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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감은 나의 땅에서 나온다. <훈민정음>은 “나라말씀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한다. ‘나라’라는 단어로 가장 먼저 시작한다. ‘나라’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나’와 관계가 있다고 직감한다. ‘나라’는 내가 사는 땅으로서, 물리적이고 사회적인 터전일 뿐만 아니라, 생각과 느낌이 자라나는 문화적 바탕이다.


다와라 기자에몬, 조선국신사 등성행렬도(부분), 1711, 국사편찬위원회



타자와 다른 나를 무엇으로 표현할까? ‘조선국신사 등성행렬도’는 1711년 조선통신사가 왕의 국서를 가지고 일본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대마도의 번주가 당시의 행렬을 다와라 기자에몬이라는 화가를 시켜 그린 기록화로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 그림 속에서 조선의 대표사절단임을 보여주는 깃발이 형명기(形名旗)다. 흰색 바탕에 용이 그려진 깃발로 조선의 국왕을 상징해 통신사 행렬의 지휘 깃발이다. 하지만 용을 그린 깃발은 아쉽게도 청나라의 누르하치가 17세기에 통치를 위해 행정적으로 8개로 나눈 팔기군의 깃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타자와 다른 나라의 상징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잘 알려진 격언으로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너를 알고 나를 안다(知彼知己)’는 말도 있다. 유행가에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라는 구절도 있다. 결국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인 나부터 가족, 사회, 나라 안에서의 내가 있다. 조선시대까지 여성들은 제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신사임당처럼 자기가 사는 건물이 자신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누구나 다 이름을 가진 것조차 인류문명의 긴 여정을 거친 성과다.

내가 누구인가를 절감하게 될 때는 외국으로 갈 때다. 내가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방법은 여권이다.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를 표시한다. 국경 자체가 실제로 눈에 볼 수 없는 가상의 경계일지 모르지만, 국경을 넘어도 나를 나이게 하는 터전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렇다. 이제 나라의 가치 상징, 나라의 미감을 다시금 생각하고 찾아서, 나의 문화적 자긍심의 바탕을 찾을 때다.


선승혜 |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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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