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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과 거실로 이어지는 자리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의 무릎을 베고 큰아들이 누워 있다. 엄마의 손은 아들의 가슴 위에 살포시 놓여 있고, 두 사람의 단단한 입매가 서로 닮았다. 초점 없는 눈으로 응시하는 엄마의 얼굴에도, 눈을 지그시 감은 아들의 얼굴에도 청량한 빛이 은은하게 감돈다.

 

 

찬란 - 유예에서 바라봄으로 ⓒ박현성

사진가 박현성의 ‘찬란’ 시리즈는 어머니와 형의 일상을 따라간다. 꽤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진을 면밀히 바라보면서 연출된 장면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중년의 엄마와 청년의 아들 사이에서 무릎베개가 왠지 흔치 않은 일인 것 같고, 두 얼굴을 감싸는 빛의 기울기가 우연이라 하기엔 절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업이 가족을 향한 기록이기에 앞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 사이에 솟아난 공백을 더듬는 몸짓이기에 그렇다.

아버지를 잃은 엄마와 형 그리고 ‘나’는 카메라 주위에 모인다.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엄마와 형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만큼 작은아들 그리고 동생의 카메라 앞에 서는 일도 익숙해진다. 얼굴이 닮은 세 사람은 서로의 얼굴에서 자기를 바라보고, 또 아버지의 빈 그림자도 발견할 것이다.

 

말해질 수 없는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망자는 떠나도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되는 가족의 생 앞에 렌즈를 밀어 넣은 작가는 미약하지만 찬란한 빛을 보고야 만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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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