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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몽베르CC 클럽하우스


포천의 북쪽에 위치한 산정호수에는 뒤쪽으로 길게 병풍처럼 드리워진 명성산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산은 아름다워 연중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산이다. 그러나 이 산은 후고구려를 건국했던 궁예의 한이 서려 있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다.         

 

왕건에게 쫓겨 이 산으로 숨어 들어온 궁예는 최후를 맞기 직전 이곳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이 산은 명성산(鳴聲山)으로 명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호수 좌우에는 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궁예가 왕건 군사의 동태를 망보았던 봉우리라 하여 각각 망무봉과 망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궁예의 족적으로 망국의 안타까움을 안고 있는 산이다.

 

이 산정호수 좌측 망무봉 너머에는 명성산을 배경으로 하여 조성된 몽베르CC가 자리 잡고 있다. 36홀로 조성되어 있는 이 골프장은 불어로 ‘산’을 뜻하는 ‘몽’과 ‘푸르름’을 뜻하는 ‘베르’를 합쳐 ‘푸른 산’이라는 뜻이다.     

   

이 골프장은 명성산의 원경, 망무봉의 산세와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이 모든 홀에서 펼쳐진다. 특히 클럽하우스는 이 골프장의 다수의 홀에서 그 풍경의 중심이 된다. 클럽하우스의 이색적인 형태와 뒷배경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명성산 능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건물의 형태는 마치 커다란 독수리가 물을 마시기 위해 푸른 날개를 활짝 펼치며 호수 위를 내려앉는 형상이다. 명성산은 옆으로 길게 드리워진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런데 여기에 독특한 형상의 건축물과 그 앞에 조성된 인공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산의 모습은 더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명성산의 억새꽃을 홍보라도 하듯, 가을이면 골프장 진입로 길가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억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림은 늦가을에 에떼 코스 1번 페어웨이에서 클럽하우스를 바라본 모습이다.  

 

클럽하우스와 바로 붙은 뒤쪽 숲 너머가 산정호수이고 그 뒤로 길게 펼쳐져 있는 산이 명성산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골퍼들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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