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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5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미쓰코 사노의 본래 직업은 영화 연구가였다. 중동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에 이슬람 영화를 소개하는 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문화가 이질적인 탓인지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일본에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신 이미지에 대한 관심은 각 문화권이 가지는 제멋대로식 편견과 그것을 사진으로 다루는 일에도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 아시아인들은 찢어진 눈매를 하고 있다든지, 온갖 종류의 카메라를 걸친 채 어딜 가든 사진 촬영에 몰두하는 식으로 묘사되는 중년의 일본 아저씨는 전형적인 사례다. 미쓰코는 이런 인종적 고정 관념을 사진으로 재현한다. 스스로가 모델로 분한 모든 장면들은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과장되어 있다.

 

다이소부터 미국 아마존 사이트까지를 들락거리며 힘들게 마련한 소품으로 남자, 여자, 아시아인, 무슬림 등으로 변신하는 그녀가 이번에는 큼지막한 수박을 든 흑인 소녀로 탈바꿈했다.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한 뒤 그들의 문화를 조롱하는 쇼는 미국 극장에서 성행하던 오랜 관행이었다.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과 함께 사라지기까지 무려 한 세기를 지속했다. 비록 이런 극장 쇼는 사라졌어도, 게으른 흑인이 한 번에 먹기에는 지저분한 수박을 좋아한다는 식의 문화적 편견은 남북 전쟁 이후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노예 제도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수월하게 키우거나 팔았던 과일이 수박이었다는 사실에서 연유했다는데, 심지어는 버락 오바마의 대선 운동 당시에도 그를 공격하기 위해 등장할 정도였다. 조잡한 소품과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미쓰코가 진짜 흑인일 수 없는 것처럼 억지스러운 선입견들은 가짜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이야말로 중독성이 강해서 쉽게 제거할 수 없는 덫이 되고는 한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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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