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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Yes We Cam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서의 사진의 역할은 사진의 발명과 함께 예고된 숙명이었다. 사진 발명 직후인 1840년대 이미 파리 경시청의 알퐁소 베르티옹은 범죄인의 식별과 유형학적 분류를 위해 정면과 측면 얼굴을 촬영하는 ‘머그샷’을 고안했다. 1871년의 파리코뮌은 남북전쟁과 함께 사진이 본격적 기록 대상으로 삼은 역사적 사건이지만, 그 사진으로 인해 수많은 참가자들이 잡혀간 채증 사건의 원조로 꼽히기도 한다. 파리68혁명 당시에는, 시위대가 구타를 당하는 사진이 ‘파리마치’ 표지에 실리자 경찰은 사진가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학생들은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이 채증 목적으로 사용되자 그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김민, 청운동, 2014



억울한 목소리들이 광장에서 쉼없이 퍼지는 요즘, 이 감시의 시선들은 훨씬 견고해졌다. 경찰은 아예 채증팀을 만들어 치밀하게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기록하고 분류한다. 김민의 ‘Yes We Cam’은 시위 현장에서 이뤄지는 채증 장면을 기록한 연작이다. 채증 상황을 채증하겠다는 그의 발상은 감시의 시선에 맞선 작가만의 저항 방식이기도 하다. 김민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찰의 채증 건수는 해마다 1000건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진기자 출신으로 평소 후배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글쎄 우리 아들이 의경이 됐는데 채증 담당이야. 현장에서 만나도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줘.” 카메라를 들고 같은 현장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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