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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선승혜의 그림친구

행운감수성

운명은 친절할까? 삶의 순간마다 천사들이 나를 돕고 있다. 소소한 행운들을 잘 알아차리는 감성이 행운감수성이다. 금방 도착하는 지하철, 때마침 맑은 날씨,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올 때, 별것 아닌 일들이 사실은 모두 행운이다. 알고 보면 허점투성이인 삶을 붉게 물들인다. 행운감수성은 작디작은 일마저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 점점 운이 좋아지는 특이한 작동원리로 움직인다.


악기를 연주하는 천인, 통일신라, 국립중앙박물관


행운감수성은 평범한 나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내 삶에 배경음악을 틀 것인가는 내 몫이다. 불교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신인 건달바(Gandhava)는 향을 먹고 살며 할랑할랑하게 나타난다. 천상과 지상의 사이에서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음악을 들려줄 때, 아름다움의 행운을 알아채는 것이 감성이다. 백제 용봉향로에서 음악으로 향을 내보내고, 감은사지의 사리기에서 건물의 사방에 둘러앉아 음악으로 생명을 지켜준다. 조선의 학자 이익은 해동악부의 ‘낭성곡’에서 “삼청의 옥피리 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네. 오호라, 가야금 소리 끊이지 않아서, 오늘날까지 향악이 우리나라에 퍼져 있네”라고 했다. 끊임없이 전해진 음악을 듣는 것은 아름다움의 행운이다.

천상의 행운메시지는 지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일지 모른다. 세속의 시공간이 음악으로 물들 때, 차가운 운명마저도 친절하다. 피노키오의 주제곡은 “별에 소원을 전할 때, 당신이 누구인지 상관없어요. 마음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든, 당신에게 옵니다. 만약 마음에 꿈이 있다면, 어떤 요구도 지나치지 않아요. 꿈꾸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이 별에게 소원을 전할 때, 운명은 친절합니다.” 때로 운명은 나무로 만든 피노키오가 사람이 될 만큼 친절하다.

작고 작은 일에서도 행운을 알아챌 만큼, 행운감수성이 풍부하기를 바란다. 나의 바람이 하늘에 닿아서, 하늘과 내가 서로 느끼는 천인감응으로 운명은 친절하다. 운명을 알아내는 행운감수성으로 나는 오늘 각종 모습으로 나타난 천사들을 만난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세상의 천사가 되기를 바라면서….


선승혜 |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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