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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의 건축스케치

동화마을 프로방스


자유로에서 파주 헤이리로 접어드는 성동IC를 빠져 나온다.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자마자 곧바로 또다시 좌회전. 헤이리 마을 입구 맞은편에 세워져 있는 ‘파주 맛고을 음식문화거리’ 이정표가 나를 안내한다. 이정표처럼 이 길로 가면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펼쳐질 것 같다. 역시나 나지막한 언덕길을 넘어 이어지는 도로 좌우로 다양한 음식점들이 시장기 도는 방문객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문득 앞에는 ‘프로방스 마을 주차장’이라 쓰여있는 커다란 건물이 길을 막아선다. 이 주차장 뒤쪽으로 한 해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는 파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프로방스’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초입 도로변에는 마늘빵으로 유명한 류재은베이커리 본점이 자리 잡고 있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방스는 1996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점차로 영역이 확대되어 이제는 40여개의 건물들이 들어선 유럽형 마을로 발전하였다. 다양한 파스텔 컬러의 벽체 위로 붉은 오지기와 지붕을 한 건물들이 나지막한 구릉 위에 자연스레 배치되어 있다. 건물들은 다양한 카페, 레스토랑, 인테리어 소품, 허브용품, 의류매장, 베이커리 등의 상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건물은 독립된 운영으로 소유주들의 독창적인 마케팅이 발휘되면서도 마을 전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 사용되는 그릇류를 직접 제작하는 도자기 공방도 함께 있어 마치 마을 전체가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마을의 느낌이다. 경사지를 그대로 이용한 언덕길과 계단, 조그만 광장을 둘러싸고 건물들은 서로 다른 색채의 얼굴로 화사함을 선사한다. 이름 그대로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시골마을에 온 듯하다. 단층짜리 건물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조그만 골목은 마치 체코 프라하의 비트 성당 뒤쪽에 있는 황금소로가 연상된다. 이 건물들 어딘가에 카프카가 집필하던 집이 있을 것 같다. 예쁜 정원과 동화 같은 오브제들, 벽체의 화사한 색채에 둘러싸여 동화마을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이 골목 저 골목 풍겨나오는 이국적 정취 속에 마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든다. 날이 따뜻해지면 저 광장 한 귀퉁이에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유혹하는 거리의 악사도 나타날 것 같다.

 

<윤희철 대진대 교수 휴먼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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