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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칼, 잘 지내(Take care of yourself), 2007, 혼합재료, 가변설치


“사랑은 재앙입니다.” 서로 다른 속도로 타오르거나, 미묘한 감정의 엇박자 속에 식어 버리거나, 혹은 습관인 양 유지하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 소피 칼의 진심을 알 길은 없다. 출장길에서 남자친구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보의 e메일을 받았을 때, 소피 칼은 행간에 녹아 있는 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기억해달라며, 이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문장으로 끝맺는 ‘이별 편지’가, 완전한 이별의 선언인지, 계속 만나고는 싶다는 뜻인지 파악할 수 없었던 그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여주면서 해석을 부탁했다.

 

그 이후 작가는 좀 더 많은 여성, 특히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의 해석을 받아보기로 한다. 그의 메일을 받아본 107명의 전문직 여성들은 그들의 언어로 편지의 의미를 해석했고, 작가는 그 내용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작업으로 완성했다. 법조인은 편지의 법적 영향력을 분석했고, 편집자는 문법과 철자의 오류를 교정했다. 범죄심리학자는 그 남성을 ‘뒤틀린 조종자’라고 평했고 무용수는 그 내용에 반응하는 춤을 선보였다.

 

소피 칼은, 이별이라는, 결코 면역이 생기지 않는 통증의 시간에서 이렇게 빠져나왔다. “이 작업을 시작한 후 한 달 정도가 흐른 뒤로는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어요.” 심지어 그가 다시 만나자며 돌아올까 봐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되면, 편지 끝문장을 따서 ‘잘 지내’라고 명명한 이 작품의 의미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거리를 두고 고통을 바라보는 시간을 거쳐 그의 사랑은 이렇게 끝났고, 전 남자친구의 바람대로, 소피 칼은 잘 지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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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