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산수 겨우내 이 사진을 책장에 걸쳐 두고 함께 봄을 기다렸다.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봄이다. 오히려 눈 내리는 겨울은 참을 만한데, 요즘처럼 사방에서 봄 기운이 보일락 말락하면 참을성이 바닥을 드러낸다. 한껏 연둣빛이 오른 새순도 보고 싶고, 제멋대로 흐드러지는 진달래도 그리워진다. 김진호가 찍은 사진 속에서는 그런 봄이 이제 막 오고 있다. 콘크리트 담장 아래로는 진분홍 꽃이 줄지어 피었다. 실제로 가보면 촌스러울 새파란 지붕도 진분홍과 짝을 이루니 꽤 개성있어 보인다. 길 건너 논밭은 빈혈을 앓듯 아직 푸석한 걸로 보아 꽤 이른 봄인 듯한데, 유독 파랑 지붕 집 뒤편만 꽃놀이가 한창이다. 산수유며 매화, 수선화까지가 한꺼번에 유난스럽기는 어려운 일, 어쩌면 부지런한 집주인이 장에서 구해다 꾸며놓은 .. 더보기 이전 1 ··· 806 807 808 809 810 811 812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