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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며 마음이 설렙니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아쉬움만 가득 남습니다. 그때 그걸 했어야 하는데, 미리 알아볼 걸,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것을 꼭 먹어보고 왔어야 하는데, 담에 갈 때는 꼭 해야지…. 그렇게 다짐을 해보지만 똑같은 곳을 다시 가기에는 못 가본 곳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아쉬움만 잔뜩 남기고 또다시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더보기
비엔날레의 ‘규모강박증’과 연고주의 우연히 일본의 트리엔날레 ‘오카야마 아트 서밋’(Okayama Art Summit, 9·27~11·24)에 대한 보도를 접했다. 기자의 관점이 그러했듯 나 또한 국내 사례를 대입하면 너무도 확연해지는 여러 문제점을 이 기사로 인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선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이 전시는 국제행사치곤 참여 작가의 수가 17명에 불과해 양으로 승부하는 한국의 비엔날레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는 160여명이었고, 같은 해 열린 부산비엔날레는 줄이고 줄였음에도 66명에 달했다. 심지어 얼마 전 막을 내린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작가 수가 무려 1200명을 웃돌아 기사에서 표현된 ‘규모강박증’을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공개된 자료만 봐도 ‘오카야마 아트 서밋’은 작은 규모.. 더보기
하늘과 땅을 가르는 하나의 붓질 캔버스 천 위를 스치는 화가의 붓질은 또 다른 결을 만든다. 한때, 송현숙의 붓질은 삼베나 모시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빛을 거의 굴절시키지 않아 유화보다 맑고 생생한 색을 낸다는 템페라 특유의 딱딱한 색조가 식물성의 담백한 질감에 닿아 있었다. 이제 그의 ‘획’은 식물의 뉘앙스를 넘어 실크 특유의 동물성 광택마저 담는다. 하늘과 땅을 가르는 하나의 붓질은 농사를 지으며 땅에 정착하기 시작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는 항아리의 형태가 되었다. 안료를 달걀, 송진, 물과 기름에 혼합하는 시간, 그는 생각을 채우거나 비우기를 반복할 것이다. 곧 마주할 빈 캔버스 위로 기록할 숨결에 의미를 부여하고 걷어내기를 반복할 것이다. 어떤 결정을 마치고 나면, 또 하나의 손처럼 호흡을 맞춰 왔을 크고 납작한 붓을 들고 한 .. 더보기
땅의 눈물 땅이 우는 것을 처음 봤다. 요동 하나 없이 가만히 ‘서서’ 분명 울고 있었다(라고 느껴졌다).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서 모른 척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하염없이 시선을 고정한 채 나 또한 가만히 서 있어야만 했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 허허벌판에 내쳐진 듯 보이는 몰골을 보며 이 땅이 토해내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 한라산 아래 중산간을 이루는 조금 솟은 평지였거나 작은 둔덕이었으나, 최근 개발업자들에 의해 사정없이 파헤쳐지다가 어인 일이지 살아남은 자연 원형의 일부였다. 생긴 모습은 언뜻 소박하게 솟은 작은 봉우리 같았다. 대략 2~3m의 높이로 둘레는 양팔을 벌려 두어 번 돌면 가늠할 만했다. 굉음 속에 마구 깎이고 갉혀나갔을 순간들이 고스란히 눈에 보여서일까. 참으로 처연.. 더보기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 각양각색의 예쁜 단풍, 상쾌한 가을바람, 사람들의 멋진 가을 옷차림까지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오늘처럼 기분 좋은 날은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다 풀어 버리고 즐겁게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더보기
독창성의 법칙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성장하기까지 무수한 학습들, 즉 이전 것들의 모방을 통해 한 분야에서 숙달된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세상에서 완벽히 독창적인 것은 잘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고의 수단인 언어나 문자는 모두 기존의 것이며 그 결과물 또한 지나온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기 힘들다. 대체로 우리는 이전 것들의 색다른 조합이나 덧댐으로 새로움이라 부르는 것에 한 발짝 다가가는 식이다. 좋은 건축을 만드는 데 있어 독창성은 필수 조건이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질서가 되는 규범이 필요하다. 과거 시대별 양식이 규범이었고 근대에 와서 기능주의가 그 역할을 하였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건축 책이라는 비트루비우스의 는 로마시대인 기원전 60년경 집필되어 오늘까지 읽히는 교양서이다. 책 제목처럼 1서에.. 더보기
