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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없는 건축의 위대함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픽추 사이의 모라이라는 곳에 크고 작은 네 개의 원형극장으로 이루어진 기념비적인 유적이 있다. 이 원형극장은 시간이 흘러 형태는 일부 풍화되고 다랑이밭으로 변용되었음에도 비교적 처음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장 중심부의 극장은 무려 6만명의 관객을 수용하도록 계획되어 있으며 가장 아랫부분인 무대는 신기하게도 그리스 원형극장의 그것과 크기가 일치한다. 또 계단식 관람석에는 30㎝ 관경의 수로가 하단 무대까지 매입되어 있다. 건기에는 주변 산봉우리의 용천수를 극장으로 유입시켜 활용하고 우기에는 배수로 역할을 한다. 놀랍게도 극장의 구심점인 무대 바닥은 땅속으로 물 빠짐이 좋게 만들어져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극장의 깊이는 150m로 해발고.. 더보기
예쁜 꽃밭에서 겹겹이 쌓인 색들이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저 밑에 깔린 초록색부터 빨강, 파랑, 분홍, 노랑, 흰색까지 각자의 색을 뽐내면서도 주위의 다른 색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혀 안 어울리는 빨간 꽃에 초록잎까지도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하나의 단색도 강렬하고 이쁘지만, 서로 다른 다양한 색이 모여 더 편안하고 눈이 즐겁습니다. 이런 꽃들처럼 우리들도 혼자 있는 것보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어울릴 때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더보기
돼지고기 한 근 내가 어렸을 때는, 돼지고기와 함께 동네에서 만든 두부 몇 점과 김장 김치를 숭숭 썰어 넣어 끓인 찌개가 겨울철의 별미였다. 눈길을 따라 마을 안 가게까지 가서 두부 한 모를 사올 때, 손은 시렸지만 뜨끈뜨끈한 김치찌개가 올려진 밥상을 보면 추위가 싹 가시곤 했다. 구례장에 가니 돼지고기를 탁자에 푸짐하게 올려놓고 팔고 있다. 정육점 앞이었지만 난전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농촌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가까이 와서야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귀하던 시절의 향수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엔 동네 정육점에 가면 손쉽게 신선한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부위별로 살 수 있다. 그러니 고기를 먹는 날이 특별한 날이 아니다. 예전처럼 명절이나 대소사가 있을 때만 먹는 음식이 아니기에 귀하다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 더보기
기생(寄生) 정치와 기생(寄生) 전시 올해 총선에 나선 여당 예비후보들의 주된 표제는 문재인 대통령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길을 걷다 보면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으며, 예비후보 경력에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포함시킨 경우도 심심찮다. 단지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빌렸다고 지역일꾼으로 뽑는 유권자들이 있을까 싶다가도, 효과가 있으니 저런 장면들을 연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국민들을 위한 정책과 비전이 아닌 이념과 계파주의로 승부하려는 전략이 긍정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아니, 솔직히 필자는 그들의 양태를 친문마케팅이라 쓰고 ‘기생 정치’라 읽는다. 일반적으로 ‘기생(寄生)’은 숙주(宿主)에 의지하여 생존·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숙주와의 관계에 따라 공생하기도 하나,.. 더보기
구석기 시대 예술가 동굴 벽화를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기록이 없기에 당시 그림을 그린 예술가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볼 수 있을 뿐이다. 동굴 벽화는 동굴 깊숙한 곳에 그려져 있다. 구석기인들은 주로 출입이 용이한 입구에서 생활했기에 벽화가 그려진 장소가 깊숙하다는 것은 특별히 소중한 공간이었다는 의미다. 마치 현대의 성당이나 신전처럼 신성한 장소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동굴 벽화는 사제나 제사장처럼 신성한 공간을 관리하는 주술사가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주술사의 성별이다. 미술사학자 양정무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오래된 조각에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주술사는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단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다.. 더보기
타인에게 공감한다는 것 사실 인간에게는 공감능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타인이 경험하는 육체적 통증을 나는 느낄 수 없으며, 타인의 행복, 슬픔의 감정 역시 그저 상상할 뿐 정확히 그의 느낌에 닿을 수는 없다. 만일 내 경험이 축적한 느낌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타인의 감정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근사치의 ‘느낌’을 찾아냈다면, 그래서 내가 상대를 향해 표현한 공감의 제스처가 타인의 마음에 닿았다면, 그때 우리는 공감했다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정말 공감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정확히, 서로의 느낌에 닿지 못한다. 그러니까 결국 “나는 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생각한다”. 황수현 연출로 세 명의 퍼포머가 둥글게 모여 앉은 관객 사이에서 1시간가량 펼친 퍼포먼스는 세번째 날의 분위기가 가.. 더보기
