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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선승혜의 그림친구

[선승혜의 그림 친구]“꿈을 선물하다”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한 선물은 꿈이다. 겹겹이 쌓인 마음 깊은 곳의 꿈을 심어두는 것보다 더 오래가는 선물이 있을까? 막상 네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당황스럽다. 행복이라는 모호함으로 대답한다. 과연 이루고 싶은 꿈이 행복인가?

상상의 꿈이 있다. 백제 무령왕(462~523) 무덤의 출토품은 대부분 왕비를 위한 물건들이다. 왕이 그녀에게 보내는 선물들이다. 무령왕의 팔베개와 같이 그녀를 보듬어준 무령왕비의 베개를 본다. 왕비의 베개는 나무를 깎아서 만들고 주칠을 했다. 금을 가늘게 잘라 붙여서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시키는 육각형으로 구획을 나누었다. 그 안에 해, 달, 봉황, 용 등 갖가지 모티프로 세상을 그려 넣었다. 죽음 뒤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긴 여정을 위해 꿈을 선물한 것이다. 베개 좌우에는 두 마리의 새가 영혼의 여정을 돕는다. 왕비의 베개는 영혼을 꿈꾸는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선물이다.


‘무령왕비 베개’, 백제 6세기, 국립공주박물관 국보 164호



반면 아주 현실적인 꿈도 있다. <삼국유사>의 ‘태종 춘추공편’은 김유신의 막내 문희가 언니에게 비단치마를 주고 꿈을 사서, 김춘추(604~661)의 왕비가 되었다는 일화로 시작한다. 왕비가 되는 꿈은 지금도 유효할지 모르는 여자들의 딜레마다. 자신의 꿈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실현하려고 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꿈을 타자에게 의지할 때 생기는 상호의존성은 중독에 빠지기 쉽다. 여자의 꿈이 남자의 성공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때, 중독현상은 갖가지 부작용을 드러낸다. 단적으로 왕자를 만날 때까지 결혼하기 어렵게도 하고, 결혼을 해도 꿈이 타자에게 있는 한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꿈을 자녀에게 투사할 때, 아이들은 힘들다.

꿈은 내가 꾸는 세계다. 지금까지 세상의 목표를 향해 달렸을 뿐, 자신의 꿈을 꾸기를 보류해 왔다면, 이제 나의 꿈을 품을 시대가 되었다. 내 마음의 중심을 가지고 꿈을 꾸되, 나의 꿈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서로 다른 꿈도 존중하자. 각자 서로 다른 꿈을 존중하는 세상, 서로의 꿈을 돕는 마음이야말로 내가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선승혜 |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