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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임꺽정의 은신처 ‘고석정’


1년7개월간의 서울 여정을 마치고 이제 시선을 경기권역으로 옮겨 본다. 경기권역의 첫 대상지는 포천이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포천을 시작으로 경기북부에서 경기남부로 향하는 드로잉 여행을 새로이 시작해 본다.

그 첫 장소로 한탄강 줄기에 위치한 고석정(孤石亭)을 소개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철원에 속해 있으나 포천의 최북단 관인면 냉정리와 접하고 있는 곳이기도 해서 포천편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한탄강(漢灘江)은 강원도 평강군에 있는 추가령 구조곡이라는 골짜기에서 시작하여 철원과 포천을 거쳐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합류되는 길이 136㎞에 이르는 강이다.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려 주변 지형을 깎아 형성된 이 강은 강 좌우로 수직절벽과 협곡을 형성하면서 수많은 절경을 만들어낸다. 고석정은 한탄강이 낳은 절경 중 하나로 강 중앙에 홀로 우뚝 솟아 있는 20m 높이의 고석(孤石) 옆에 축조된 정자와 바위 주변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고석정은 조선시대 임꺽정이 활동하고 은거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임꺽정은 양주의 백정 출신으로 나라 일에 마음을 두었으나 신분 때문에 뜻을 펼칠 수가 없었다. 이에 분개한 그는 대적당(大賊黨)을 조직하여 의적활동을 펼친다. 관가나 토호·양반집을 습격하여 재물을 빼앗고 조정으로 운반되는 진상품을 약탈하여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의 활동영역은 황해도뿐 아니라 강원도와 개성, 경기도 등지로 확대되었다. 임꺽정은 관군의 토벌에 거세게 저항하면서 적어도 3년 이상을 버텨내었다.

 

고석정 중간쯤엔 임꺽정이 몸을 숨기기 위해 드나들었다는 구멍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한 사람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안에는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관군에게 쫓기던 임꺽정은 피할 재간이 없게 되면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신하여 강물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 고장 사람들은 고석정의 바위를 꺽정바위로 부른다 하니 임꺽정과 고석정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보다. 이 지역은 물살이 빨라 여름이면 래프팅 장소로도 유명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래프팅을 하면서 강 좌우의 주상절리와 기암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광에 젖어 보는 것도 현명한 생각이리라.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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