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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거기다 겨울이라 얼굴 빼곤 꼭꼭 외투로 온몸을 감추고 있으니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눈만 보고 그 사람을 알아맞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나를 보고 아는 체하며 인사하는데 얼떨결에 같이 인사를 하지만 누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여성분들은 마스크 때문에 얼굴 화장을 못하니 마스크 위로 나와 있는 눈 화장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합니다. 그러니 더더욱 누군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는데, 그 창문만 보고서는 그 집주인을 알 수가 없습니다. 어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서 이 난리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축축한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상큼한 공기를 가득 마시며 예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걸어보고 싶습니다. 더보기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나라 전체가 웅크려 있다. 미술계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동면 상태에 빠졌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답답하다”라는 형용사 속에는 애달픔과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예술인을 포함한 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이 허물어질까봐 걱정이다. 나 역시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놓였다. 예전 같으면 꽤나 분주했을 3월이지만 올해는 사뭇 다르다. 예정되어 있던 강의는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각종 세미나와 회의, 심사, 평가 등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2주에 한 번씩 진행하던 방송도 중단됐다. 국공립미술관을 비롯한 전시공간들도 대부분 휴관에 들어가 관람할 수 있는 전시마저 드물다. 집에 틀어박힌 채 갈 수도 없고 갈 곳도 없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이 무료한 상황은 그 자체로 적잖은 초조와 불안을 유발했.. 더보기
진실을 찾아서 소년이 말한다. “진실은 축구다.” 여성이 말한다. “진실은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남성은 말한다. “진실은 우리는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그룹 ‘원인 콜렉티브’가 제작한 거대한 이동식 말풍선 스튜디오 ‘진실의 부스’는 ‘진실은’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았다. 만화의 말풍선을 닮은 이 하얀 부스 안에는 작은 촬영 스튜디오가 있다. 사람들은 이 안에서 약 2분간 발언할 수 있다. 2011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 멕시코, 남아프리카, 미국을 여행하고 있는 ‘말풍선’에 참여한 이들이 말하는 진실은 사랑, 예술, 기술, 연대, 가치, 폭력, 가족, 정치, 불신 등 세상의 온갖 주제를 아우른다. 누구도 명쾌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진실에.. 더보기
수선화 봄꽃은 새초롬하다. 눈얼음 속에서 핀 복수초 같은 꽃은 아주 다부지고 결기까지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눈밭에서 어찌 꽃을 피우겠는가? 그래도 제비꽃이나 진달래꽃은 가녀리고 연약해 보여 어찌 저것들이 그 질긴 겨울을 뚫고 살아나와 꽃을 피웠을까 싶다. ‘너희들이 언제’ 이만큼 커서 꽃을 피웠느냐고 묻기도 전에 꽃은 또 진다. 그의 당찬 기색을 빨리 알아채지 않으면 그들은 가없이 스러지고 만다. 이른 봄에 수선화 한 송이를 방에 들인다는 것은 새봄을 맞이하는 일이다. 나이가 드니 새봄을 맞는다는 일은 몸 전체가 서로의 세포를 건드려주는 일이다. 그 시작이 수선화의 수줍은 향기와 눈빛이 되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도는 시장 바닥 한구석 종이상자 안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기다리는 새침한 소녀 같은 수.. 더보기
