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여관방 연상게임

채승우는 신문사 사진기자였다. 우리나라 신문 사진의 성향은 유독 보수적인 편이다. 적은 인원으로 사건 중심 보도에 치우치다 보니 사진기자 특유의 시선을 담아낼 여지가 거의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중년이 다 돼 장가를 가는 늦복을 누리더니, 홀연 19년의 사진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평소에도 끼가 많던 그이기에 빈손으로 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가지 못한 곳을 다녀온 사람에게 부리는 심술인지 모르겠으나 뻔한 여행 사진이면 왠지 서운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1년 동안 31개국을 돌며 깊이 있게 찍는다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호기심에 답하려는 듯 마침내 그가 류가헌에서 ‘여관방 연상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다.



채승우, 여관방 연상게임 #01



여관방은 ‘여행 관광 방랑’의 줄임말이다. 그는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여행과 연상된 첫 번째 사진을 고르고, 다음에 올 사진은 그 첫 번째 사진이 연상시킨 것으로 골라 꼬리에 꼬리를 물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예를 들면 유리문 위에 가위표가 붙어 있는 이란의 한 식당 사진 다음에는 존 F 케네디가 암살된 자리를 표시한 가위표 사진을 보여주는 식이다. 게임의 방식이다 보니 B컷이나 A컷의 구분도 적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낱낱의 사진에 주목하려는 내 직업병은 어쩔 수 없다. 가벼운 앵글 속에서도 뭔가 눈길을 끄는 요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은 사진 속에는 사진기자와 사진가 사이에서 방랑했던 흔적도 숨어 있다. 두 역할 사이를 오가며 그의 사진 스타일을 감상하는 연상법도 꽤 재미있다.




송수정 전시기획자


'=====지난 칼럼===== > 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과 함께  (0) 2015.12.03
완행열차  (0) 2015.11.26
현과 백  (0) 2015.11.12
은마 아파트  (0) 2015.11.05
미장센  (0) 201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