3000원의 식사 행운집 할매는 자기가 나온 책 (눈빛)를 가져다주러 간 나를 반긴다. 지금은 시장이 모두 새로운 구조로 바뀌었지만, 이전에는 세 평 남짓한 낡은 가게에 탁자 두어 개와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 몇 개가 전부인 허름한 국숫집이었다. 처음 찾아간 날이었다. 중년 남자 둘이 들어와 앉자마자 그곳의 분위기가 객쩍은지 한 남자가 친구를 가리켜 무슨 회사 전무라고 하니까 주인 할머니가 코웃음을 쳤다. “여긴 시인도 오구먼요.” 나는 그 시인이 누구인지는 묻지 않았지만 ‘시인’을 주저 없이 우선으로 여기는 주인장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이 집의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팥 칼국수, 동지 죽으로 단출하다. 잔치국수는 맑은 장국에 양념간장 한 술 넣고 애호박 채 몇 가닥 얹은 국물 맛이 시원하고, 애기상추와 직접 담근 .. 더보기
구멍 빠져 버렸습니다. 나오려고 해 보았지만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구멍 속으로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다들 구멍에서 빠져나가려 허우적대고 있지만, 아무도 빠져나간 사람은 없습니다. 빠져나가더라도 그것은 잠시. 또 다른 구멍 속으로 빠져 버립니다. 모두들 각자의 크고 작은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지만,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민은 그림자처럼 언제나 나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이상하듯, 고민 없는 사람도 이상할 거 같습니다. 더보기
더 스크랩: 해피투게더 “여러분, 환영합니다. ‘더 스크랩’은 한국의 창작자들로부터 홍콩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사진/이미지를 전달받아 출력하고 전시합니다.” 2016년, ‘사진을 보는 일, 생산하는 일, 유통하는 일에 대한 고민과 의문’으로 출발한, 일종의 사진 유통 플랫폼 ‘더 스크랩’은 이미지 외에 어떤 정보도 없이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운 같은 크기, 같은 재질의 사진 가운데 취향에 따라 사진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예술품 유통의 현실뿐 아니라, 이 시대의 젊은 감각, 청년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문제의식도 이끌어냈던 이 기획은 이제, 서로 교류하고 취향을 확인하는 경험에서 더 나아가 이미지를 통해 각자 메시지를 만들고, 전달하고, 세상과 연대하는 경험의 장을 만들면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홍콩 바깥의 우리.. 더보기
‘근대화상회’ 그 후 ‘근대화상회’를 찍고 10년이 지났다. 어느 날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근대화상회’ 주인장의 둘째 사위인데 책에 나온 ‘장인’어른의 사진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다음날 큰딸 부부와 작은딸 부부라면서 네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그들 모두가 ‘근대화상회’가 있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 같은 동네 친구들로 아버지 때부터 막역한 관계여서 결혼도 위·아랫집으로 사돈을 맺은 것이다. 백운장은 임실, 성수, 마령, 진안, 백운 등지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야말로 장사진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물건 판돈을 미처 주워 담을 수가 없어서 이불 홑청에 모아두었다가 저녁에 식구들이 모여앉아 꾸깃꾸깃한 돈을 밤새 펴는 것이 일이었다고 큰사위가 입담 좋게 늘어놓았다. 작은사위는 많은 자료를 엮어서 가져왔다. 이미.. 더보기
색이 필요합니다 지하철을 타니 온통 검정 외투를 입은 사람들뿐입니다. 거기다가 요즘 유행하는 롱 패딩을 입고 있으니 거대한 검정 애벌레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밖으로 나와 보아도 세상은 무채색뿐입니다. 흐린 겨울 하늘과 칙칙한 회색 건물들만 잔뜩 있습니다. 색이 필요합니다.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 찾아낸 것은 살짝 보이는 노란색 목도리와 빨간색 립스틱뿐입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지만 알록달록 예쁜 색들이 보고 싶습니다. 더보기
“인간은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우디를 떠올린다. 마치 도시 자체가 한 건축가의 이름으로 등식을 성립하는 특이한 경우이다. 가우디가 제자들에게 남긴 중요한 말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이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 질서를 갈구하는 건축가는 신의 업적을 모방함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독창성은 창조의 근원에 가능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과학과 기술을 통해 기발한 것을 만들 수 있다 할지라도 그것의 바탕이 되는 재료는 항상 자연으로부터 온다. 공기나 빛, 광물 등 세상에 존재하는 자원들 모두 인간이 무에서 창조한 것은 없다. 창조의 주체는 조물주인 자연일 뿐이다. 또한 자연에는 무수히 상호 작용하는 관계성이 존재한다. 식물의.. 더보기
네 개의 푸른 동그라미 펠리체 바리니가 도시 곳곳, 그러니까 건물 바깥의 길, 벽, 지붕, 유리창, 아니면 쇼핑몰이나 사무실 내벽과 천장, 복도에 기하학적인 패턴을 그려넣은 것은, 사람들을 모두 어떤 단 하나의 자리에 세우고, 단 하나의 장면을 목격하게 만들어서 그들의 감탄을 끌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작가가 설정해 둔 어떤 위치를 찾아 그곳에 선 자는, 공간 곳곳에 흩어져 있던 페인트 자국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완성하는 꽤 스펙터클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별 의미 없이 조각난 듯 보이던 색면이 마법처럼 하나의 형태로 모이는 지점을 발견하는 순간, 관객은 3차원 공간이 그 패턴으로 인해 입체감을 상실하고 평평해 보이는 경험을 한다. 작가는 그렇게 관객들이 건축과 도시를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단다. 그러나, 작가는.. 더보기
