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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북촌 8경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를 나와 현대그룹 계동 사옥을 끼고 오르면 우측으로 언덕이 나타난다. 이 언덕을 오르면 저 앞쪽 담장 너머로 창덕궁 인정전을 중심으로 수많은 전각들이 겹겹이 쌓여 한 폭의 그림이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2008년 서울시에서 지정한 북촌 한옥마을을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8곳 중 첫 번째 풍광이다. 창덕궁 측면을 1경으로 시작하는 북촌 8경은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이어지는 원서동 공방길 2경과 가회동 11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는 한옥 골목길 3경으로 이어진다. 나머지 4~8경은 북촌로를 건너 가회동 31번지 일대에 밀집되어 있다. 남쪽 사면의 경사지에 벽을 맞대고 길게 이어져 있는 한옥 골목길의 정겨운 모습에 너나없이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자연스러운 처.. 더보기
가회동 언덕에 서서 지난해 봄 창덕궁 옆에 위치한 조그마한 전시장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전시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창덕궁 정문에서 시작하는 북촌길을 거닐었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한옥 밀집지역으로 청계천과 종로의 위쪽 지역에 있다 하여 ‘북촌’으로 불렸다. 궁궐에 가까이 위치해 있고 남쪽으로 경사져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조선시대 권세있는 양반들의 대표적인 거주지가 되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도심으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주택 수요가 크게 늘자 양반들의 거주지는 작은 규모로 분할되어 지금과 같이 벽을 맞댄 개량한옥이 집단적으로 생겨났고 이는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다세대주택 등으로 한옥이 멸실되면서 북촌의 경관이 크게 훼손되기 시.. 더보기
덕수궁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 신록이 무르익어가는 5월 초 러시아 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딸아이와 함께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변월룡(1916~1990)의 세계를 감상하였다. 수많은 인물화와 폭풍우 몰아치는 풍경, 소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북녘 자연의 묘사에 한동안 우리 부녀의 시선이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지 않은 그 이름 변월룡. 고려인 2세로 옛 소련에서 가장 유명한 레핀 예술학교 교수가 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끝까지 변월룡이란 한국 이름을 고수하였던 인물. 그는 1953년 소련 문화성의 명령에 따라 북한에 파견된다. 북한에 머물렀던 1년3개월 동안 변월룡은 수많은 북한의 인물, 풍경을 화폭에 담으며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모범을 전수했다. 하지만 북한의 영구 귀화를 거부하여 북한에서도 잊혀진 인.. 더보기
도심 속의 평화로운 섬 명동성당 지난달 중순 서울 명동성당에서 아퀴나스 합창단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십자가 아래의 어머니(Stabat Mater)’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터라 명동성당 안에서 불리는 합창의 음향이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들리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복잡한 명동거리를 통과해 성당에 도착한 나는 갑자기 어떤 외딴 섬에 도착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복잡하고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명동에 이렇게 여유있고 평화로운 넓은 공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삼건축의 설계로 명동성당 종합계획의 1단계 공사가 2014년 마무리됐다. 그 전의 명동성당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다. 1898년 미국인 코스트 신부의 설계로 건립된 .. 더보기
자하 하디드의 유작 ‘동대문디자인프라자’ 봄내음이 무르익기 시작하던 지난 1일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소식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마침 만우절이어서 도처에서 장난기 섞인 소식들이 올라오던 터라 이 역시 장난이겠거니 하고 일축하려 했다. 그런데 현지시간으로 3월31일이란 내용을 접하고 여기저기 살펴보니 자하 하디드의 사망은 사실이었다. 앞으로도 한참 활동할 나이인 65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이라크 출신 건축가인 그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그는 내놓는 설계 안마다 건축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슈 메이커였다.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2014년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는 자하 하디드의 대표적인 유작이 됐다. 국.. 더보기
낙선재의 봄 창덕궁 동쪽 끝자락에는 궁궐의 위세 높은 형상과는 사뭇 다른 소박한 모습의 한옥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조선 제24대 왕 헌종이 후궁 경빈 김씨를 위해 지었다는 낙선재(樂善齋)가 그것이다 ‘선한 일을 즐겨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낙선재와 그 오른쪽으로 후사를 기원하는 의미의 석복헌(錫福軒), 그리고 만수무강을 빈다는 뜻의 수강재(壽康齋)를 합하여 이들 영역 전체를 낙선재라 부른다. 헌종의 정비였던 효현왕후 김씨가 혼례를 치른 지 2년 만에 운명하자 뒤이어 효정왕후 홍씨가 간택되었다. 그러나 혼례 후 만 2년이 흘러도 후사가 없자 헌종은 이를 이유로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경빈 김씨를 후궁으로 맞이하게 된다. 경빈 김씨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헌종은 궁궐 한 모퉁이에 자신의 서재인 낙선재와 함께 .. 더보기
옛 서울역사를 바라보며 2004년 현대식으로 지어진 새 역사의 등장으로 그간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한몸에 담아왔던 옛 서울역사가 본연의 기능을 뒤로하고 이제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하였다. 1947년까지 경성역으로 불리던 옛 서울역사는 1925년 일본인의 설계로 완공되었다. 당시 “동양 제1역은 교토역, 제2역은 경성역”이라 할 정도로 옛 서울역사는 규모가 큰 역사였다. 건물의 양식은 중앙 돔을 중심으로 비례가 중시된 좌우 대칭의 르네상스 양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중앙에 놓인 돔은 사각형 평면 위에 원형의 돔을 얹는 형식(펜덴티브 돔)이 특징인 비잔틴 양식으로 되어 있다. 돔 네 귀퉁이에 세워져 있는 탑은 장식적 요소가 많은 바로크 양식의 기법이 더해져 결국 옛 서울역사는 여러 가지 양식이 혼합된 절충주의 양식으로 정의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