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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바바라 클렘

East Berlin, 1979 ⓒ Barbara Klemm, Institut fur Auslandsbeziehungen e. V.


대선 당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안희정의 볼 뽀뽀는 애교 있는 돌발 상황이었지만, 1979년의 이 장면은 정치인들 키스신의 대표 격이라 할 만하다. 당시 동독 정권 3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호네커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서기장은 진한 입맞춤으로 동맹국의 우정을 과시했다. 일명 형제들의 키스라 불리는 이런 입맞춤은 서구권 사회주의자들이 연대를 드러내는 상징적 방식이다. 프리랜서 사진가 레지스 보수의 클로즈업 사진과 함께 바바라 클렘의 이 사진은 당시 분위기를 전하는 역사적인 아이콘으로 꼽힌다.

 

바바라 클렘은 중도 우파 성향의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자이퉁’의 사진기자였다. 1959년 입사해 처음에는 사진 제판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바바라 클렘은 1970년 사진기자로 활동을 전환한 뒤 2004년 은퇴할 때까지 문화, 예술, 정치부를 누비며 굵직한 세계사를 기록했다. 특히 브레즈네프와 호네커의 뜨거운 동맹 키스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10년 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은 그녀의 걸작으로 꼽힌다. 장비의 진화에 민감한 사진기자임에도 평생 흑백 필름 사진만을 고집한 그녀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덕분에 흑백 사진의 특유의 명암 대비는 물론이고, 긴박한 상화에서도 완결성 있는 구도를 추구한 사진가로 꼽힌다. 고은사진미술관이 회고전을 통해 포토저널리즘의 경계를 넘어서려 한 그녀의 궤적을 소개한다. 의욕이 넘치는 사진기자들은 많지만, 그들의 개성은 좀체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언론 풍토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사진들이 수두룩하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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