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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

게잠트쿤스트벨크

이양희, 게잠트쿤스트벨크, 2019. ⓒ이양희


그것은 ‘잔치’였다. 좋아하는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시간. 안무가 이양희의 오래된 지인들이 보태니컬 아티스트로, 의상디자이너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퍼포머로, 스태프로 협력하여 잔치의 톤과 매너, 캐릭터를 만든다. 무대와 객석을 특정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퍼포머는 손님을 맞이하고, 서로를 소개하고, 음식을 서빙한다. 탱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와 시간을 일컫는 ‘밀롱가’의 콘셉트를 적용한 이 공간에 들어선 이들은, 탱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거닐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시공간이 찰나의 정적을 스치기가 무섭게 이곳을 다른 빛과 리듬이 채우는 순간, 퍼포머들은 달라진 빛과 리듬에 기댄 움직임으로 공간을 환기시키며 그때 그곳에 있는 이들을 순식간에 그곳이 아닌 어딘가로 데려간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다른 경험은 다른 감각으로 쌓인다.


오랜 시간 한국 전통무용을 교육받은 이양희는 춤사위의 요소와 특징을 기반으로 움직임 워크숍을 구성했다. 그 안에는 ‘공연예술의 발현 과정과 시공간의 요소들, 그 안에서 퍼포머가 존재하는 방식’을 배우고, 폐기하고 다시 배우기를 반복하며 고민하고 발전시켜 온 이양희의 안무 방법론이 녹아 있다. 그는 자신이 긴 시간 정리한 이 내용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서로 배우고 나누는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게잠트쿤스트벨크(총체예술극)’가 되기를 바랐다. 잔치가 예술이 아닐 이유도 없지만, 잔치를 예술에 가두어야 할 이유도 없는 이 시공간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것들과 눈 맞출 수 있기를, 공연 예술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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