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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빨간 엉덩이가 높은 백두산에 다다르는 여정처럼, 동해 추암의 기암괴석은 해안의 절경을 낳고, 상상을 낳고, 전설을 낳고, 소원을 낳고, 믿음을 낳고 ‘촛대바위’가 되었다.

 

임영주, 밑_물렁뼈와 미끈액, 캔버스에 유화, 2017, 40×20㎝×7pcs, ⓒ임영주

 

담벼락 위의 얼룩무늬, 진흙수렁처럼 자연이 의도치 않게 연출했을 무질서한 흔적 속에서 형태를 뽑아내라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조언은 시각의 오류가 상상의 미덕에 닿는 쾌감을 제공하지만, 그런 연상의 과정은 어쩐지 전형적이고 통속적이다.

 

울릉도 저동항에 있는 촛대바위는 추운 겨울 일하러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다 돌이 되어버린 효녀라던데, 추암의 촛대바위는 본처와 소실을 거느렸던 남자란다. 두 여인의 지나친 투기에 하늘이 노해 벼락을 날려 남자만 남겨놓았다니, 에로는 호러와 닿아 있다.

 

이제는 동해의 시그니처가 되어, 해돋이 출사길에 나서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카메라로 순간포착해야 할 촛대바위는 임영주의 작업 속에서 무릎과 만난다. “뼈와 뼈가 연결된 곳에는 물렁뼈와 미끈액이 들어 있다.” 과학책에서 건져 올린 이 문장으로 작가는 촛대바위의 껍질 아래 숨겨진 생생한 물렁뼈와 미끈액을 찾았다. 견고하게 닫힌 구조 사이를 물렁물렁 미끈하게 유영한 덕분이다. 아마도 초록색 이끼로 뒤덮였을, 뻣뻣하게 말라붙은 바위 아래 매끄러운 무릎이 있고, 물렁뼈가 있고, 그 사이로 미끈액이 흘러 다닌다. 딱딱하고도 부드러운 촉감이 뼈와 뼈 사이로 파고들어 솟아오른다.

 

물렁뼈가 퇴화한 ‘늙은 관절’은 균형을 잃는다. 그의 신체는 줄어들고, 중심은 앞으로 쏠리며, 보행속도와 보폭은 감소한다. 늙은 걸음은 통증을 동반한다. 뼈와 뼈가 만나는 모든 관절에서 물렁뼈는 언제라도 소실될 수 있다. 부드러운 완충지대란 언제라도 소멸될 수 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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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