동굴에서 발견한 신화 인간의 조상은 누구일까? 이 문제에 크게 두 가지 대답이 있다. 하나는 신, 다른 하나는 동물이다. 전자는 창조론, 후자가 진화론이다. 불과 150년 전까지 사람들은 인간의 조상은 신이라고 믿었다. 다윈의 이 출간되자 “우리의 조상이 원숭이냐”며 크게 반발했지만 다윈의 진화 가설들이 검증되면서 이젠 ‘창조’보다 ‘진화’ 스토리를 믿는 사람이 더 많다. 디자인의 본질은 스토리에 있다. 인간은 경험에 기반한 상상력을 동원해 자신들의 존재를 이야기로 구성한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수천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하나의 집단으로 결속한다. 사실 진화론도 최근의 발견이 아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진화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단군신화가 대표적이다. 단군의 어머니 웅녀(熊女)는 본래 곰이었다. 웅녀는.. 더보기
아무것도 아닌 무엇 연필을 쥔 화가의 손은 우윳빛으로 매끄럽게 비어 있는 폴리에스터 필름 위를 가늠하다, 중심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친 어느 지점으로 내려앉았을 것이다. 가볍게 짧은 빗금을 치고 시작점을 잡은 뒤, 선을 그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작은 쌀알 모양으로 출발한 선이 형태를 감싸고, 삼박자의 왈츠를 지휘하듯 일그러진 나선형을 그리면서 돌아나간다. 이 정도면 되었다 싶었을 순간, 그의 선은 나선의 회전 궤도를 벗어나 화면을 가로지르고, 가느다란 실처럼 떨어져 멈추었을 것이다. 이제 화가는 검은 물감을 찍어바른 붓을 들어 다음 리듬을 만든다. 먼저 그렸던 선의 흐름은 이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는 처음 필름 위를 살피던 그 시점 그 눈으로 화면을 본다. 이번에 그의 붓은 왼편 위로 갔을 테다. 물감을 흡수하지 않.. 더보기
사람꽃을 틔우는 사람 한 사람이 그가 속한 노동조합 집회에 참석해 아스팔트에 앉아 있었다. 또 한 사람인 사진가가 그의 곁에 머물며 서성거렸다. 잠시 숨을 고르던 노동자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바탕화면에 깔아놓은 딸의 얼굴을 한동안 살펴보았다. 바로 이 순간을 사진가는 놓치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순간. 거친 음성과 구호가 떠다니는 현장에서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이 만나 ‘사람’임을 이루는 시간을 꽃처럼 틔워냈다. 둘 중 하나인 사진가 ‘정기훈’은 늘 남다른 솜씨로 꽃을 틔운다. 머문 자리 자체가 척박하고 처절한 토양일 뿐인데도 탁월하게 틔워낸 그의 꽃들은 예외 없이 경탄스러울 만한 자태를 품는다. 콜텍, KTX, 쌍용차 등 해고노동자의 단식농성장, 광화문 세월호 천막, 일본대사관 그리고 동네 노인들의 쉼터가 된 .. 더보기
에코백 에코백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방입니다. 가볍고 가격도 저렴해서 정장 빼고는 어느 옷에나 다 잘 어울리는 무난한 가방입니다. 가지고 있던 아무 그림 없는 에코백을 바라보다가 직업병이 발동하여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란색을 바탕색으로 칠하고 그 위에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그려 봅니다. 다 그리고 나니 예쁜 노랑 가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들고 다닐 수 있었던 무난한 에코백이 그림을 그려 넣고 보니 이제는 아무나 들고 다닐 수 없는 가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얗게 아무 그림 없던 무난한 가방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몇몇에게만 어울리는 그림 있는 가방이 좋은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보기
