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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프란체스카의 부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부활, 1460년경, 프레스코화, 290×254㎝, 이탈리아 산세폴크로 피나코테카 미술관.

오랫동안 서양미술사를 들여다보면, 예기치 못한 화가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런 화가다. 전공자들도 처음엔 미술사에서 중요하다고 자리매김된 작품들에 시선을 둔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학이나 미술사를 가르치게 되면, 미술사에서 배제된 작품들에 눈길이 간다.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이 생기는 것이다.

이탈리아 산세폴크로에 있는 ‘부활’이라는 그림은 미술사에서 과소평가된 작품 중 하나였다. 산세폴크로가 너무 외진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다빈치나 라파엘의 그림과 비교할 때 너무 조용하고 유혹적이지도 않아 재미도 감동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8세기에 다른 용도로 쓰이기 위해 벽화가 지워졌고, 19세기에 회벽이 깨지면서 드러나기 시작해 15세기의 가장 중요한 프레스코화로 떠올랐다.

초기 르네상스 회화답게 어눌하고 고졸한 느낌이 나는 이 작품은 중세 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생생하고 실감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예수는 마치 중세 로마네스크의 목조십자가상에 나오는 모습과 흡사하며, 거칠거칠한 얼굴은 따끔거릴 듯 촉각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예수의 부활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났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로써 우리들 관자는 인류의 가장 심오한 상징적 사건의 목격자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가장 가까이에서 무덤을 지키던 로마 병사들은 모두 잠들어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왼쪽에 눈을 감고 잠자는 인물에 작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영적으로 무기력한 상태임을 보여준 것이다.

이 그림은 2차 세계대전 전쟁 중에 또 한 차례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이했다. 1944년 영국인 장교 앤소니 클라크는 산세폴크로를 파괴하려다가 포격 중지명령을 내린다. 언젠가 읽은 책 때문이었다.

1920년 올더스 헉슬리가 쓴 <along the road>. 클라크는 “완벽하고 당당한 이 ‘부활’이야말로 세계 최고”라는 헉슬리의 찬사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이런 애호가들 덕분에 ‘부활’ 부활!


유경희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