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삶의 포에지 실연을 한 후 몽유병 환자처럼 어떤 의지도 없이 미술관에 갔다. 그때 내 심경의 이마주는 길고 가느다란 자코메티의 걷고 있는 인물상과 접촉했다. 사랑으로 인한 상처와 절망을 안고 찾아가기엔 미술관만 한 곳이 없다. 거기엔 나보다 더 예민하고 민감하고 처절하게 삶과 사랑에 배반당한 존재들의 환대(?)가 있으니까. 스위스 출신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기다랗고 야위고, 날카롭고 납작하고, 의식 없이 출몰하는 조각으로 파리의 미술가들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이후 뉴욕에서 열린 두 차례의 전람회(1948, 1950년)와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장 폴 사르트르가 쓴 작품론으로 미국에서 더 명성을 떨쳤다. 절친이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혹은 유섭 카쉬가 찍은 자코메티의 얼굴은 그대로 그의 작품이다. 꾸미지 .. 더보기 이전 1 ··· 807 808 809 810 811 812 813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