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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승무원들. NASA 아카이브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에는 은은한 자신감이 스며 있다. 부드러운 미소에는 단단한 자부심이 머문다. 7명 모두 완벽한 표정이 나올 때까지 공을 들여 수차례 촬영했을 것이다. 우주를 탐사하는 막중한 임무와 우주비행사라는 영광스러운 명예에 걸맞게 말이다. 곧 다가올 성공을 대비해 촬영됐을 이 사진이 훗날 비극적인 실패를 상징하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2003년 2월3일, 사진 속의 그들을 태운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는 폭발해 산산조각이 된다. 이 사건은 최악의 참사로도 꼽힌다. 비행사들의 죽음이 예견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NASA의 발사책임자들은 컬럼비아호의 발사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관찰하다가 우주왕복선 방열판에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무사히 귀환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한다. 그러나 이 사실은 정작 당사자들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비행책임자 존 하폴드는 말한다. “공기가 떨어질 때까지 비행하다가 죽는 것보다는 승무원들이 즐겁게 비행하다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죽는 것이 낫지 않겠어?”

 

도대체 뭐가 더 낫다는 걸까. 다만 성공에서 비극의 상징으로 곤두박질친 이 사진처럼 우리의 삶과 죽음도 순식간에 교차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증명사진이 영정이 되는 걸 상상하지 못하듯이 눈앞에 놓인 죽음을 몰랐던 비행사의 운명 앞에서 과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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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