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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여행이 아니었다, 2005, 영상, 22분 @피에르 위그


미지의 대상을 향한 동경과 호기심은 여행의 동기가 되곤 한다. 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이유는 도시 속 일상에 정주하는 삶이 지겹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에르 위그가 남극 여행을 결심한 데는 쥘 베른의 소설 영향이 컸다. <해저 2만리>를 비롯한 과학소설은 생명체와 그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을 기묘하게 섞어 작업하는 위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구온난화로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지도상에 표시되지 않은 섬들이 드러났고, 섬에는 흰 동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작가와 동료들은 알비노 펭귄으로 추정되는 생명체를 찾아 좌표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섬을 향했다. 2005년 2월 배를 타고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그들은 미지의 존재와 교신하기 위한 도구도 챙겼다.

 

그의 동료가 ‘인생을 바꿀 만한 체험’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그들의 탐험은 험난했다. ‘계획’에 없던 태풍을 만나고, 빙산에 갇히는 공포를 꼼짝없이 함께한 그들은 익숙한 줄만 알았던 관계 속에서 낯선 ‘사회’를 만났다. 예측을 우습게 뒤집어버리며 죽음을 눈앞까지 데려오는 환경 앞에 그들은 예전에 알던 그들이 아니었다.

 

마침내 그들은 ‘목적지’에 도달했고, 마치 신의 은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알비노 펭귄이 눈앞에 나타났다. 귀환한 작가는 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스케이트장 울만 링크에 남극을 불러들였다. 링크에는 인공 빙산이 솟아올랐고, 그 주변에 오케스트라가 자리를 잡았다. 오케스트라는 조슈아 코디가 남극의 지형을 모티브로 작곡한 곡을 연주했다.

 

관객이 공연에 집중하고 있을 때, 펭귄의 환영이 빙산의 꼭대기에 등장했다. 관객은 앉은 자리에서 가상의 남극 혹은 그 어딘가의 풍경 속을 탐험했을 터였다.

 

작가는 이후 남극의 영상 작업과 센트럴파크 퍼포먼스 영상을 편집하여 실제와 가상이 더 복잡하게 섞여 들어간 작업 ‘그것은 여행이 아니었다’를 완성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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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