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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선승혜의 그림친구

태권도, 내 손과 발로 길을 만들다

마음과 몸의 단련은 하나다. 마음의 수양은 몸의 단련으로 완성된다.

학수고대하던 태권도 수련을 시작했다. 태권도 사범께서 태권도는 발을 움직이는 ‘태(跆)’와 손을 움직이는 ‘권(拳)’으로 길(道)을 연다는 의미라고 했다. 내 손과 발로 길을 연다는 삶의 태도에 도복을 여며본다. 태권도는 개인의 심신단련뿐만 아니라 문화로서 무예(武藝)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무예의 기본은 예의다. 상대방과 정정당당하게 대결하고, 승패에 관계없이 예를 갖추는 삶의 기본을 몸에 익혀본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포스터, 1977


태권도를 배우는 것은 어린 시절 보던 애니메이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 덕분이다. 파란해골 13호가 세계 핵물리학자 회의가 열리는 수중공원을 공격하고, 장박사를 납치해 지구의 왕이 되려는 음모를 꾸민다. 태권동자 마루치와 아라치가 파란해골 13호와 대결해 장박사를 구하고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줄거리다.

요즘의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애니메이션과 비교하면, 어쩌면 태권도로 악당을 물리친다는 발상은 단순할지 모르지만, 당시에 애니메이션이 핵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현재 태권도의 수련은 태극 8장으로 태극기와 유래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한국정신의 무예로서 태극을 몸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놀랍다. 태권도는 맨손과 맨발을 기본으로 하고, 그 근원에는 수박희(手搏戱)와 같은 한국의 고대무예가 자리한다. 현란할 정도의 발놀림은 다른 무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으로 K팝의 리듬감과 하나의 근원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최근 무예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쿵푸팬더3> 주인공은 열심히 기를 모으는 수련을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는 사람 마음의 어두움을 물리치기 위해 가슴속의 검이 필요하다고 한다. 태권도의 핵심은 무엇일까? 태극의 음양의 움직임을 몸에 익혀서 마음속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철학을 담은 태권도를 소재로 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선승혜 |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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