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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새벽, 칠흑처럼 먹먹한 어둠 속에서 플래시가 강하게 터진다. 창백한 섬광을 마주한 병사의 헬멧과 얼굴 그리고 요대의 버클이 부러질 듯 딱딱하게 빛난다. 그 옆에는 90㎜ 주포를 장착한 M48A2C형 패튼 탱크가 어둠의 물결에서 차갑고 육중한 몸체를 뒤척인다. 프레임 끝과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탱크와 병사가 그려낸 평행선이 기묘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그 안에서 어깨를 맞댄 어둠과 밝음의 선명한 대비가 눅눅한 불길함을 자아낸다.

 

1979년 10월27일 오전 4시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중앙청에 배치된 계엄군과 탱크(경향신문사).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1979년 10월27일 새벽에 찍힌 장면이다. 오전 4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고 수도경비사령부 소속의 계엄군이 탱크와 장갑차를 몰고 중앙청을 점거했다. 뚜렷하게 보이는 탱크와 그 뒤로 어렴풋한 중앙청 건물 그리고 승용차들이 모두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유신체제를 통해 박정희가 영구집권을 획책했던 시절에 그가 지워진 세상은 그야말로 비현실과 다름없다. 또한 일국의 대통령이 술자리의 여가수와 여대생 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사건은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다.

 

모두 알다시피 전날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15년 10개월 16일간 청와대에 거주하면서 죽어서야 청와대를 떠나는 그의 운명은, 고향 후배이자 육사 동기였던 측근에게 배신을 당한 그의 최후는 꽤나 을씨년스럽다. 그렇게 기나긴 1인 독재정권과 유신체제는 드디어 종말을 고했다. 하지만 을씨년스러운 시대의 비극은 광주를 거쳐 한동안 이어지고 말았다. 그 슬픔은 사진 속의 음산한 어둠처럼, 스산한 섬광처럼 우리 곁을 아직도 맴돈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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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