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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최초로 배출한 건 폐망 직후 폐허 속에서였다. 이들은 교토대학교 출신이었다. 1897년 개교 이래 여전히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대. 4차 산업을 이야기하는 21세기에 아마 이 대학 또한 미래 지향적인 연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교토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이색적인 방문 장소로 꼽히는 요시다 기숙사에 들어서면 이 학교의 저력이 전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1913년 처음 운영을 시작한 이 기숙사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기숙사이자, 유일한 목조 건물 기숙사이다. 120개의 다다미방을 갖춘 내부에는 200명 정도의 학생이 살고 있고, 학교 당국의 간섭 없이 기숙사 자치회를 통해서만 운영이 이뤄진다.

 

그러나 간타 노무라가 함께 살다시피 하며 촬영한 사진을 보면 내부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다. 철거에 임박한 숙소처럼 이불과 쓰레기는 방방마다 뒹굴고, 공연장으로 바뀐 식당을 대신해 취사는 편한 곳에서 아무렇게나 이뤄진다. 건물 일부는 관리 소홀로 무너지기 일보직전이고, 그런 틈에서 학생들이 키우는 염소나 공작 등이 함께 살아간다. 1년 회비가 몇십만원에 불과하다 보니 유학생이나 고학생에게는 여기만 한 곳이 없고, 심지어는 이곳을 떠날 준비가 안돼서 10년째 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있다는 풍문이다. 물론 학교 당국이 이런 상황을 반길 것 같지는 않다. 1960~1970년대 좌파 학생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와 1995년 한신대지진을 거치며 학교 당국은 안전과 시설 관리상의 문제로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제 이곳은 젊은 지성의 거처라기보다는 셰어 하우스의 원조 혹은 시대를 거스르는 보헤미안들의 안식처 같은 인상도 풍긴다. 그럼에도 취업과 학점에 찌든 우리에게는 여전히 꿈꿀, 아니 최소한 도피할 자유가 있는 해방구처럼 보인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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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