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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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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는 실종된 딸의 행적을 추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줄거리만 들어도 몇몇 영화들이 떠오를 만큼 익숙한 장면이 예상된다. 그러나 영화는 신선한 형식과 참신한 화면 구성으로 스토리 라인을 풀어낸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내내 전지적 시점으로,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경우가 없다. 모든 장면이 액자 구성처럼 PC 모니터와 모바일 액정, CCTV 등의 또 다른 화면을 통해 펼쳐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진과 동영상은 구글부터 인스타그램, 텀블러,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되고 재생된다. 가족사진 또한 카메라로 촬영되지 않고 모니터 캠을 통해 캡처된다. 그리고 인화해 가족앨범에 보관하지 않고, 컴퓨터 바탕화면이 되거나 폴더에 저장된다. 보기 힘든 망자의 사진은 검색 제한을 걸거나 온라인 메모리얼 사이트에 업로드한다. 이처럼 영화는 윈도 XP 화면으로 시작해 시종일관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 환경을 현실감 있게 제시한다.

 

특히, 딸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얻은 단서들이 쌓여가는 바탕화면이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사진은 다른 문서들(PDF, HTML, RTF)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전송되거나 삭제될 수 있는 파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찍히기보다 캡처되고, 간직하기보다 전송되며, 기념하기보다 인증되는 하나의 데이터. 예기치 않게 영화에서 지금 여기, 사진의 정체성을 실감하게 된다.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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