 것을 만들어보려다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건축주와 건축가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해봅니다.

            농장 사무실 옆에 목조가옥도 한채 남아있습니다. 창고 겸 관리자의 숙소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이전 답사 때는 낡은 건물이었는데 일년 사이에 손을 봐서 깨끗해졌네요.


하시모토는 죽산면 일대의 황무지와 갯벌을 개간하여 농토를 넓혔던 인물입니다. 1906년 군산에 발을 디딘 하시모토는 동진강 일대를 개간하면서 농장을 경영하다가 1916년 죽산으로 입성하여 죽산면의 땅을 절반 이상이나 차지하게 됩니다. 1931년에는 법인주식회사 하시모토 농장을 설립하는데, 당시 농장은 350정보의 논과 90정보의 밭을 소유하고 있었고 550여명의 소작인을 두었다고 합니다. 농장 사무실은 1926년에 지어졌으니 법인을 설립하기 전부터 하시모토의 농장경영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제시 백구면 백구금융조합


백구금융조합을 보려면 다시 북쪽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합니다. 처음 백구금융조합을 찾아 나섰을 때 다른 근대도시에서 보았던 은행 건물을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자꾸 시골길로 향하고 있었고 온통 논과 밭으로 가득한 소읍의 좁을 도로를 겨우겨우 찾아들어가자 아담한 양식 건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동네에 금융조합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만큼 김제군에 두루 펼쳐진 평야에서 거두어들인 미곡이 어마어마했었다는 뜻이겠지요. 미곡은 곧 돈이었으니 당시 금융조합은 힘깨나 썼던 조직이었을 겁니다. 금융조합은 쌀 수탈에 용이하도록 일제가 만든 기구인데, 농민들에게 돈을 융통해주던 곳이라고 합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뜻이겠지요.

 

                   한겨울이라 담쟁이 잎사귀가 몽땅 말라버린 바람에 건물의 윤곽이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천장에도 벽에도 온통 낡은 바람이 스멀스멀 흐르고 있습니다.

                      건물 안은 참으로 고요합니다. 저녁무렵의 햇살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재촉하는군요.

         안쪽으로 공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른쪽 벽에는 철재 금고도 부서지긴 했지만 형태가 남아있어요.



만물이 무르익은 가을녘에는 찾아왔을 때 이 건물은 온통 푸르른 담쟁이로 둘러싸여 마치 자연에 송두리째 먹혀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겨울에 찾아오니 잎사귀가 몽땅 말라버리고 떨어져 버렸기에 오히려 건물의 형태가 더욱 잘 보였습니다. 건물은 건재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존재의 이유를 망각한 채 계절에 따라 모습을 감췄다가 드러내길 반복하겠지요.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이.


내부로 들어가보았습니다. 담쟁이는 지독한 생명력을 보이며 벽과 천장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내부는 넓고 깊고 높습니다. 육중한 철문으로 된 금고와 창문 틈 사이로 오래된 바람이 냄새가 흘러나옵니다.


백구금융조합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2005년의 일입니다. 6년이 흘렀지만 건물은 허허벌판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입구를 채워둔 자물쇠조차 없이 자칫 범죄의 현장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도시인다운 발상인가요?


모든 근대건축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아름답게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백구금융조합처럼 조용히 세월의 흐름대로 바스러지는 것도 건물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김제시 백구면 월봉도정공장

                         도정공장의 내부입니다. 아마도 앞쪽에 또다른 공간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2000년대까지 공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백구금융조합 바로 맞은 편에도 심상치 않은 건물이 있습니다. 거대한 창고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도정공장이었다고 합니다. 규모로 보건대 이곳을 오고가던 쌀의 규모가 어마어마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월봉도정공장(오오쓰미 도정공장이라고도 합니다.)은 연간 7만 가마의 쌀을 도정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건물 내부는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것을 보면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건물로 오고간 발걸음은 하얀 눈밭에 남은 들짐승의 것뿐이군요. 벌써 날이 저물어가니 가로등 하나 없는 건물들이 더욱 말이 없어집니다.



호남선 부용역


                         폐역이 된 부용역. 열차는 그냥 지치나고 화물차만 하루에 두번정도 선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마을에 부용, 연꽃 바람이 붑니다.


김제 근대문화유산 기행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데 저편에 부용역이 보입니다. 부용(芙蓉). 연꽃이라는 뜻이군요. 이름이 예쁘죠? 월봉도정공장의 쌀들이 군산으로 가기 위해 거쳤던 곳이 부용역입니다. 익산역과 김제역 중간에 위치한 부용역은 1914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제강점기는 쌀의 이동을 위해 철도가 놓이고 역이 번창하던 시절이었나 봅니다.

번영하던 시절을 기억이나 하는지 지금 부용역은 2008년부터 역무원도 없이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폐역이 되었습니다. 부용역 주변도 조용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그저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아가는 소읍의 풍경이 펼쳐질 뿐입니다.
어둠이 내리는 마을에 연꽃 같은 잔잔한 향기가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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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태인 도정공장 창고 (등록문화재 제175호)
주소- 전라북도 정읍시 신태인읍 신태인리 230-1 번지

2.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 (등록문화재 제61호)
주소- 전라북도 김제시 죽산면 죽산리 570-6

3. 백구 금융 조합(등록문화재 제186호)
주소-전라북도 김제시 백구면 월봉리 624-2

4. 월봉도정공장
주소-전라북도 김제시 백구면 월봉리 백구 금융 조합 맞은편

5. 부용역
주소-전라북도 김제시 백구면 부용리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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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