두려움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동굴, 크기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우주와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 지금 퍼지고 있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를 예방하려고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고 소독을 하고 다녀도 그 바이러스가 사라졌는지 내 몸에 붙어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언제나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기침 소리만 들려도 저 사람이 혹시 병에 걸린 건 아닐까 하고 거리를 두게 됩니다. 안 그래도 멀어져 가고 있던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점점 더 빨리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나서도 우리들의 이 서먹한 거리가 다시 좁아질 수 있을까요? 더보기
게잠트쿤스트벨크 그것은 ‘잔치’였다. 좋아하는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시간. 안무가 이양희의 오래된 지인들이 보태니컬 아티스트로, 의상디자이너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퍼포머로, 스태프로 협력하여 잔치의 톤과 매너, 캐릭터를 만든다. 무대와 객석을 특정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퍼포머는 손님을 맞이하고, 서로를 소개하고, 음식을 서빙한다. 탱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와 시간을 일컫는 ‘밀롱가’의 콘셉트를 적용한 이 공간에 들어선 이들은,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거닐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시공간이 찰나의 정적을 스치기가 무섭게 이곳을 다른 빛과 리듬이 채우는 순간, 퍼포머들은 달라진 빛과 리듬에 기댄 움직임으로 공간을 환기시키며 그때 그곳에 있는 이.. 더보기
마스크 마스크는 원시사회에서 종교적 혹은 주술적 목적으로 얼굴에 페인팅을 한 것을 기원으로 보고 있다. 그 후 변장이나 여성의 얼굴 노출을 금기시하던 시기에 사용되었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는 액세서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마스크는 코로나19로 세상이 떠들썩한 요즈음엔 생존에 꼭 필요한 물건이 되었다. 매점매석까지 해대는 바람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남 앞에서 맨 얼굴로 말을 한다는 것이 위협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누구나 마스크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불안하다. 몇 년 전 메르스를 겪으면서 정부가 얼마나 무력하게 대응했는지 모두들 기억하고 있다. 나는 2015년 ‘놓다 보다’ 사진 작업에서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나무에 마스크를 달아놓고 사진을 찍었.. 더보기
새로운 소리 어느 날 갑자기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밤 10시에 청소기로 바닥 긁는 소리, 둘이서 무언가 이야기하는 소리, 콩콩콩 걷는 소리, 쾅쾅 문 여닫는 소리 등등…. 윗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 왔나 봅니다. 그동안 층간소음은 모르고 살아왔는데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제 온갖 소리가 다 들립니다. 옆집에서 샤워하는 소리, 아랫집의 TV 소리, 다른 집의 현관문 여는 소리까지 그동안 이 많은 소리들이 왜 들리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귀를 기울여 봅니다.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더보기
미완을 통한 완성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칸은 근대 건축 최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당시 지배적이었던 모더니즘 사조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근원으로 회귀하여 고전 건축에서 모티브를 얻고 창의적인 현대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명쾌하고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내부에 극적인 자연의 빛을 담아내는 건축들을 선보인 그를 사람들은 ‘빛과 침묵의 건축가’라 칭송한다. 1972년 완성된 텍사스주 킴벨미술관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외부는 투박할 만큼 단순한 반원형 콘크리트 지붕을 나지막이 여섯 줄 이어 엮고 내부 곡면 천장에 가느다란 천창을 내어 온화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자연광이 충만한 전시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휑하리만큼 비워진 현관은 연못의 흐르는 물소리와 주변의 숲을 고즈넉이 품어 건물에 들어가기 전 예술적인 감흥.. 더보기