다짐 2020년 새해를 맞이하여 다짐을 해봅니다. 이루고 싶은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적어 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에게 새해는 달력의 숫자 하나 바뀐 것뿐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짐을 해봅니다. 운동, 금주, 독서, 글쓰기, 여행 등등. 과연 이 많은 다짐 중에서 몇 가지나 지킬 수 있을지는 또 올해 연말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또 후회하고 또 다짐하면서 무한 반복되는 하루를 그리고 일 년을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다짐을 행동으로 옮겨 보아야겠습니다. 더보기
들꽃과 마주하면 생기는 일 위로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이름 모를 들꽃을 마주할 때가 그렇다. 대부분 화려하지도 않은 색깔에 시선을 끌 만한 자태를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주하고 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다. 어떨 때는 아예 세월아 하고 시간을 보내는 날도 꽤 있다. 좋으니까 그렇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일 없이 진득하게 서 있는 그 순간이 참으로 기쁘다. 어지러운 일상도 내려놓고 입도 지그시 다문 채 그저 지금 그 순간을 즐긴다. 평화에 젖어드는 느낌이랄까. 내 성정이 평화로워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들꽃 자체의 기운으로 내가 평온을 얻기에 더욱 그러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존재로 당당히 서 있지 않은가. 눈에 띄지 않는 그 평범함이 오히려 진득한 아름다움으.. 더보기
윤범모 관장의 1년, 초라한 성과 지난해 이맘때, 미술계는 꽤나 소란스러웠다.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서 역량 평가 낙제점을 받아 탈락한 후보가 재시험 기회를 얻어 최종 선발되면서 ‘코드 인사’ 논란이 거셌다. 당시 관장 후보는 민중미술계열의 근대미술사학자인 윤범모씨였고, 인사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고위직을 역임한 도종환씨였다. 내 편 네 편 진영에 따라 달리하는 양심을 지닌 일부 기회주의자들을 제외하곤 미술계 구성원 대부분은 불공정한 관장 공모 심사 과정에 분노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액면 그대로 믿었기에 배신감도 작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윤범모 관장체제 아래에서의 국립현대미술관은 그야말로 무색무취였다. 애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마저.. 더보기
기억저장소 이제, 우리의 기억은 대체로 온라인에 있다. 뮤지션 양준일에 대한 정보는, 그가 에 나와 이슈몰이를 하기 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온라인을 떠다녔고, 사람들은 20년 전 영상 속 그의 모습을 ‘시간여행자’라 호명하면서, 바로 그 시절을 살았던 나의 기억과 시간에 접속했다. 유튜브에서 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의 부틀렉 음원을 발견한 작가 마크 레키는, 1979년 그의 나이 15세, 리버풀의 클럽 ‘에릭’에서 이 밴드의 공연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밴드가 그의 삶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날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특별하게 남아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 음원은 그의 15세를 환기시켰다. 어느 정도 희미해진 그의 기억들이 온라인에 있었던 셈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반기를 ‘온라인 .. 더보기
기분 좋은 선물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예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비싸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선물은 어떤 것이라도 받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줍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선물을 고민하고 구입하고 포장한 그 마음이 고맙고 예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보기
내 삶의 쓰임새 나의 사진이 가진 쓰임새는 과연 무엇일까. 한 해가 저무는 날에 이르러 숙연한 마음으로 지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허허로운 생각이 커지면서 이내 삼고초려의 심정을 벗 삼아 스스로 맘을 달래본다. 그나마 얼마 전에 있었던 가슴 뿌듯한 기억 하나가 크게 위로가 되었다. 무척 바라긴 했으나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일이 내 눈앞에 떡하니 펼쳐졌다. 민망함에 손사래를 쳤지만 말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두 눈가가 벌게지기까지 했다. 그것은 세상에 내놓은 지 너무 오래되어 절판까지 된 나의 책 을 읽은 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믿고 따르는 한 인생 선배가 주선한 모임 자리에 참석했다가 내 이름을 알아본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암투병을 하며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던 그녀는 이 책을 읽고 크게 위로를 받.. 더보기
제약의 힘 올 한 해 초청된 건축 강연회마다 청중에게 공통된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하나는 창의적 설계들에서 영감의 원천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두 번째는 다음번에 만들어 보고 싶은 건축은 어떤 것인가이다. 먼저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약’이고 두 번째에 대한 것은 ‘아무 제약도 주어지지 않았으니 뭘 한다 해도 특별하게 만들 수 없다’이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 무릇 똑같은 장소란 없는 법이다. 모든 땅에는 각기 다른 제약이 존재한다. 대지 조건과 규모의 제약, 법규적인 제약, 예산의 제약, 시간의 제약 등 매 프로젝트는 매번 다른 제약들을 내포하고 있다. 건축가는 늘 새로운 장소에서 생활하게 될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의 새로운 꿈을 잇는 직업이다. 훌륭한 디자인이란 가만히 보면 수많은 제약들을 극복하면서 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