장애·비장애 경계 허문 예술가들 내가 사는 마을은 공기 맑고 조용한 데다 교통이 편리하여 쉼과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이들이 많이 찾는다. 요양원을 비롯한 요양병원, 노인복지시설이 여럿 터를 잡고 있고, 장애인복지관 및 발달장애인 직업재활기관 역시 다수 둥지를 틀고 있다. 좁은 동네 특성상 난 그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조금의 불편함도 느낀 적이 없다. 간혹 방죽을 걷다 어정쩡한 인사를 나눈 경우는 있어도 대개는 숱하게 스치는 타인과 나처럼 각자의 삶을 이어가는 존재이거나 이웃으로 여길 뿐이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생각마저 같은 건 아닌 듯싶다. 방어적인 태도를 넘어 그들이 마을 분위기를 망친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왕왕 보기 때문이다. 최근엔 시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 특수학교가 세워진다는 소문에.. 더보기
조울증/사랑/진실/사랑 2m 남짓한 꼭두각시는 정수리, 왼손, 오른발을 굵은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앙 다문 이빨을 드러낸 소년의 얼굴을 한 이 인형은 1950년대 미국 어린이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의 마리오네트를 닮았다. 트러스의 도르래에 매달린 쇠사슬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인형의 팔이며 다리, 머리가 그에 따라 휘청거린다. 그는 사슬을 밀고 당기는 이의 손길에 따라 일어서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어느 순간, 거꾸로 매달려 허공을 휘젓던 그의 몸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사슬은 쉬지 않고 그의 몸을 흔들어댄다. 간혹 마이클 볼턴의 노래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가 흘러나오면, 마리오네트의 움직임은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음악이 툭 끊어지는 순간.. 더보기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아 충남 청양군 대치면 광대리. 칠갑산 자락 아래 예스러운 정취가 가득했던 이 마을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아낙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시냇물로 빨래를 하고 종종 냄비며 밥솥을 씻던 풍경도, 갈 데 없는 동네 꼬마들이 ‘니캉내캉’ 멱을 감고 숨바꼭질 놀이로 시간을 때우던 그 풍경도 전부 마찬가지다. 산 좋고 물 좋기로는 어디 빠질 데가 없다는 이 동네를 처음 찾아간 때가 대략 25년 전쯤이나 되었을까. 가뭇해진 기억을 더듬으니 떠오르는 그 아름답던 정경들이 꽤 된다. 큰 저수지가 들어서면서 광대리가 물에 잠긴다는 소식을 어찌어찌 듣게 되어 아마도 마지막 추석이 될 그해 가을을 사진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마을을 찾아갔던 기억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라 했지만 동네 주민들의 아쉬움은 너무나 컸었다. .. 더보기
핼러윈 축제 아이들의 축제인 핼러윈 축제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날이 어른들이 재미있게 노는 핼러윈 축제로 변해 버렸습니다. 홍대, 이태원을 중심으로 어른들은 무서운 분장을 하고 거리를 뽐내며 다닙니다. 아이들은 실감 나는 무서운 핼러윈 분장을 보고 무서워 울고, 어른들은 누가 더 멋지게 분장했나 구경하면서 웃고 즐기고 있습니다. 뒤바뀐 축제를 보니 어른들도 놀고 싶었지만, 철없다 할까 봐 그동안 참고 있었나 봅니다. 핼러윈을 핑계로 자신을 잠시 잊고 애들처럼 재미있게 놀고 싶었나 봅니다. 더보기
건축가가 남다른 창의성을 유지하는 법 건축가의 능력을 평가할 때 단지 한두 개 건축 작품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설계 시 어떤 제약들이 있었는지, 건축주 혹은 발주처가 도중 변경을 요구했다거나 공사과정에서 건축가의 설계의도가 충분히 구현됐는지, 완성 후 설계의도를 존중하여 잘 관리했는지 등등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고 그것이 현실에서 기능하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다사다난한 드라마와도 같다. 훌륭한 건축가의 판단 기준으로 평론가 바바 쇼조의 흥미로운 관점을 빌리면 ‘미분적 평가’와 ‘적분적 평가’가 있다. 미분적 평가란 한마디로 그 건축가가 얼마나 힘 있는 건축을 만들고 있는가, 디자인적인 가속도를 지니고 있는가다. 수학에서 곡선을 어떤 점에서 미분하면 접선의 방향을 표시하고 속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보이는 법이다. 이를 평가에 적용하자면 .. 더보기
