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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그리몬프레즈, 다이얼 히-스-토-리, 1997~2000, 비디오, 68분 ⓒ요한 그리몬프레즈


구름 사이를 가로지르며 비행기는 서서히 하강 중이다. 영상에 맞춰 흐르는 잔잔한 클래식 선율에 취해, 늘 그렇듯 평화로운 비행과 여행의 마무리를 예감한다. 멀리 보이는 활주로에는 안전한 착륙을 도와줄 조명등이 길을 밝힌다. 착륙 중인 듯 비행기 조종석이 조금씩 흔들리고, 뒤편에서 문득 불꽃이 번져 나오더니 조종석이 폭발한다. 비행기는 폭발했다.

 

미디어가 어떻게 비행기 납치 사건을 묘사해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추적한 ‘다이얼 히-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벨기에 출신 작가이자 영화감독 요한 그리몬프레즈는 뉴스, 영화, 홈비디오 클립 등에서 발췌한 장면들만을 모아 경쾌한 편집으로 하이재킹 연대기를 완성했다. 작가는 돈 드릴로의 소설 가운데 기술을 맹신하는 현대인들의 현실을 비판한 <화이트 노이즈>와 소비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개인을 상실한 군중의 폭력성을 다룬 <마오2>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 소설가와 테러리스트의 가상 대화로 영상의 내레이션을 구성했다.

 

테러리스트가 하늘을 지배하던 하이재킹의 ‘황금기’인 1970~1980년대, 납치범들의 폭력성을 담은 TV프로그램은 프라임 타임에 배치되었다. 매스컴이 쏟아내는 이미지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납치범들의 정치적 메시지는 오히려 언론에 ‘납치’되기에 이른다. 작가는 1960년대 테러 현장의 납치범은 로맨틱한 혁명가처럼, 1990년대 납치범은 텔레비전 세트에 폭탄을 설치하는 익명의 존재처럼 편집하여, 방송 카메라가 시청자에게 ‘죽음’과 ‘폭력’의 영상으로 전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지 질문한다.

 

‘허구’마저도 ‘사건’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가진 미디어발 이미지가 세상을 가득 채우고,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칠 때, 미디어를 통제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지 모른다. 작가는 1995년 빌 클린턴과 보리스 옐친이 워싱턴 회담을 마친 후 박장대소하는 장면으로 테러의 연대기를 마무리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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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