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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선승혜의 그림친구

당문화는 다시 깨어나는가?

역사는 순간마다 문화기억을 축적하고 되살린다. 최근 중국은 당나라의 문화기억을 부활시키고 있다. 한국인에게 당나라는 정치적으로 신라의 나당연합으로, 인물로는 당에 조기유학을 가서 외국인 과거시험에 합격한 최치원으로 기억되고 있다.

21세기 더 다양하고 복잡한 국제관계의 구조 속에서 우리의 시야에 당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당의 수도였던 시안(옛 이름 장안)은 무왕이 통치한 주나라의 서주, 전국을 통일한 진나라, 한나라의 전반부인 전한, 당나라까지 1000여년 동안 수도였다. 시안은 20세기 중국이 수도를 정하는 투표에서 베이징과 경합해, 한두 표 차이로 베이징에 수도를 내어주었다고 할 만큼 중요한 도시다.

중국 시안 대당불야성에 있는 당 현종의 조각상.


현재 시안은 신(新)실크로드의 핵심도시로서 시진핑 주석이 주목하는 지역이다. 시안은 당문화를 주제로 ‘대당불야성(大唐不夜城)’이라는 문화지구를 만들고 있다. 이곳은 당나라 현장이 인도에 가서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대안탑에서 남으로 1500m, 동서로 480m에 이르는 두보의 ‘곡강(曲江)’에서 이름을 딴 곡강문화지역이다. 당나라 건축양식의 시안음악청, 시안대극장, 곡강영화성 등이 즐비하며, 앞으로 더 많은 문화시설이 세워질 계획이라고 한다.

대당불야성의 거리 중앙에는 당나라의 현장에서 시작해 화가, 서예가, 시인, 정관지치(貞觀之治)의 당 태종, 측천무후, 개원성세(開元盛世)의 당 현종까지 역사 조각이 즐비하다. 동아시아의 문화구조에 잠재된 당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다. 보편적 가치로서 불교뿐만 아니라, 문화기억으로서 당의 시서화는 한자문화를 공유한 동아시아에서 막강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마음의 정서를 토로한 이백이나 두보의 시는 지금도 마음에 위로가 될 만큼 강한 예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한국은 어떻게 당문화의 부활에 대응할 것인가? 과거 당나라와의 관계에서 신라는 나당연합으로 삼국의 후발국가에서 통일신라를 이루었다. 일본은 견당사를 파견하면서 일대 문화변혁을 맞이했다. 그 결과 한·일에서 당나라의 육중하고 화려한 문화취향이 풍미했다. 지금 21세기 아시아의 문화판에서 당문화의 부활을 보고, 한국은 긴장감을 되살려야 할 때다.



선승혜 |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