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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유경희의 아트살롱

사냥의 여신이 된 왕의 애첩

18세기 로코코 예술의 핵심 인물은 마담 퐁파두르다. 그래서 어떤 미술사가들은 로코코 예술을 마담 퐁파두르 양식으로 부른다. 마담 퐁파두르는 루이 15세의 애첩으로 20여년 동안 문화예술의 후견인은 물론 섭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왕관 없는 여왕으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매력적이고 영리하며 창의력이 뛰어난 여성이 되었다.

평민 출신이었던 퐁파두르가 왕의 여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점성술에 심취했던 어머니 덕분이다. 이제 겨우 아홉 살의 딸이 미래에 왕의 여자가 된다는 점술을 들은 모친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왕의 여자가 되기 위한 모든 사교술과 매너, 인문학과 음악·예술 등 다방면의 재능을 키우기 위한 집중교육에 들어간 것. 다행히도 총명하고 성격이 활발했던 퐁파두르는 모든 방면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왕의 여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끝나자 왕의 측근과 결혼시키고 왕의 영지 근처로 이사시킨다. 궁정생활에 지친 왕은 주로 사냥에 탐닉했고, 퐁파두르는 그런 왕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말을 타고 영지 근처를 배회했고, 급기야 그녀의 스펙터클한 옷차림과 자태는 왕을 굴복시킨다.

왕의 여자가 된 퐁파두르를 소재로 한 찬란한 그림이 넘쳐난다. 그러나 아르테미스로 변신한 모습은 다소 이색적이다. 왜 퐁파두르는 평상시의 화려한 옷차림이 아닌 이런 차림으로 그려진 것일까? 아르테미스는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로 사냥을 주관하는 처녀신이다. 마치 여전사 같은 아르테미스는 여성의 자주적인 기질의 의인화다. 퐁파두르가 왕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아주 중요한 이유가 이런 아르테미스적 속성 때문이다. 그녀가 궁정의 여자들과는 다르게 지성뿐 아니라 활력, 대범함, 독립성, 예외성 등을 가진 존재라는 뜻. 이렇게 그녀의 남성성은 세기의 남자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유혹의 무기가 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 그녀 역시 질투와 음모가 난무하는 궁정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야생의 처녀가 되기를 갈망했던 것은 아닐까?


유경희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