가장 오래된 예술, 춤 무심코 TV를 켰는데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추어 즐겁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다. 방송 제목은 였다. 방송 내내 의사, 뇌과학자를 인터뷰하며 춤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 주장한다. 요약하면 단순한 동작의 운동보다 복잡한 동작인 춤이 뇌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어쩐지 뇌발달이 가장 활발한 어린아이들은 춤을 많이 춘다. 어르신들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춤을 권장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춤을 빼놓고 대중문화를 논할 수 있을까. 춤은 아이돌이나 클럽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장 오래되고 일상적인 예술이다. 예나 지금이나 각종 행사와 의례에서 춤을 춘다. 나는 예술을 크게 ‘춤’과 ‘건축’으로 구분한다. 두 분야는 모방대상이 다르다. 건축가는 조상의 건축형식을 모방하지만 자유로운 .. 더보기
감시 자본주의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은, 매 순간, 보았다는 사실마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과 마주친다. 볼거리들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에 차고 넘치는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루틴 안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과 목적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행동하는가. 그 선택은 어떤 영향력을 갖는가. 기술산업이 인간의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특히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덴마크 출신 작가 시드넷 마이네케 한슨은 가상세계, 로봇, 포르노 등의 소재를 통해 이 질문을 이어간다. 그의 작품 ‘앤드-유즈드 시티’에서, 모니터 앞에 선 관객은 애니메이션 속 인물의 눈에 비친 상을 본다.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화면을 클릭하면, 관객은 비로소.. 더보기
거울 속에 있는 나 한 늙은 사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진 부인을 찾아온 길. 적막이 흐르는 납골당 안에서 그는 자신을 주목했다. 천천히 카메라를 들어 그대로 셔터를 눌렀다. 과거 군사정권의 대표적 조작사건인 1974년 울릉도 간첩사건 피해자 이사영씨. 무자비한 고문과 15년에 이르는 수감생활로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두려움으로 살아야 했던 그가 거울 속 자신의 형상에서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대법원의 무죄판결로도 깊게 파인 내면의 상처가 아물지 않더라는 그였다. “더 이상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사회에서 고립된 채 홀로 벽 속에 갇혀 있었던 기억 때문일까. 팔순을 넘긴 초로의 그는 몇 해 전부터 카메라를 들고 몸이 허락하는 한 적극적으로 세상과 조우하기 시작했다... 더보기
예쁜 그림 벽에 걸고 싶은 화려하고 예쁜 그림을 그려 달라합니다. 새로 그리기 귀찮아서 그동안 그렸던 그림들을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벽에 걸 만한 예쁜 그림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칙칙하거나 우울한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내가 이렇게 우울하고 칙칙한 그림만 그렸다니 다시 한번 반성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디에 걸어 놓아도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최대한 예쁜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예쁜 색을 사용하여 예쁜 그림을 다시 한번 그려봅니다. 칙칙한 내 마음도 예뻐지기를 바라면서…. 더보기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실패한 ‘몽유도원’ 서양의 미술이 보는 즉시 읽혀지는 것이라면 우리의 옛 그림은 해석에 방점을 두었다. 자연을 그려도 ‘그것’을 모사(模寫)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연관된 ‘마음’을 담았다. 유럽의 미술이 종교와 신화에 치중했다면 우리 미술은 자연주의 사상 아래 인간 내면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처럼 대상의 외형에 치중했던 서양과는 달리 우리의 옛 그림은 뜻과 정신을 옮기는 사의(寫意)를 중시했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역시 상징적 서술에 무게를 둔 작품이다. 실제로 본 것은 아니나 인간의 욕망과 바람을 의미적으로 표현한 이 그림은 안평대군이 1447년 4월20일 밤 꿈에 본 풍경을 들은 안견이 3일 만에 그렸다고 전해진다. 안견의 작품 중 유일하게 제작 연도를 확인할 수 있는 ‘몽유도원도’는 낮은 토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