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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송수정의 사진 속으로

특이한 점

 

김성룡, 청와대 본관, 2016


파랑 바탕에 노란 점이 박힌 스티커. 이것의 조달이 수월하지 않을 때는 비슷한 모양으로 대체 가능하다. 특이점이 없는 점 하나. 그러나 이 기호의 의미를 아는 순간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특이한 점으로 급부상한다.

 

이 점 위에는 단 한 사람, 흔히 VIP라 부르는 대통령만이 선다. 완벽한 경호를 위해, 차질 없는 예행연습을 위해, 절도를 갖춘 의전을 위해 이 점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 점은 대한민국 최고 통치권자의 압축된 권력이다.

 

사진기자 김성룡은 해마다 스스로 오답노트를 작성해 왔다. 맞다고 여겼으나 답으로 채택되지 못한 것은 다름 아닌 B컷 사진. 그가 정말 찍고 싶었던 사진은 늘 지면에 실리지 못한 채 오답처리 되었다. 지난해 그의 오답노트 제목은 ‘특이한 점’. 청와대를 출입하거나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면서 기록한 스티커들의 흔적을 모았다. 이 빨간 카펫에 스티커가 붙던 날, 언론사의 정답 문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 등 6개국의 주한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 받았다’였고, 사진 또한 당연히 등장인물의 얼굴이 나온 것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말 대사들을 임명했던 것인지, 스티커 위에 서지 않은 보이지 않은 실세의 개입이 있었던 것인지 정답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탄핵이 인용된 지금 와서 보면, 수많은 정답이 오답이었다. 김성룡의 오답 사진들은 권력이 바닥에 붙은 종이 스티커 한 장만큼이나 무상하다는 사실을 넘어 그때는 맞았으나 지금은 틀리 수 있는 정답의 배신까지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그러므로 B컷 사진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B급 정치가 오답이라고 알려줄 뿐.

 

송수정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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