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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홀먼 헌트, 깨어나는 양심, 1853년, 캔버스에 유채, 테이트 갤러리


빅토리아왕조시대는 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금지했다. 당대는 여성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순결하고, 모성적, 순종적인 결혼한 여성과 창녀와 더불어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말이다.

특히 후자는 비정상적인 쾌락으로 가정을 파멸시키고 질병을 퍼뜨리는 존재로 간주됐다. 사회가 비난한 것은 창녀를 찾는 남성들이 아니라 창녀들이었다. 여성에게만 도덕성을 강요하던 왜곡된 성윤리의 사회였던 것이다. 이처럼 빅토리아시대는 겉으로 보면 상당히 경건하고 규범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엽기적이고 난잡한 스캔들이 난무하던 시기였다. 라파엘전파는 빅토리아시대의 이런 정조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집요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윌리엄 홀먼 헌트는 라파엘전파의 어떤 화가보다도 꼼꼼한 세부 묘사와 선명한 색채, 알레고리적인 도상을 잘 묘사하는 화가로 유명하다.

당대는 상류층 지식인 유부남들이 애인을 위해 집을 마련해주고 갖가지 진귀한 물건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던 시대였다. 바로 이 그림 속 남녀가 그런 사이다. 머리를 풀어헤친 정부가 남자 무릎 위에서 갑자기 일어나고 있고, 남자는 예기치 못한 행동에 놀랐는지 난감한 표정과 손짓을 하고 있다.

먼저 피아노 위 악보에는 순수했던 지난날을 회고하며 슬퍼하는 내용의 노래인 ‘고요한 밤에는 자주’가 펼쳐져 있고, 바닥에는 라파엘전파가 애송하던 ‘눈물이여, 헛된 눈물이여’의 악보가 보자기에 싸여있다. 피아노 아래 흩어진 실타래는 타락과 혼돈을 드러낸다. 피아노 위의 꽃병은 바니타스, 즉 헛된 삶을 나타낸다. 정지된 시계를 안고 있는 여자는 순결을 잃고 타락한 여자를 의미하는 듯하다. 이렇게 타락한 여자의 삶은 테이블 밑에서 고양이가 희롱하고 있는 죽은 새의 운명과 같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여자는 불끈 일어섰다. 거울에 비치는 창밖의 세계, 즉 그녀는 상쾌한 공기와 풍요로운 빛, 자유가 넘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유경희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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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