구석기 예술과 현대 예술 구석기 예술은 제의(祭儀)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신성한 느낌이 있었다. 농경문명이 시작되고 대상을 그대로 모방하는 기법이 등장하면서 점차 신성함이 사라졌다. 산업혁명 이후 사진 기술이 발명되자 탁월한 모방도 설 자리가 옹색해졌다. 사진 덕분에 모방의 압박에서 해방된 예술가들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구석기 벽화가 발견되었다. 동시에 아프리카와 태평양 부족들의 예술품들이 소개되었다. 이 예술품들을 통해 예술가들은 그동안 잊었던 예술의 신성함에 새롭게 주목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포토샵 같은 디지털사진 조작 기술이 없었기에 그림은 신비로움과 신성함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수월한 방식이었다. 인상파는 이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고갱과 고흐, 세잔은 소묘 중심의 기존 아.. 더보기
절개 “그 문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말은 그가 이미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 자신이 특권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그들’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무정부주의를 지향하며 정치적 공격성을 드러내던 베를린 다다의 유일한 여성 작가 한나 회흐를 동료 남성 예술가들은 ‘다다의 잠자는 공주’라고 불렀다. 여성해방을 지지하며 남녀평등권, 기회 균등을 향해 정치적으로 옹호하던 그들이었지만, 소시민의 위선, 부조리한 세태를 고발하기 위해 매춘부, 여성의 나체를 폭력적으로 전시하는 방법을 거리낌 없이 선택하는 남성 동료 작가들 안에서 그는 편안할 수 없었다. “나는 자기 확신에 찬 우리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것 둘레에 쳐 놓는 경계를 희미하게.. 더보기
문짝집 놋그릇의 품위와 스테인리스의 견고함을 가볍게 제치고 한때 싸고 가볍고 간편해서 많이 사용하던 것이 이제는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해서 기피하고 있는 낡고 닳은 알루미늄 양푼에 시선이 간다. 거무스름하게 찌그러진 양푼에는 뽀얀 유백색의 감자가 곱게 깎여져 있다. 오늘 저녁 반찬거리인 모양이다. ‘문짝집’은 원래 대문 만드는 집에 세 들어 살며 식당을 했는데 문짝집은 망하고 식당은 그대로 하고 있다. 입구에는 ‘문짝집’ 간판 아래 ‘왕대포’라는 작은 입간판이 세워져 있지만 주로 백반을 먹으러 와서 막걸리 한 잔씩을 마시고 가는 경우가 많다. 반찬은 할머니의 기분에 따라 맛있는 것이 많이 나오거나 혹은 형편없을 수가 있다. 할머니는 그것이 기분에 따른 것이 아니고 일찍 와서 먹는 사람은 잘 먹고 가고 나중에 온 .. 더보기
축하해주세요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모두들 축하해줍니다. 나보다도 더 크게 더 환하게 웃어줍니다. 혼자였을 때는 그냥 좋은 일이었지만, 이렇게 모두 같이 축하해주니 더 기분 좋고 더 행복해졌습니다. 행복은 나누면 더 커진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혼자보다 이렇게 같이 좋아해 줄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진심으로 나보다 더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더보기
‘인스타용 전시’의 속살 10여년 전만 해도 미술전시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문화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많이 변했다. 사진과 영상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기존 미술관의 엄숙하고 무거운 느낌을 걷어낸 전시들이 인기다. ‘인생 짤’ 운운하는 인증샷 테마전도 부쩍 늘었다. 이를 소위 ‘인스타용 전시’ 혹은 ‘갬성(감성) 전시’라 부른다. 인스타용 전시를 찾는 관람객의 다수는 20~30대이다. ‘느낌적인 느낌’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 전시장은 일종의 문화놀이터에 가깝다. 미술관은 스튜디오이며 작품은 ‘나’를 빛내는 소품이다. 교양과 오락 사이의 모호한 중간지대인 이런 전시들은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이래저래 자주 접하다보면 전시.. 더보기
바리케이드로 오픈 마인드 쿠바 작가 요안 카포테는 지하의 미로 공원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뇌 구조처럼 설계한 ‘신경세포’의 미로 안에서, 사람들이 걷고 머물면서 명상하고 교감하기를 바랐다. 미로 한쪽에 쿠바 지도를 넣어, 미국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쿠바에 대한 정책이 바뀌고, 그때마다 그 상황이 강제하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쿠바인들의 스트레스를 강조했다. 미로가 제시하는 삶에 대한 다양한 함의와, 명상의 필요성을 접목한 이 작업으로 그는 대다수 현대인이 살고 있는 도시환경을 되돌아본다. 시스템이 집적되어 유기적인 것 같지만, 구성원이 합의하거나 냉소하지 않으면 통제될 수 없는 도시의 불온한 현실 앞에서, 도시 생활에 중독된 인간은 그들의 사고방식을 돌아봐야 했다. 작업 구상 후 10여년이 흐른 뒤에야 그는 이 프.. 더보기
