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아파트 수정아파트는 작고 낡은 아파트다. 도시개발 바람을 타던 1969년 부산의 대표적인 서민 아파트로 들어섰다. 세월이 흘러 연탄보일러가 도시가스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화장실은 복도 끝 공용을 써야 하고 부엌은 어정쩡한 입식 구조를 하고 있다. 이제 이런 구식의 원조 원룸에는 대개가 아파트만큼이나 나이가 꽉 찬 주민들이 살고 있다. 남 눈치 안 보고 맘 편히 내 집 살이를 택한 어르신들이나 싼 세를 찾아 중심부에서 밀려난 이들이 둥지를 튼다. 윤창수는 2011년부터 사진기를 들고 이 열일곱 동짜리 아파트를 드나들었다. 아파트와 같은 해에 태어나 이십대의 청춘을 그곳에 부렸던 인연이 처음에는 그를 그곳에 데리고 갔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이 버무려진 긴 오후의 우수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다 정이 든 할머니가.. 더보기 이전 1 ··· 810 811 812 813 814 815 816 ··· 10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