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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된 사진들

들리지 않는 눈물

세상에 순한 아이는 없다.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그것뿐이다.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예민함을 지녔고, 각자의 방식으로 그 예민함을 표출한다. 이 아이는 소리에 예민해 소리를 지르고, 저 아이는 잠자리에 예민해 잠투정하며, 또 어떤 아이는 음식에 예민해 음식을 뱉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 힘주어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는 순하다고, 착하다고.

 

그래, 눈물은 원래 들리지 않는 법이다. ⓒ이옥토

 

그러나 각자 타고난 예민함은 달큰한 말로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나이를 먹고도 마냥 아이처럼 유난스럽게 예민함을 티낼 수 없기에 스스로 자신을 억누르는 요령이 생길 뿐이다. 소리 없이 울거나 억누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다.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내면에 잔존할 것이다.

 

젊은 작업자 이옥토의 사진을 보면서 그런 종류의 예민함을 헤아려본다. 사진 속에 자주 등장하는 미약한 빛과 유약한 형체들 그리고 연약한 색은 극도로 예민하게 바라볼 때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그런 예민함으로만 감지되는 또 다른 세상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마치 귓바퀴에 고인 들리지 않는 눈물처럼. 그런 세상을 예민한 눈으로 바라보는 건, 예민한 만큼 상처를 얻은 자기 자신과 전력으로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예민함도, 그 상처도 모두 결국 자기 자신이니까.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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