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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가족 앨범



Liu Jie, Family Album, 2011



중국 베이징 기차역 근처에 살고 있는 사진가 리우 지에는 매일같이 기차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부모를 따라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한 자신처럼 그들 또한 새로운 삶을 찾아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현재 도시로 떠나온 중국의 이주노동자는 2억5000만명, 대신 시골에는 2000만명의 노인과 5800만명의 아이들이 남겨져 있다. 이런 아이들의 상당수는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지만, 심하게는 아이들끼리만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도시로 떠나온 이들은 쉽게 고향을 방문하지 못한다.

가진 기술이 없는 농군들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란 공장이나 건설 현장 일용직이 고작이고, 주 6일을 근무해도 몇 푼 안 남는 월급으로 오가는 데만 이틀 걸리는 고향집 방문은 호사스러운 꿈일 뿐이다. 결국 아이들은 1년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겨우 한 번 찾아올 부모를 기다리며 길고 외로운 성장통을 겪는다. 리우 지에는 이렇게 남겨진 아이들의 사진을 찍은 후 그들의 부모를 찾아갔다. 아이들의 최근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반가움도 잠시, 실물 크기로 세워 놓은 사진 앞에서 부모의 표정은 한없이 어둡다. 자연을 배경으로 선 아이들의 사진이 찾아온 부모의 현실은 콘크리트의 건설 현장이거나 초라한 단칸방이다. 그리움과 노동에 전 가족들은 서로 헤어진 채로 한 장의 가족사진을 완성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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