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친구 잃고 싶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가만히 그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게 부푸는 아름답고 멋진 친구였다. 동갑내기인 데다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열정을 채운 뒤 마흔 즈음이 되어 캄보디아를 찾아 새롭게 인생의 항로를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과 몸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 친구에 반해 사진작품이나 조금 건지겠다며 허세를 부리던 당시의 나는 비교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그는 힘겹고 고달픈 이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가슴으로 온기를 나누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친구였다. 열악한 환경의 도시빈민촌에 아예 들어가 살면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의 참모습을 경탄스럽게 바라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즉부터 그의 몸에 스민 병마가 아니었.. 더보기 이전 1 ··· 202 203 204 205 206 207 208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