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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독신여성이 아이를 그린다면?


‘어린 토마스와 그의 엄마’, 1893년

 


여성 미술가들 가운데는 아이를 낳지 않은 여자들이 많다. 그들은 흔히 자신이 남긴 작품을 자식이라고 말한다. 조지아 오키프, 프리다 칼로, 메리 캐사트, 리 크래스너(잭슨 폴록의 부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메리 캐사트(1845~1926)는 예술과 결혼생활이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이른 나이에 깨달았다.


캐사트는 미국 피츠버그의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자로선 드물게 미술대학을 나왔고, 게다가 저항하듯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드가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된 그녀는 인상주의에 합류해 활발한 활동을 했고, 인상주의 미술을 미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신인 캐사트가 평생 그렸던 것은 엄마와 어린아이! 그것도 신뢰와 애정이 넘쳐나는 따스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기막히게 잘 표현했다. 그런 캐사트의 그림은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가 모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다.


캐사트가 모성의 세계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이 자신에게 미지 혹은 환상의 세계였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인생에서 단 하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의 표출이기도 했을 터이다. 사실, 많은 기혼 여성 예술가들이 거의 자기 아이를 주된 소재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을 보면 수긍이 간다. 따라서 캐사트의 그림은 보통 엄마들이 겪는 육아라는 지난한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부드러움과 관능, 그리고 관조의 시선이 녹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어떤 작품들은 엄마가 아이를 안아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아이가 엄마를 따스하게 감싸 안아준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그림은 마치 토라진 연인을 달래는 사람처럼 엄마를 묘사하고 있다. 거부할 수 없이 귀엽고 앙증맞은 아기의 표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캐사트는 이런 모자관계를 통해 엄마가 아이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는, 가장 이상적인 모성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