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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수치심 때문에 죽는다.” 영화 <디엣지>의 대사다. ‘내가 왜 길을 잃은 거지? 뭘 잘못한 거지?’ 자책감과 자괴감에 빠지면 무기력해진다. 살기 위해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 수치심 때문에 죽는다는 건 그런 의미일 것이다.

 

똥물을 맞은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 1978년 2월21일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TV에서 8년간 자책감에 시달렸다는 이를 보았다. ‘수치심 때문에 죽는’ 것과 다를 바 없는 8년의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경직된 목소리는 40년 전 동일방직 노동자가 수치심을 견디며 부르쥔 주먹과 닮아 보였다.

 

1978년 2월21일, 대의원 회의를 앞두고 회사 측에 매수된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 조합원들에게 달려들어 똥물을 뿌렸다. 이른바 ‘동일방직 똥물사건’, 남성 중심의 어용노조 대신 여성 중심의 민주적 노조로 탈바꿈하자 회사와 정부가 탄압했던 것이다.

 

“그래도 똥물을 먹고 살 순 없다.” 그럼에도 계속 저항했던 목소리는 절박했다.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8년 전의 성추행 피해를 고백한 목소리는 단단했다. 수치심 때문에 죽는 인간은, 다시 또 수치심을 겪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한다. 세상이 바뀌는 순간이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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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