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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에서 동두천을 지나 연천으로 이어지는 3번 국도는 연천 시내로 들어가기 직전 우측의 2차선 도로와 만난다. 재인폭포로 이어지는 이 도로를 따라 약 4㎞를 달리면 도로 왼쪽으로 여러 채의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쪽으로 펼쳐져 있는 널찍한 평야는 가슴 시리도록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평야 앞쪽으로는 한탄강이 크게 굽이쳐 흐르고 뒤쪽에는 나지막한 산을 등지고 있어 이 한옥은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왕가’라는 이름을 가진 한옥 호텔이다. 겉으로 봐서는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데 왜 조선왕가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이 북쪽에 조선왕가와 무슨 연고가 있기는 한 걸까?

 

 

내용은 이러했다. 원래 이 한옥들은 현재 명륜동에 있던, 고종의 손자 이근이 살았던 건물이었다. 그런데 1936년 일제강점기 때 지도에 이 한옥들을 종택(宗宅) 영역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이 한옥들이 왕실의 종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종택은 1947년 황실 어의의 후손인 조인섭씨의 명의로 넘어갔다가 1976년 극동그룹으로 다시 이전, 그러고는 2008년 현재의 소유주인 남권희 박사가 매입하기에 이른다. 

 

남 박사는 매입한 이 종택을 2년여 기간에 걸쳐 원형의 모습 그대로 이곳 연천에 옮겨 놓았다. 명륜동에 있던 종택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상량문에는 1935년에 중수를 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종택의 나이가 200년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중심 건물인 염근당(念芹堂)의 대들보는 수령이 600년이나 된다 하니 이 한옥이 얼마나 긴 세월을 품고 있는지 새삼 놀랍다. 

 

다만 옮기는 과정에서 나무의 겉을 다듬었기에 오랜 세월의 느낌이 덜 배어나올 뿐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 한옥의 이름을 조선왕가(朝鮮王家)로 명명하였다 하니 수긍이 간다.

 

조선왕가는 약 3000평의 대지 위에 ‘ㅁ’자 형태의 염근당과 뒤쪽 별채로 되어 있는 회덕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의 현대식 건물은 호텔 로비, 세미나실, 카페 등으로 호텔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꽃피는 봄이나 만산홍엽이 지는 가을날, 자연에 묻힌 고즈넉한 염근당 한옥 추녀 아래에서 펼쳐지는 멋진 음악회가 눈에 그려진다. 또한 염근당 밖 잔디마당에서 바라본 조선왕가의 조용한 설경은 이런 모습이리라.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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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