‘문득 당신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치는 짧은 인연의 사람들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도, 그리고 나도 행복하면 좋겠다.” 시각장애인 사진가인 이혜성의 말이다. 이 말을 들으니 매일 밤낮으로 자기 걱정을 하며 기껏해야 내 가족, 내 편인 사람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의 작품과 글로 인하여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받기를 바란다. 누군가 당신을 위해 지켜보고, 응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는 걸 이따금씩 떠올리면 좋겠다.” 시각장애인 한유림의 글이다. “별들이 반짝이던 그날. 4년 전의 아픔은 아직도 우리의 일상과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한유림의 바나나 두 개는 ‘2016년 4월16일’ 그날 찬 바닷속에 있던 친구들을 향하는 그리움의 표시다. 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상봉 선.. 더보기
어디가 위아래일까요? 이 그림은 어디가 위쪽이고 어디가 아래쪽일까요? 그림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너무 어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딱 이거다 하는 느낌도 오지 않습니다. 그림처럼 고래가 사는 깊은 바닷속이나 우주의 텅 빈 공간에서 우리는 위아래를 느낄 수 있을까요? 빛도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나의 발이 닿을 곳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엄청난 공포로 다가올 거 같습니다. 그러나 깊은 바닷속에 사는 씩씩한 고래들은 그런 공포감은 없겠지요? 가끔 그림이 지겨울 때 고래가 심심해할 때 한 번씩 그림을 뒤집어 걸어 두어야겠습니다. 더보기
플로라 제임스 로드가 쓴 자코메티 평전에 실린 한 장의 흑백사진은 작가 듀오 테레사 허버트와 알렉산더 버츨러의 호기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좌측에 앉은 젊은 자코메티는 카메라를 향해 있고, 우측의 여인은 그를 향해 앉았다. 둘 사이에는 이 여인, 플로라 마이요가 만든 자코메티의 두상이 있다. 사진이 포착한 특별한 분위기, 그리고 플로라에 대한 로드의 매력적인 묘사에 매료된 두 사람은 플로라를 찾아나선다. 미술사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미국 덴버 출신의 이 작가는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단호히 정리한 뒤 조각가가 되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역시 파리로 유학 온 자코메티를 만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플로라가 자코메티의 두상을 만든 것처럼 자코메티 역시 그녀의 두상을 만들었다.. 더보기
삼산이용원 삼산이용원에 가면 늘 웃음이 나온다. 사진전 ‘삼천원의 식사’와 ‘자영업자’를 준비할 때, 몇 번이고 기웃거렸던 곳이다. 서로 다른 주제의 사진을 찍는데도 그때마다 끌리는 곳이었다. 일찍이 ‘나는 이발소에 간다’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었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발관에 관심을 갖는 일이 여자로서 드문 일이라고들 했다. 미용실에 밀려 사라지게 된다든가 하는 이야기에 앞서 한때 ‘남자들의 공간’이었던 곳에서 나는 시큼털털한 면도용 크림 냄새와 함께 음험(?)한 농담이 배어 있을 것 같은 곳, 내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를 따라가서 의자 팔걸이에 얹힌 판자에 걸터앉아 머리를 자르던 곳. 이발소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붙잡고 함께 늙어가고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삼산이용원의 무심한 주인과 노인장들의 대화는 볼 때마다.. 더보기
뒤죽박죽 꿈속 나라 그동안 꿈을 안 꾸다가 오래간만에 꿈을 꾸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속 장면 그리고 쓸데없는 나의 상상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평생을 살며 여러 세상을 여행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위험한 모험도 했습니다. 그렇게 심심할 틈 없이 재미있게 살다가 갑자기 죽으면서 잠이 깨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들이 꿈이었다니…. 멍하니 있다가 꿈속 세상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라져 버린 기억을 짜내어 뒤죽박죽 꿈속 나라를 다시 그려 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