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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뜻밖의 삶을 춤추어라!

<춤 Ⅱ>, 캔버스에 유채, 1909~191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미술관

마티스는 춤이 자기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춤은 그의 인생의 활기였다.

그런 그에게 1909년 러시아 최고의 미술품 애호가로 유명했던 섬유왕 세르게이 슈추킨(Sergei Ivanovich Shchukin)이 자신의 저택 계단 벽을 장식할 그림을 주문한다. 바로 전년 <붉은 조화>를 사들였던 슈추킨은 자신이 구입한 그림에 만족하고, 춤 그림을 그려보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마티스는 슈추킨의 찬사와 격려에 고무되어 순간적으로 분출하는 영감에 휩싸여 유화 스케치인 <춤 Ⅰ>을 완성했다. 러시아 발레단의 춤, 카탈류냐 해변에서 어부들의 춤, ‘파랑돌’이라는 프로방스 지방의 춤 등에서 영감을 받은 마티스는 발랄함과 유례없는 활기, 과단성이 결합되어 있는 그림을 그렸다. 이어 그린 <춤 Ⅱ>는 더욱 격정적인 색조와 원초적이며 강렬한 춤의 형상으로 전체적으로 훨씬 더 장대한 구성으로 완성되었다.

당대에 마티스처럼 그린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가장 단순하고 제한된 선으로 그림자와 세부묘사를 생략한 그림, 더욱 경이로운 건 몇 개의 색채만으로 된 이런 그림은 당대에는 낯설고 쇼킹한 것이었다.

선보다 색채가 중요시된 이 그림 속에서 녹색과 파란색은 뒤로 물러나 보이고, 주황색은 앞으로 나와 보인다. 그래서 <춤> 속 신체는 명료하고 질서감이 있으며, 리듬감이 넘치고 활기차다. 마티스는 자신의 작품이 삶의 기쁨과 조화를 노래함으로써 안락한 소파가 되기를 원했지만, 사실 그 이상이 되었다.

요즘 나는 춤을 배운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는 내게 그 시간은 아직 낯설고 곤혹스럽다. 춤 잘 추는 사람만이 가진 원초성을 가장 부러워하는 ‘몸치’인 내가 리듬에 몸을 맡기는 일이 수월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마티스의 그림을 보며 깨달은 게 있다. 잘 추려고 하지 말 것! 생각을 없앨 것! 이런 식으로 나는 신이 내게 주신 몸의 감각을 아름답게 복원해 볼 생각이다. 봄 춤이 나의 정원에서 펼쳐질 날을 기대하며….


유경희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