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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생각한다. 한 서류에 친한 친구 두 명을 쓰는 칸이 있었다. 누구를 쓸까? 몇몇 얼굴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친구 한 명과 늘 변함없이 지지해주는 대학선배의 이름을 썼다. 잠시 나는 그들에게 좋은 친구일까라고 아득한 심연에 빠졌다.


논어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세 가지 감정으로 시작한다. 공부의 기쁨, 우정의 즐거움, 인정받지 못한 노여움이다. 공자는 배우면 기쁘고,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고,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군자라고 했다. 기쁨은 나로부터, 즐거움은 우정에서, 노여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온다. 우정은 소리를 넘어선 울림이다. 통일신라의 최치원은 선승 무염(無染)을 위해 비문을 썼다. 그는 무염을 회상하며 도연명이 즐겨 말한 ‘줄 없는 거문고’라는 ‘무현의 금’을 인용했다. 우정이란 굳이 소리를 내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기에, 무리가 없어도 좋다는 뜻이다.


신윤복, ‘거문고 줄을 고르는 여인’, 조선, 국립중앙박물관


우정은 마음의 울림이다. 퇴계 이황이 47세에 월란암에 머물며 마음공부에 주력하던 때, 낭영대에 ‘아양(峨洋)’의 시구를 덧붙였다. ‘아양’이란 백아와 종자기 고사에서 유래한다. 백아는 거문고를 잘 연주했고, 종자기는 그의 음악을 잘 들었다.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을 표현할 때, 종자기는 ‘아득하게 높은 것이 태산과 같다’고 응수했다. 백아가 거문고로 흐르는 물을 표현할 때, 종자기는 ‘의기양양 흐르는 것이 황하와 같다’고 대답했다. 백아는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의 줄을 끊어버렸다는 ‘백아절현’은 상호 교감이 우정에서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여준다.

신윤복이 그린 ‘거문고의 줄을 고르는 여인’을 본다. 연주를 위해 거문고의 현을 조절하고 있다. 거문고는 주역의 괘가 6효로 이루어져 있듯이 6현으로 돼 있다. 거문고의 현을 받치는 것은 16개의 괘다. 해죽(海竹)으로 만든 술대로 비단실로 된 현을 치거나 뜯어서 소리를 낸다. 거문고 음악을 들으며, 주역이 말하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사람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우정의 소중함으로 나를 돌아본다.



선승혜 |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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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